인도는 교통 약자가 걷기에 편치 않다
10월 13일 대연동 인도 위에 흰색 승용차가 버젓이 주차되어 있다. 전동휠체어를 탄 어르신께서 지나가다가 “누가 여기에 주차를 했어?” 하면서 휠체어를 멈춘다.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승용차 옆으로 아슬아슬하게 지나간다.
이렇게 사회에서 보호받아야 할 약자들에게는 인도마저도 다니기에 힘들다. 길을 가던 박향숙(71) 씨는 “가끔 제집 주차장인양 인도 위에 주차해 놓은 차들을 보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떻게 지나가나, 나라에서 이런 차들을 안 끌고 가고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말했다.
‘보행권’을 법적 의미로 정의한다면, ‘사람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공간 속에서 보행할 수 있는 권리’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들은 보행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인도 위에 불법주차가 되어있거나, 인도로 다니는 오토바이, 고르지 못한 보도블록 등.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현실이다.
보행권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보도(步道)라 할 수 있다. 우리가 다니는 보도를 살펴보면 유동인구에 비해 너무 좁거나, 보도블록이 울퉁불퉁한 곳이 많다. 상당수의 보도는 최소의 보행공간조차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다. 일부 보도는 경사가 너무 급해서 일반인들도 조심조심 걸어가야 한다. 그런데 흰지팡이에 의지하여 길을 가거나,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우들, 그리고 어린아이들에게는 더욱 위험한 요소이다.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는 어린아이들이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 끝에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서있다. 인도에 새 보도블록을 까는 공사를 하기 위해 원래 있던 보도블록을 다 들어냈기 때문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꼬마애들이 위험하게 도로에 서 있는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도로에 서 있는 게 얼마나 위험한데… 자칫 잘못하면 사고가 날지도 모르잖아요”라고 황지영(38) 주부는 말했다.
또한 인도를 걷다보면 보도블록이 고르지 못하고 울퉁불퉁한 곳이 의외로 많다. 뛰어다니길 좋아하는 남자 아이들은 이런 보도블록에 발이 걸려 넘어져서 무릎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거의 안 되어 있는 상태다. 선진국은 이들을 충분히 배려하는 나라여야 한다. 우리나라가 진정 선진국이 되려면 우선 인도부터라도 제대로 정비하여 이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