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만 틀면 마약 보도, 모방심리 자극 '베르테르 효과' 경계해야
배우 유아인 씨 사건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마약 얘기 확산 검찰도 강력 대처... 마약의 심각성, 위험성 알리는데 보도 초점 맞춰야
최근 신문이나 뉴스, 시사 프로그램 등에서 마약 관련 뉴스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마약은 과거 재벌 3세, 일부 연예인 등에 한해 일탈로 여겨지던 때와는 전혀 딴판이다. 이대로 가다간 ‘대한민국은 마약 공화국이다’라는 말까지 듣지 않을까 우려된다.
올해 2월 인기 배우 유아인(37, 본명 엄홍식) 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소환됐다. 이후 연예계, 정계는 물론 일반 국민에게서도 마약 관련 에피소드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연일 장식하고 있다. 유아인 씨가 투약했다고 지금까지 밝혀진 마약은 대마초, 케터민, 프로포폴, 코카인, 졸피뎀으로 5가지다. 유아인 씨는 지금껏 언론에 알려진 마약 투약 혐의 중 대마 흡입 혐의 일부만 인정했다. 유 씨는 경찰에서 “프로포폴과 케타민은 치료 목적으로 투약했고, 코카인은 투약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아인 씨 이전에는 래퍼 돈스파이크, 가수 휘성, 배우 박유천 씨 등 대중에 익숙한 연예인들의 마약 투약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적 있다.
심지어 지난 3일에는 서울 강남의 한 학원가에서 집중력 향상 음료 시음회 중 필로폰 성분이 포함된 이른바 ‘마약 음료수’를 고등학생들에게 나눠준 것이 적발돼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이미 대한민국 사회 곳곳에서 마약이 깊숙이 스며들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12일, 대검찰청에 마약 범죄에 대한 검찰의 수사역량 강화를 위해 대검찰청 마약 수사 부서 복원을 지시했다. 현재 특수수사와 마약, 조직 수사를 한꺼번에 맡고 있는 대검찰청의 반부패·강력부를 재편해 마약·강력수사를 전담하는 ‘마약강력부’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마약이 일반인에 유통되는 주요 경로는 주로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마약 관련 언론 보도에서 베르테르 효과와 연관해 더 큰 사회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베르테르 효과는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에서 파생된 현상이다. 주인공 베르테르가 실연의 슬픔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내용의 소설이다. 이 소설이 발표된 후 유럽에서 모방 사례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사회학자 필립스가 창시한 이 이론은 지금껏 유명 연예인, 작가, 가수 등 평소 대중에 영향을 미쳤던 이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면 집중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수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베르테르 효과는 꼭 극단적 선택에만 한정 지을 수 없다. 평소 자신의 우상이었던 유명인의 일탈 내용이 담긴 언론 보도를 계속 접하게 될 때 대중은 큰 영향을 미쳐 자신도 해볼까 하는 충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베르테르 효과는 비교적 육체적 정신적으로 성장을 마치지 않은 청소년 시기에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 이에 마약 관련 내용 기사나 뉴스 보도 시 마약 투약 시 호소 증세와 투약 장소, 마약 구입처 등의 구체적 내용을 삼가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