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게릴라성 호우·낙뢰에 기상청 오보 겹쳐 '날씨 4중고'
"8월 한 달 계속될 변덕날씨에 기상청이 제때 대응할 수 있나" 시민 불신 고조 / 이령희 기자
2016-08-02 취재기자 이령희
해마다 반복돼 온 일이지만 올 여름 기상청의 예보가 자주 빗나가면서 시민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폭염이 예년보다 훨씬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시민들은 기상 예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기상청의 잦은 오보에 불신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전국 곳곳에서 요란한 낙뢰와 함께 소나기가 자주 내리고 있다. 장마는 끝났지만 대기 상태가 그만큼 불안정하기 때문인데, 이런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 기상청의 부정확한 일기 예보에 대한 불안의 시선이 더 커지고 있다.
2일 부산, 서울, 포항 등 전국 곳곳에는 시간당 20~60밀리미터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같은 국지성 집중호우는 나흘째 전국을 돌며 폭우를 쏟아 부었다. 장마와는 달리 좁은 지역에 1시간 정도 쏟아 붓고 그치는 것이 특징. 지난 주말부터 낙뢰도 크게 늘어났다.
이처럼 게릴라성 폭우와 낙뢰가 계속되는 것은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반도 남쪽에 있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덥고 습한 공기를 몰고 오기 때문이다. 덥고 습한 공기 위층에 찬공기가 위치하면서 상하층의 온도 차로 대기 불안정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 기상청의 분석이다. 기상청은 한반도가 당분간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에 머무르게 됨에 따라 게릴라성 폭우와 낙뢰가 잦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기상청은 “올해는 오호츠크 해 고기압이 동해 쪽에 버티고 있어 공기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며 “무더위는 9월까지 계속되며 지역에 따라 9월 말까지 선선한 기온을 느끼지 못하는 곳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처럼 불안정한 기상 상태에 기상청이 제대로 대응할 수 있겠느냐는 불신이 커지고 있는 것. 잦은 오보로 이미 여러 차례 기상청이 망신을 당했기 때문이다.
기상청의 망신은 장마가 시작된 지난 6월 말 이후 시작돼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달 20일부터 23일 사이에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비가 올 것이라고 예보해 많은 사람은 찜통더위를 식혀줄 비를 기대했지만, 전국은 무더위와 높은 습도만 가득한 날씨였다. 또 비 예보를 한 뒤 당일 늦은 오후에야 “오늘은 비가 내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뒤늦은 정정예보를 내놓기도 했다. 이같은 부정확한 일기예보는 장마철이 끝난 지난달 말까지 이어져 시민들은 7월 한 달 내내 우왕좌왕해야 했다.
지난 주말, 강원도로 캠핑을 가려던 이원산(35, 경북 경주시 진현동) 씨는 비가 온다는 기상예보를 보고 캠핑을 취소했다. 그러나 기상예보와 달리 주말 동안 비는 오지 않았고 결국 휴가를 망치고 말았다. 이 씨는 “취소 후 휴가 당일이 됐는데 비도 오지 않아 어이가 없었다”며 “아침마다 날씨정보를 보는데 이젠 믿을 수가 없다”며 토로했다.
기상청의 오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SNS상에서는 기상청을 일명 ‘구라청’ 또는 ‘오보청’이라고 부르는 비난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심지어 외국 날씨 사이트가 더 정확하다며 해외 일기예보를 참고하는 시민들도 있다. 대학생 김가연(22, 부산시 사하구 다대동) 씨는 “매번 맞지 않는 날씨 때문에 인터넷 사이트의 기상예보를 비교해가며 그날 날씨를 체크한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농어촌 주민들과 지역축 제 관계자들의 기상청 오보로 인한 피해는 상당하다. 나물 재배를 하는 박경자(49,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씨는 비오는 날 나물을 베어서 말려버리면 다 젖기 때문에 기상예보를 항상 확인한다. 지난 주말도 장마가 온다는 소식에 농사일에 손을 놓고 있었지만, 결국 비는 오지 않았다. 박 씨는 “비가 온다고 하면 작물이 상할까 봐 쉽사리 일하지 않는다”며 “날씨 때문에 농사일을 하루라도 거르게 되면 그만큼 손해”라며 한숨을 쉬었다.
여름철 주말마다 차 없는 문화거리를 운영하는 부산 수영구청 관계자도 "작년 여름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없어 행사를 진행했지만 시작하자마자 비가 와 행사가 취소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도 지난 금요일에 행사가 있어 주 초반에 미리 비가 온다고 파악한 채 행사를 준비했다”며 “막상 당일 날 비가 안 오고 쨍쨍하다 보니 미리 준비했던 행사를 공연팀, 건축팀과 다시 조율해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었다”고 혀를 찼다.
계속되는 기상청 오보에 국민은 “수백억 원을 들여 슈퍼컴퓨터는 왜 샀나?” “다른 나라 기상예보는 잘만 맞는데 우리나라 기상청만 틀리는 이유가 뭔가”라며 불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슈퍼컴퓨터는 관측자료가 입력되면 예보모델을 활용한 계산을 수행하는 것일뿐 그 자체로 정확한 날씨예보를 알려주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또 장마철 우리나라는 서에서 동으로 움직이는 저기압과 남북으로 크게 움직이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맞물려서 날씨에 큰 변동성이 생기므로 장마철에 더 정확한 예측을 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기상예보는 확정된 미래 사실이 아닌 정보로 활용해야 한다”며 “어느 나라도 예보를 100% 정확하게 맞힐 수는 없으므로 신중하게 정보를 이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