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아르바이트를 꺼리는 이유... “3시간 일할 거면 안 한다”
가장 바쁜 시간에만 일하는 ‘초단시간 아르바이트’ 증가
대학생들 “일은 힘든데 받는 돈은 적어 손해 보는 기분”
고물가 시대에 대학생과 업주 모두 허리띠 졸라매
2024-10-03 취재기자 김아란
‘주 2일 11시부터 14시까지 일할 분을 구합니다’.
최근 아르바이트 구인 앱에 들어가면 많이 볼 수 있는 광고 문구다. 가장 바쁜 점심 또는 저녁 피크 타임에만 일할 사람을 구하는 ‘초단시간 아르바이트’로 하루에 많아봤자 5시간, 한 주에 채 15시간을 넘기지 못한다. 이 초단시간 아르바이트로 인해 대학생들이 고민에 빠져있다.
주 10시간, 월 40시간을 기준으로 한 달 치 월급을 계산해보면 38만 4800원이 나온다. 누군가에게는 용돈으로 충분할 수 있는 금액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대학생을 기준으로 하루 최소 식비를 1만 원으로 잡아도 한 주에 7만 원, 한 달에 28만 원. 그 외 통신비, 교통비, 의류비 등을 더하면 저금은커녕 허리띠를 졸라매도 부족할 수준이다. 청년들이 초단시간 아르바이트로 버티기에는 지나친 고물가 시대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 이하나(25, 부산시 해운대구) 씨도 얼마 전 구인 앱에 들어갔다 수확 없이 나왔다. 수업이 없는 시간들을 이용해 돈을 벌고자 했으나 매일 일해야 하는 정직원 구인 광고 또는 초단시간 구인 광고들이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하루에 3시간을 일하기 위해 준비 시간, 이동시간, 교통비까지 포함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이 씨는 “조건이 극과 극이다. 주에 16시간만 넘어도 좋을 것 같은데 취업 준비를 함께 할 수 있는 알바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생활비와 학자금 벌이가 목적인 청년들은 더욱더 막막해졌다. 대학생 김지영(23, 서울시 동대문구) 씨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하루에 두 개의 일터를 오간다. 그녀는 한 곳에서 오랜 시간 일하기를 원했으나 집 주변 구인 광고들이 초단시간 아르바이트들 뿐이라 두 곳에서 일할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카페 알바가 오후 3시에 끝나면 방황하다가 5시에 음식점 알바를 하러 간다. 8시간 동안 바짝 일하면 저녁에 여가시간이라도 생길 텐데 지금은 하루를 통째로 버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일명 ‘쪼개기 알바’도 대거 등장했다. ‘쪼개기 알바’란 주휴수당 지급을 피하고자 주 15시간을 채우지 않도록 스케줄을 쪼개는 아르바이트를 말한다. 카페에서 일하는 고영서(23, 부산시 사하구) 씨는 “원래 두 명이서 8시간 동안 같이 일을 했는데 지금은 한 명이 4시간씩 한다”며 “혼자 일하느라 힘든데 주휴수당까지 못 받게 되니 그만두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주들 또한 난감한 상황이다. 높아진 최저시급에 인권비를 줄여서라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 프랜차이즈 카페의 점장 A(45, 부산시 사하구) 씨는 작년부터 한 알바생을 오래 시간 쓰지 않고 바쁜 시간대에 여러 명의 알바생을 고용했다. 그녀는 “미안하기는 하지만 손님이 없는 시간까지 알바생을 쓰기엔 부담이 너무 크다. 그 시간엔 차라리 내가 나와서 일하는 게 낫다”고 전했다.
이러한 현실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년이고 자영업자고 가릴 것 없이 살기 힘들어진 시대이기 때문이다. 업주 개인의 꼼수 혹은 청년들의 게으름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닌 근본적인 원인 해결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