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틀을 깨버린 미디어 아트 전시 ‘상실의 징후들’
해운대 미디어 전문 현대 미술관 ‘뮤지엄 원’에서 전시중 관람자, 새로운 미술 체험... 내년 8월 말까지 이어져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미디어 전문 현대 미술관 ‘뮤지엄 원’에서 ‘상실의 징후들’이라는 흥미로운 전시가 열리고 있다. 뮤지엄 원은 일반적인 미술관과는 다르게 미디어 아트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곳으로, 이번 전시에는 18명의 작가가 참여해 미래의 예술을 보여준다.
전시 ‘상실의 징후들’은 기존의 틀을 깬 예술 표현 방법을 통해 관람객이 새로운 현대 미술을 경험하게 한다. 또한 예술가들이 목격한 시대상을 작품으로 제시하여 이를 기반으로 ‘미래의 사회’를 유추할 수 있도록 한다.
구지은 – 회전하는 공동의 자아
처음 전시장에 들어섰을 때 가장 눈에 뛴 작품이다. 유리관 속 그림들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고, 거울에 비춰 더 오묘한 느낌이 들었다. 회전 간판에 부착된 파편화된 이미지의 콜라주 작업은 도시 생태계의 복잡한 층위들이 회전하여 어느 것도 뚜렷하게 볼 수 없는 혼재된 경계 장면을 연출한다. 구지은 작가는 도시의 순환구조 이면에 존재하는 탓에 자세히 볼 수 없는 대상들과 개개인의 파편화된 기억 등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장소적 경험을 제시하고 있다.
지누 박 – 노모어 아트 엔솔로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에 설치된 작품으로 모든 공간을 예술적으로 꾸민 큐레이터의 섬세함이 드러난다. 버려진 작품 위에 손글씨나 타이포그래피 형식의 페인팅을 오버랩하여 전시했다. 지누박 작가는 ‘선택’한 것은 그 주체에 의하여 가치가 제거된 회화들이고 그 위에 쓰여진 ‘NO MORE ART’를 통해 예술 작품의 창작 주체와 예술적 가치에 대한 아이러니를 이야기하고 있다.
도시의 바다
일반 작품들과 달리 누워서 감상할 수 있는 작품으로 신비한 공간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작품은 빌딩으로 밀집된 도시 속을 헤엄치는 고래의 모습을 보여주며, 고래는 우리의 자아로 대변되고 차갑고 영혼 없는 도시의 이미지는 사람들이 도시 환경에서 느끼는 소외감과 외로움을 반영한다. 작가는 고래를 우리 자신과 비교함으로써 인간성을 보존하는 것의 중요성을 상기하고 우리가 세상에서 우리 자신의 위치와 자연과의 관계에 대해 성찰하도록 자극한다.
상실의 징후들
이번 전시 중 가장 중요한 작품이기도 한 ‘상실의 징후들’은 작품의 규모부터 거대했다. 작품 <상실의 징후들>은 자본주의, 전쟁, 환경 오염, 소셜 미디어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현대 사회의 거시적인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성찰을 유도한다. 거대한 동공의 시선은 문제의 복잡성을 강조하고 시각적 효과는 혼란과 방향 상실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또한 작품은 인간관계와 공감, 자연과의 연결 상실, 도덕과 윤리 의식 상실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 작품은 1층과 2층 어디서든 볼 수 있으며, 1층에서 보는 것도 아름답지만 한 번쯤은 꼭 2층에서 내려다보기를 추천한다.
이처럼 예술가들은 전시 ‘상실의 징후들’을 통해 현대사회의 냉소적인 현상과 부작용을 작품으로 표현하여 관람객들에게 도래할 미래를 경고하고 있다. 작품들은 현대인들의 사유 부족과 소통 부재로 인한 관계 문제를 강조하고, 삶을 대하는 주체들의 냉소적인 태도에 대한 비판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번 전시는 저항 없는 현대 시대에 대한 애도와 동시대를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하여, 삶의 방향은 변하지 않더라도 삶을 대하는 온도를 변화시키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의도가 담겨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상실의 징후들’은 내년 8월 3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해당 전시 관람료는 성인 기준 1만 8,000원이며 전시 작품의 자세한 설명은 현장에 있는 책자를 통해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