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화이트데이 풍속... "요즘 사탕 선물은 옛말"
화이트데이에 스몰럭셔리 선물과 이색 데이트 선호 이커머스 업계, 향수·뷔페·데이트 관련 다양한 기획전 마련 편의점 업계, 예전만 못한 화이트데이에 점주들 '고민'
3월 14일,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탕을 선물하는 화이트데이 풍속도가 달라졌다. 전통적으로 화이트데이에는 사탕을 준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제 화이트데이에 사탕 선물은 옛말이다. 오히려 사탕보다는 초콜릿의 판매량이 많고 향수, 액세서리 등 다양한 취향을 고려한 선물을 주고받거나 뷔페 및 원 데이 클래스 이용권 등 특별한 데이트를 준비하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사탕보다는 초콜릿!
온라인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를 사고파는 이커머스 기업인 티몬에 따르면 화이트데이를 앞두고 고객들의 소비 트렌드를 조사한 결과 사탕보다 초콜릿의 판매가 약 30배 증가했다. 티몬이 지난 2월 27일부터 3월 5일까지 1주일간 화이트데이의 상징인 사탕, 초콜릿 등 인기 간식 품목 매출 추이를 지난해와 비교 조사한 결과, 초콜릿은 2937%(약 30배) 큰 폭으로 올랐다. 케이크(200%), 젤리(67%)도 많이 찾았다. 반면 막대사탕·롤리팝류는 12% 증가에 그쳤다. 이는 딱딱하고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사탕 대신 부드러운 초콜릿이 다양한 종류로 폭넓은 가격대에 출시되고 있어 '고급스러움'을 찾는 2030세대의 선호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음식보다는 실속!
또한 화이트데이를 평소와 다른 특별한 데이트를 하는 날로 여기며 사탕과 초콜릿보다는 좀 더 이색적인 선물을 주고받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롯데온에 따르면 이달(3월 1~8일) 주얼리 매출은 전년대비 20% 이상 늘어났다. 같은 기간 SSG닷컴에서 명품 메이크업 상품과 여성 향수 매출은 각각 20%, 10%로 늘어났다. 이러한 화이트데이 '스몰 럭셔리' 상품의 수요 증가는 최근 젊은 세대의 소비 성향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탕이나 초콜릿보다는 돈을 더 들이더라도 가치가 있는 것을 선물하는 '실속형' 소비를 즐기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지난 3년간 마음껏 즐기지 못했던, 외부 데이트를 준비한 사람들도 늘어났다. 같은 조사에서 특별한 식사를 위한 뷔페, 맛집 레스토랑 이용권 매출이 각각 284%, 329% 증가했다. 이색적인 추억을 만들어 줄 공방 체험 등의 원 데이 클래스 이용권(61%), 전시 티켓(47%)도 상승세다.
다채로운 프로모션을 통해 고객몰이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관련 업계들도 화이트데이에 사탕을 준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프로모션을 기획해 선보였다. 화이트데이 관련 행사에 향수, 럭셔리 뷰티 등 스몰 럭셔리 상품 구색을 크게 늘리고 이커머스에서도 여태껏 해오던 화이트데이 기획전이 아닌, 전과는 다른 독특한 기획전을 준비해 눈길을 끌었다. 쿠팡은 여행상품을 들고나왔고, 티몬은 전시 및 체험 등의 데이트 코스, 위메프는 초콜릿이나 향수 등을 선보였다. 대학생 박정운(25,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호텔에서 이번 화이트데이를 맞아 패키지를 진행하길래 여자친구와 다녀왔다”며 “여자친구가 너무 좋아해서 굉장히 뿌듯하고 덕분에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예전만 못한 화이트데이.. 느껴지는 온도차
그러나 편의점‧슈퍼 점주들은 화이트데이를 맞아 관련 상품들을 대량 주문했지만, 판매량이 예상보다 저조해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다. 부산시 동래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신모 씨(54)는 “화이트데이는 통상 남자가 여자에게 선물을 주는 날로, 여성 대비 홈베이킹에 대한 관심도가 적은 편이라 편의점에 진열된 바구니 상품 등을 사 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요즘은 좋고 예쁜 선물을 사주려고 하지 편의점에서 어설프게 포장된 상품들을 사겠느냐.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같은 기념일은 편의점에서 가장 큰 매출이 발생하는 날로 사람들이 많이 사 가곤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하소연했다. 신 씨는 남은 화이트데이 프로모션 제품이 장기간 재고로 남을 것을 우려해 팔리지 않은 제품을 본사에 반품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