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혼술'에 이은 '혼여', 올해 여행의 트렌드는 '개인화'
지난해 방일 외국인 중 1위는 한국인이 차지
도쿄의 야키니쿠 가게, ‘1인 맞춤화’ 돼 있어 이색 경험
2025-01-19 취재기자 손현아
'혼밥' '혼술'에 이어 이제는 '혼여(혼자여행)' 시대가 왔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갑진년인 올해 여행 트렌드는 초개인화 시대, 여행의 나노(nano)화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여행도 ‘1인화’ 된 것이다. 유튜브만 봐도 ‘0N년생 혼자여행’, '여자, 남자 혼자여행'이라는 제목으로 수많은 영상들이 존재한다. 지난해 방일 외국인 중 1위는 한국인이다. 한국인들이 많이 방문하는 일본은 혼밥 문화가 보편화 돼 있기 때문에 '혼여'의 장소로 자주 꼽힌다.
일본은 ‘라멘’, ‘규카츠’ 등 혼자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많지만 점차 혼자서 방문하는 여행객이 많아짐에 따라 ‘고기’까지 혼자 구워 먹을 수 있는 곳이 있었다. 그래서 직접 방문해 봤다.
도쿄의 1인 야키니쿠 가게인 ‘야키니쿠 라이크’에 들어가자 테이블마다 하나씩 놓인 태블릿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혼자서 직접 주문하기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태블릿을 통한 주문은 편해 보였다. 언어의 장벽이 높더라도 영어 메뉴판으로 변경도 가능했기에 무리는 없어 보였다. 또 개인에 맞게 밥 양도 조절해서 주문이 가능했다.
시선을 아래로 두니 서랍이 있었다. 서랍에는 젓가락과 물티슈 등 필요한 것 들이 구비돼 있었다. 더 아래로 시선을 내리니 옷과 짐을 보관할 수 있는 큰 바구니가 놓여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한 메뉴들이 나왔다. 마치 내 앞에 맞춤화 된 식탁을 차려주는 느낌이었다. 혼자 먹기 좋은 양으로 된장국과 고기들이 나왔다. 다 같이 고기를 먹다 보면 누가 구울 지, 어느 부위를 먹을지 눈치 봐야 할 경우가 생기곤 한다. 그러나 혼자 먹으니 눈치 보지 않고, 혼자 먹고 싶은 부위를 구워 먹을 수 있어 편안했다.
현지에 맞는 일본 노래와 고기 굽는 소리, 식기가 부딪히는 소리만 날 뿐 가게 내부가 시끄럽지 않아서 좋았다. 천천히 굽고 먹다 보니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누군가와 함께 먹으면 먹는 속도를 느낄 수밖에 없다. 내 속도에 맞지 않게 급하게 먹다 보면 체하기도 하고, 상대보다 너무 빨리 다 먹었을 땐 허공의 젓가락질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곳에선 아무 신경 쓰지 않고 나만의 속도대로 먹을 수 있어 좋았다.
다 먹고 계산 할 때도 ‘혼자’다. 영수증을 스캔하고 결제 수단을 고르면 된다. 마치 은행의 ‘ATM’ 기기처럼 돼 있다. 한국인을 위해 한국어도 설정되어 있어 더욱 편리했다.
여행이 초개인화 시대를 맞이하고, 일본에 방문했을 때 혼자서 ‘야키니쿠’를 먹고 싶다면 한 번쯤 방문해 볼 만한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