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머니룩’ 유행 꺾이고, 지속가능성에 초점 맞춘 ‘올드머니룩’ 각광
소피아 리치, 켄달 제너 등 미국 유명 셀럽들이 착용해 화제 '29CM’, ‘W컨셉’등 국내 패션 플랫폼서 관련 아이템 매출 급상승
최근 과시적인 부의 표현보다는 고급스러움과 품격을 중시하는 ‘올드머니룩’이 패션계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 중이다. 여기서 ‘올드머니’란 오래된 돈 즉, 대대로 물려받은 재산을 의미한다. 자수성가, 신흥 부유층 느낌의 ‘뉴머니룩’에 반해 올드머니룩은 오랜 세월 부유한 삶을 누려온 상류층의 옷장에서 영감을 받은 스타일이다.
패션계는 최근 몇 년간 화려한 로고 플레이로 부를 과시하는 뉴머니룩이 트렌드였다. 하지만 성공을 과시하는 ‘플렉스’ 문화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패션업계는 물론 소비자들까지 피로감을 느꼈다. 이에 유행을 타지 않고 한 번 사면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패션에 초점을 맞춘 올드머니룩이 각광받고 있다.
올드머니룩에서 눈에 띄는 것은 로고나 브랜드명이 아닌 고급스러운 원단 자체에서 오는 품격 있는 분위기다. 뉴트럴 톤, 클래식한 기본 아이템, 벨트나 가방 등으로 포인트를 주는 이 룩은 소피아 리치, 켄달 제너, 벨라 하디드를 포함한 많은 미국의 유명 셀럽들이 즐겨 입어 화제가 됐다.
이같이 올드머니룩이 패션 키워드로 급부상하면서 국내 패션 업계에도 영향을 끼쳤다. 패션 플랫폼 ‘29CM’가 지난 7월 한 달간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실크·캐시미어·트위드 등 소재로 유입된 검색량이 전년 대비 20%가량 증가했다. 또 다른 패션 플랫폼 ‘W컨셉’ 역시 지난 7월 한 달간 올드머니룩 관련 제품 매출이 전년 동기간 대비 25% 증가했다.
특히 올드머니룩 스타일링 중 하나인 맥시 원피스와 롱·미디스커트의 매출 신장률은 각각 50%, 45%로 눈에 띄는 수치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지그재그, 에이블리 등 젊은 층이 많이 이용하는 패션 플랫폼에서 관련 검색량이 증가하며 추천 검색어에 ‘올드머니룩’ 키워드가 뜨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경제적 불확실성이 오히려 소비자들을 올드머니룩에 열광하게 만든 것 같다고 분석한다. 명품 컨설턴트인 로버트 버크는 팬데믹 기간에는 경기 부양책과 넘쳐나는 유동성으로 젊은 구매자들이 로고가 크게 박힌 명품을 좇았지만, 이제는 그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현재는 경제 불확실성과 함께 어느 정도 피로감이 있다"며 "사람들은 자신들이 돈이 많다는 것을 굳이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브랜드를)알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누군가는 그들이 무엇을 입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그들 사이에서는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올드머니룩의 유행이 부유한 삶을 동경하고 부의 상징을 추구하는 행동을 장려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롭게 떠오른 올드머니 키워드는 무작정 ‘비싼 가격’에 초점을 맞춘다기 보단 좋은 품질과 지속 가능한 패션을 추구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꼭 명품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깔끔하고 미니멀리즘한 스타일에 영감을 받아 유행한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의 옷이 유행하는 ‘Y2K’나 발레복을 연상하게 하는 ‘발레코어’가 유행한 것처럼 올드머니룩 역시 클래식한 패션을 즐기고 자신의 스타일을 표현하려는 하나의 패션 스타일 중 하나로 자리잡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