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없는 사회, 마냥 편하기만 할까?

우리 사회에서 현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이 2022년 6월 공개한 '2021년 경제주체별 현금 사용 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지출액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21.6%로, 카드 사용의 절반도 미치지 않았다.

이렇게 줄어드는 현금 사용 비율 때문에 현금을 받지 않는 사업장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2021년 경제주체별 현금 사용 행태 조사 결과'를 보면 일부 사업장에서 현금 결제 거부가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현금결제를 거부당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가 전체 가구의 6.9%로 2018년(0.5%)에 비해 증가했기 때문이다. 현금 사용량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사회는 ‘현금 없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이 추세에 맞게 ‘현금 없는 버스’도 등장하였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내‘현금 없는 버스’가 지난 1일부터 108개 노선, 1876대로 확대 운영 중이다. ‘현금 없는 버스’는 현금을 내는 승객이 감소하는 데다, 현금함의 모서리로 인한 안전사고 등을 막기 위한 정책으로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현금 없는 버스에선 현금 대신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신용카드나 교통카드로 요금을 내야 한다. 카드가 없거나 잔액이 부족할 경우엔 계좌번호가 적힌 요금납부 안내서를 기사에게 받아 이체해서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카드나 모바일 뱅킹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일부 노년층은 ‘현금 없는 버스’를 여전히 불편하고 낯설게 여기고 있다. 버스를 타기 위해서 따로 교통카드를 구매하여 충전하는 방법을 알아야 하거나 모바일 뱅킹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금 없는 사회’가 된 것은 사회에서 쉽게 체감할 수 있다. 길거리에서 붕어빵을 파는 가게에 가도 요즘은 현금 사용이 줄어든 사람들을 위해 큰 글씨로 계좌 이체 가능이라는 문구와 함께 계좌 번호가 적혀져 있다. 또한, 주차장이나 카페 스타벅스에는 현금 사용이 불가한 카드 전용 매장이라는 표시를 쉽게 볼 수 있다. 또 나와 내 주변만 보아도 현금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잘 없기에 보기 어렵고, 대부분 카드를 이용한다. 따로 현금을 건네야 하는 일이 있더라도 모바일 뱅킹을 통해 계좌 이체를 하여 실생활 속에서 현금을 사용하는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렇게 현금을 쓰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진다고 해서 사회에서 현금을 없애는 것은 맞는 일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금 없는 사회는’다수만 생각하여 소수를 배려하지 못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현금 없는 버스’가 배려 없는 현상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물론 ‘현금 없는 버스’가 등장하게 된 배경은 현금 사용이 감소하고 현금함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이 버스가 등장하고 나서 일부 노년층과 외국인 등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도 현재 사회에서는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금 없는 버스’는 오히려 수가 늘어나고 확대 운영 중이라 더 쉽게 자주 접할 수 있다. 이런 정책이 늘어난다면 결국 다수에 따라가지 못한 소수는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일반 대중들이 이용할 수 있는 교통 서비스인 대중교통 같은 수단은 사회 현상을 반영해야 하지만 대중 모두가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미래에 현금을 사용하지 않고 카드만을 사용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시대를 만들기 위해서 현금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지워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해서 현금을 사용하는 사람들과 카드를 주로 사용하는 사회 현상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