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벨이 울리면 두려워요”...젊은층 통화에 대한 부담감 느끼는 ‘콜 포비아’ 현상 나타나
MZ세대 전화 소리 듣기만 해도 가슴이 ‘철렁’ 전화를 피하고 두려워하는 것을 의미하는 ‘콜 포비아’ 낯선 상대와의 불편함과 전할 말을 미리 고민하는 것에 부담감 느껴 스마트폰의 등장과 코로나19 사태 속 늘어난 비대면 소통이 원인 전화를 피하기보다 반복적인 통화 연습으로 두려움 극복해야
디지털 시대에 도래하면서 통화보다는 텍스트 위주의 소통이 증가했다. 그러나 젋은층 사이에서는 통화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콜 포비아’ 현상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가수 아이유의 공식 유튜브 채널 코너인 ‘아이유 팔레트’에서 아이유가 콜 포비아 현상이 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아이유는 ‘아무하고도 통화를 못 한다’, ‘엄마랑 통화를 하더라도 전화가 오면 조금 불편해진다’는 말을 고백해 팬들에게 놀라움을 줬다.
종합 엔터테인먼트 채널인 ‘채널S’의 예능 프로그램인 ‘오피스 빌런’에서도 직장 상사가 업무 전화를 못 받는 신입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연이 공개됐다. 직원은 통화에 대한 부담감이 커 업무 전화를 받지 못하다가 결국 직장 상사에게 눈물까지 보였다. 이처럼 젊은 세대에게 콜 포비아 현상이 두루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대학생 양가은(22) 씨는 “전화 소리만 들려도 가슴이 철렁한다. 그래서 친한 사람이 아니면 대부분 통화는 급히 용건만 전하고 끊는다”며 “통화를 하게 되면 미리 말을 준비해야 할 것 같고, 말 실수할까봐 두려워서 전화를 피한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trendmonitor.co.kr)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일상 속 ‘전화 통화’ 경험 관련 인식을 조사했다. 그 결과 여전히 많은 사람이 전화 통화를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있지만 최근 텍스트 위주의 소통이 증가함에 따라 향후 전화 통화보다는 문자나 메신저가 주요 의사소통 수단이 될 것 같다고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20·30세대는 상대적으로 통화 부담(20대 42.0%, 30대 32.4%, 40대 26.0%, 50대 16.8%)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콜 포비아’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콜 포비아(Call phobia)는 전화(Call)와 공포증(Phobia)의 합성어다. 이 현상은 단순히 통화하는 행위를 넘어서 전화를 어려워하고 피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전화를 받거나 걸 때 불안, 공포, 불쾌감 등을 느끼는 경우를 가리킨다. 콜 포비아 현상의 증상으로는 전화를 거부하거나 대화를 끊으려는 경우, 전화를 걸거나 받을 때 몸이 떨리거나 땀을 많이 흘리는 경우, 전화할 때 필요 이상으로 긴장하는 경우가 있다. 증상이 심하면 전화를 거부하거나 대화를 끊은 후에도 긴 시간 동안 불안하거나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인다.
콜 포비아라는 개념은 1994년 존 마셜의 저서 ‘소셜 포비아’에서 처음 유래했다. 이 개념의 등장은 이미 10년이 넘었다. 그러나 2000년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버튼만 누르면 쉽게 직접적인 대화 없이 SNS로 연락과 배달이 가능하게 됐다. 또한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면이 현저히 줄었던 시기를 거치면서 전화를 기피하는 콜 포비아 현상이 다시금 떠오르는 문제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통화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화 통화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 낯선 상대와 대화하는 일만으로도 충분히 불편(60.1%, 중복응답)하고,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미리 고민해야 할 것 같은 데다(37.2%) 평소 통화 자체를 잘 하지 않는 편이라 부담스럽다(33.4%)는 응답이 많았다. 특히 20대 응답자일수록 모르는 상대와 통화하는 일에 대한 두려움(20대 35.2%, 30대 30.9%, 40대 29.2%, 50대 19.0%)과 텍스트 위주의 소통을 선호하는 경향(20대 40.0%, 30대 33.3%, 40대 15.4%, 50대 14.3%)이 더욱 두드러졌다.
아동, 청소년, 성인 심리상담센터인 마음소풍은 ‘콜 포비아 현상의 원인과 극복 방법’을 공개했다. 그 방법으로는 가장 편한 상대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거나 수다를 나누는 등 짧은 통화를 시도하면서 점차 시간을 늘려보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즉 콜 포비아 증상이 있다면 전화를 피하기보다는 반복적인 통화로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더불어 증상이 신체적으로 심하게 나타나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에는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므로 전문가와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