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도로에 터널·다리 얽혀 체증 극심, 근본대책 찾아야

[난폭운전 1번지 부산(2)] 교통혼잡비용 1위...열악한 부산 교통 환경 / 이원영 기자

2016-08-01     취재기자 이원영

'운전하기 힘든 도시 부산'이라는 타이틀이 달린 데는 신호 위반, 끼어 들기와 같은 난폭 운전 행태가 한 몫 했다. 그러나 그 이면엔 복잡하고 좁은 도로에 만성적인 교통 체증을 앓고 있는 도심의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 

“부산에선 왜 이렇게 운전하기가 힘드냐”는 외지인들의 질문. 흔히들 부산에서 운전하고 나면 전국 어디서든 운전할 수 있는 숙련도가 쌓인다고 말한다. 그만큼 부산에서 운전하려면 최상급의 난도를 필요로 한다. 그 이유를 부산의 도로 환경에서 찾아 봤다.

①[난폭운전 일번지 부산] - 운전 행태 '전국 꼴찌' 부끄러운 부산의 운전 무질서 실태

②[난폭운전 일번지 부산] - 6대 광역시 중 교통혼잡비용 1위...열악한 부산 교통 환경

③[난폭운전 일번지 부산] - 교통 정책 개선과 지속적인 캠페인으로 시민 의식 전환을

 

먼저 지형적 구조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부산은 산지가 많은 반면, 평지는 부족하다. 부산의 면적(765.94㎢)은 서울(605.21㎢)보다도 크지만 대부분이 산이다. 부산은 도심 곳곳에 높고 낮은 산이 솟아 있다. 산 옆으로 길이 나 있고, 산을 깎은 자리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 서 있다. 해발 100미터 내외의 낮은 산부터 황령산, 장산, 금정산, 천마산, 백양산 등 해발 500~600미터에 이르는 높은 산이 도심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시가지는 산과 산 사이에, 평지는 주로 해안가에 위치해 있다. 거기에 도심을 연결하는 터널이 뚫려 있다. 큰 산을 피해 도로를 내다 보니 구불구불하고 경사가 급한 산복도로가 많다.

6.25 전쟁 당시 부산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피란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좁은 땅에 피란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여기저기 집을 짓고 살기 시작했다. 체계적인 도시 계획 없이 무질서하게 집이 먼저 지어지고 그 다음 도로가 생긴 것이다. 이렇게 건설된 도로와 새로운 도로를 연결하기 위해 도로의 진행 방향, 차선의 폭이 변경되고 다른 도로와 합류되는 지점이 많아졌다. 이로 인해 도로는 복잡해졌다.

이런 구조 탓에 시가지가 도심 곳곳에 분산돼 있으며, 그 면적 또한 좁다. 마찬가지로 도로도 좁다. 아래 사진과 같이 다른 대도시는 바둑판식의 도로 구조가 특징이다. 부산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여타 대도시들은 전쟁 후 체계적인 도시 계획 하에 재건됐기 때문이다.

제1의 항구도시 부산. 영도대교, 구포대교, 광안대교 등 교량이 많다. 부산에서 운전하다 보면 도로에서 컨테이너 박스를 실은 대형 화물 차량을 마주치는 일은 다반사다. 부산에 사는 이모(55) 씨는 “가뜩이나 좁은 도로에 커다란 화물차와 버스가 한데 섞여 있다. 게다가 출퇴근 시간 도심 대부분이 꽉 막힌다. 이러니 부산 사람들이 운전대만 잡아도 답답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부산은 6대 광역시 중 교통혼잡비용이 가장 많은 도시로 꼽힌다. 교통혼잡비용이란 자동차가 교통 혼잡으로 서행하거나 멈춰 서 있는 경우 추가로 발생되는 사회적 손실비용을 말한다. 도심의 경우 차량 주행 평균속도가 시속 24~27km 이하인 상황에서 교통혼잡비용이 발생한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의 교통혼잡비용은 4조 618억 원으로, 이는 2010년 대비 12.1% 증가한 수치다.

