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 작품이 멋져요!”...돌아온 문화예술 플리마켓 ‘부기상회’
부산시민공원에서 4월 8일 시작된 부기상회 인기 지역 핸드매이드 작가들 활동 알리고 작품도 팔아 부산시, 청년 예술가들 위한 문화예술 지원 늘려야
나른하고 햇살 좋은 주말, 부산시민공원에는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연못 앞, 나무 그늘 아래, 들판 위 어디든 사람들은 돗자리를 피고 함께 온 사람과 추억을 만든다.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한 하늘 아래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부산시민공원. 그 한편에서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곳이 있다.
“와서 구경하고 가세요!” 호객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이곳은 바로 ‘부기상회’다. 이 곳은 예술창작자의 문화예술 콘텐츠 유통을 활성화하기 위한 장이자, 시민들에게는 일상에서 문화와 더 가깝고 친밀하게 접할 수 있도록 기획된 문화예술 플리마켓이다.
지난 4월 8일 개최된 부기상회는 10월 28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열린다. 지난해는 6월부터 진행되었지만, 올해는 따뜻한 날씨로 부산시민공원 방문객이 많은 봄·가을 시기에 맞춰 일찍 열리고 있다. 기상변화가 잦은 여름인 6~8월에는 잠시 쉬어간다.
부기상회는 시민공원 남2문을 통해 쭉 들어가 미로정원과 역사의 물결을 지나면 만날 수 있다. 입구에 부기상회 팻말이 놓여져 있고, 그 뒤로 길을 따라 하얀 천막을 친 약 50여개의 부스가 한 줄로 늘어져 있으며, 그 끝에는 또 다시 부기상회 팻말이 놓여져 있다. 이 부스는 플리마켓으로, 부산지역 핸드메이드 작가들이 지역 공방의 공예, 회화, 디자인 소품 등 다양한 예술작품을 판매하는 부스이다. 51번 부스부터 4개의 부스는 체험존으로 캘리그라피와 유화그리기, 우드아트체험 등을 유료로 즐길 수 있다.
앙쥬아뜰리에를 운영하고 있는 박수정(26, 부산시 남구) 씨는 “레진아트 공방을 운영하며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데, 레진아트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에 대해 알리고 싶어 부기상회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부기상회는 지역예술인들과 그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예술 활동 자체를 알리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부기상회는 판매 부스 뿐 아니라 전시와 공연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다. 판매 부스 앞 뽀로로 도서관으로 가는 길목에 판매 작품과 연계된 전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서 시민들은 부산 예술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캘리그라피 제제 작가는 “사람들이 제 글을 보고 행복해하는 모습에 힘입어 살아가고 있다”며 “제 작품을 보고 힘이 되셨으면 하는 마음에 이번 부기상회에서는 위로와 응원이 담긴 작품을 전시했다”고 말했다.
판매 부스 앞 기억의 기둥 아래에서는 하루에 2번 공연을 진행한다. 매주 오후 1시 30분과 4시 30분에 약 30분가량 공연을 진행하며, 부기DJ가 틈틈이 사연과 신청곡을 받아 음악을 들려준다. 그 앞으로는 시민들이 공연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여러 개의 돗자리와 의자가 놓여져있다. 시민들은 돗자리에 둘러 앉아 밥을 먹거나 플리마켓을 구경한 후 휴식을 취하며 공연을 기다린다. 이처럼 부기상회는 나들이에 나선 시민들의 주말을 더 다채롭고, 풍성하게 만든다.
지역 예술인 활동 쉽지 않아
부기상회는 행사 취지에 맞게 판로가 마땅찮은 지역예술인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매년 부기상회에서 플리마켓을 운영하는 송경란(48, 부산시 수영구) 씨는 “따로 가게가 있는게 아니라서 부기상회가 삶의 터전같다”고 말했다. 부기상회는 특히 지역예술인으로 첫 발을 내딛은 신진작가와 청년작가의 스타트에 도움이 된다. 작가 네임 ‘플라’로 활동 중인 이수경(27, 부산시 남구) 씨는 “활동한 지 1년정도 되었는데, 부기상회는 나를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이런 자리를 통해서 저를 더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다양한 분야의 지역예술인들이 활동하고 있는 가운데, 항상 그들을 향한 지원이 많을까. 지역예술인들은 문화예술의 수도권 쏠림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예술인 스스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것이 아니기에 지역이라는 물리적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에서 열리는 전시에 참여하려면 교통·숙박·부스 운영비 등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또한 지방에서는 문화예술 자체가 잘 알려지지 않아 시민들이 낯설어하는 경우가 많다.
제제 작가는 “요즘은 SNS를 통한 활동이 주축이다 보니 이전에 비해 홍보가 비교적 쉽지만, 그럼에도 작가들 사이에선 여전히 ‘행사와 전시는 서울에서 해야지’란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술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많은 경험’인데, 아직까지 전시와 공연은 서울이 주를 이루는 곳이 많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지역적 소외가 자칫 예술의 격차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기에 문화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관심과 협조가 더욱 더 필요하다. 현재 부산시는 청년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 대여나 예술인 증명을 위한 전시 사업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지역예술가들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제제 작가는 “부기상회와 같은 행사가 활성화 되어 지역예술가가 언제 어디서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역예술인이 줄어드는 추세에 부산시는 그들의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한 적극적인 대안을 마련해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