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와 땡볕 아래서 열린 이색 대회, ‘해운대 멍때리기 대회’... 참가자도 구경꾼도 함께 ‘멍’
5월 27일, 해운대 해수욕장서 참가자들 ‘멍’ 직업, 나이, 국적, 종(種) 불문 다양한 참가자 몇몇 구경꾼 자리 잡고 같이 멍 때리기도 해
햇빛이 내리쬐는 뜨거운 모래밭에서 100여 명의 사람들이 해운대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지난 27일 개최된 ‘해운대 멍때리기 대회’의 참가자들은 직업, 나이, 국적은 물론이고 종(種)까지 다양했다. 이색적인 이 대회는 아직 개장되지 않은 해수욕장에서 하나의 재밌는 구경거리가 되었다.
언젠가부터 ‘멍때리기 대회’에 관한 소식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SNS 상에서 해당 대회가 퍼지면서 친한 친구를 태그 해 “너도 여기 참가해라” 하는 댓글, 유명 연예인이 참가해 우승을 했다는 사실 등이 더욱 네티즌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리고 지난 27일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멍때리기 대회가 개최되었다. 규칙은 웃거나 조는 것처럼 상식적인 멍때리기에 어긋나는 행위를 할 경우에는 경고를 받거나 탈락된다. 이에 더해 마사지, 음료, 그늘막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찬스카드가 제공된다.
개막식과 준비운동이 끝난 오후 4시 13분, 멍때리기 대회가 시작되었다.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재미 삼아 참가한 팀, 일이 끝나고 근무복 그대로 입고 참가한 사람, 길리슈트를 입고 참여한 외국인까지 참가자들은 말그대로 다양했다.
특히 60번 참가자 부기는 구경꾼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다. 경기 시작 후 20분이 지나자 기권한 부기(22, 부산 해운대구)는 “엑스포가 얼마 남지 않아서 바빴는데 휴식이 되었다”며 “일정이 있어서 기권을 했다. 건강이 우선이니까 다들 더위 먹지말라”고 전했다.
대회장 옆에 배치된 참가자들의 참가 사유에 투표를 하는 방식으로 구경꾼들도 대회에 참여했다. 호기심에 잠시 발걸음을 멈춘 성민준(29,부산 기장군) 씨는 “생각보다 진지한 분위기다”며 “땡볕에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이외에도 “운영진이 더 힘든 것 아닌가”, “나도 참가할걸”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몇몇 시민들은 아예 모래사장에 자리 잡고 앉아 멍때리기에 동참했다.
오후 5시 43분 경기가 종료되었다. 우승자 선정 방식은 심박수를 15분마다 확인해 얼마나 안정적인지와 시민투표를 합산해 계산했다. ‘공부하기 싫어서 참가했다’고 밝힌 고등학교 3학년 최예준 군이 1등의 명예와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2014년부터 시작된 멍때리기 대회는 온·오프라인, 여러 나라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개최되고 있다. 대회 주최자이자 시각예술가인 웁쓰양은 “멍때리기 대회는 스포츠이면서 퍼포먼스이고 거대한 시각예술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