대도시권에서 교통 혼잡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부족한 도로시설을 공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도심에 도로를 신설하거나 확장하기란 어렵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교통수단의 전환이나 교통 운영 및 수요관리 측면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만성적인 교통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부산경찰청은 지방청 단위 최초로 대규모 교통전담 인력을 운용했다. 지난 6월 1일 출범한 ‘한달음 교통순찰대’는 교통경찰 111명으로 편성돼 5개 권역에서 나뉘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출퇴근길, 주말 상습정체구간에 집중 배치돼 교통 소통을 관리한다. 한달음 교통순찰대는 시내 주요 터널(만덕1·2터널, 황령터널, 백양터널)과 자동차 전용도로(동서로, 번영로) 진입램프를 관리하고 돌발 정체 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히 출동해 정체요인을 해소하는 일을 전담한다.

경성대 건설환경도시공학부 신강원 교수는 부산도 도심의 교통 체증을 해결하기 위해 도로의 확장·신설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지형적 구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쉽게 말해 (교통 체증은)수요는 많고 공급은 적은 데서 발생하는 문제다. 해운대 일대만 봐도 그렇다. 42만 인구가 사는 해운대구로 들어가는 다리, 즉 입구는 몇 개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요에 따라 좌, 우 회전차로가 추가되면 교통 체증이 해소될 수 있는 구간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좁은 도로 때문에 도로 확장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부산은 도로율이 낮은 도시이다. 도로율은 시가지 면적에 대해 도로가 점유하고 있는 면적의 백분율을 말하며, 도시의 기반시설 확충 수준을 평가하는 척도로 제시되기도 한다. 신 교수는 “부산은 산이 많은 지형적 구조 탓에 산과 산 사이에 만들어진 도로가 많고, 터널과 교량으로 어느 정도 공급을 유지하고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부산의 교통난은 1차적으로 도로가 부족한 게 원인이다. 공급과 수요를 달리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부산은 워낙 도로가 다양하고 복잡해서 정체 구간마다 다른 해결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국토교통부는 교통 혼잡이 심각한 6개 광역시 15개 구간에 대해 ‘제3차 대도시권 교통혼잡도로 개선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국토교통부는 2006년부터 도심내 극심한 교통정체 현상을 보이는 지역을 지정해 제1차, 제2차 대도시권 교통혼잡도로 개선사업 기본 계획을 순차적으로 수립해 그동안 31개 사업을 추진해 왔다. 대도시권 교통혼잡도로 개선 사업은 국가가 설계비 100%, 건설비·감리비 50% 지원, 지자체에서 건설비·감리비 50%, 용지보상비 100%를 부담하는 것이다.

부산 지역 5개 구간이 최근 3차 대도시권 혼잡도로에 신규로 선정되면서, 부산시는 도로정비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산의 교통혼잡 도로 개선 대상지역 5곳은 엄궁대교, 만덕∼센텀 내부 순환 고속도로, 삼화맨션 앞 교차로~과정교차로, 부산대교∼동삼혁신도시간도로, 문전교차로이다.

출퇴근 시간 만덕터널부터 미남교차로, 내성교차로, 충렬대로는 상습 정체 구간이다. 만덕~센텀간 지하고속도로 건립 사업 기간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이 지하도로가 완공되면 차량 운행 시간이 기존 40분 대에서 10분 대로 축소된다.

온천천을 가로 지르는 교량도 신설된다. 동래구 삼화맨션에서 연제구 화신아파트를 잇는 온천천 횡단교는 올해 사업을 시작으로 2020년 완공될 예정이다. 동래구와 연제구를 연결한 온천천 횡단교가 건설되면, 상습 정체 구간인 반송로와 충렬대로의 교통을 분산시키는 우회도로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신 교수는 봉래산 터널이 완공되면 영도 동삼혁신도시와 태종대의 교통 정체 해소에, 문전교차로 입체화 시설 사업으로 지하차도가 건설되면 황령터널과 중앙대로, 전포동 일대의 교통 혼잡이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산시는 이번 국토교통부의 지원 사업으로 교통혼잡비용이 크게 절감되는 동시에 지역민의 숙원 사업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단계를 거쳐야 한다. 대도시권 교통혼잡도로 개선 사업 추진 시, 한국연구개발원에서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해 사업의 타당성이 있는 경우에만 국토교통부로부터 조사·설계비를 지원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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