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 한 줄 서기’가 사고를 부른다
2014-01-16 김혜경
지난 2월, 서울시내 한 지하철역에서 한 승객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던 중 중심을 잃고 핸드레일 밖으로 떨어져 사망했다. 같은 달 부산에서는 에스컬레이터 구동체인이 끊어지면서 타고 있던 승객 10여명이 중심을 잃고 쓰러져 중경상을 입는 사고도 발생했다.
한국 승강기 안전관리원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발생한 국내 승강기 안전사고 중 35.5%가 에스컬레이터에서 일어났다고 밝혔다. 사고 형태는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고 뛰다가 다치거나 끼이거나 추락하는 경우 등이다. 전체 에스컬레이터 사고 중에서, 넘어지는 경우는 전체의 59%, 끼이는 경우는 전체의 38%, 추락하는 경우는 전체의 3%를 각각 차지했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사고는 ‘한 줄 서기 문화’에서 왔다는 주장이 있다. 승객들이 걷거나 뛰어 올라가다가 옆 사람과 충돌해 넘어질 경우 한 줄 서기로 나란히 서 있는 뒷사람들에게 차례로 위협을 가하기 때문이다. 힘없는 노인이나 여성, 아이는 윗사람이 넘어지면 막아낼 방법이 없어 더욱 위험하다. 또 노인들의 경우, 오른편 자리를 확보하지 못하고 왼편으로 걸어 올라가다 힘에 부쳐 넘어지는 부상 사례도 있다.
한 줄 서기 문화는 에스컬레이터 기기 자체에도 영향을 준다. 에스컬레이터 한쪽 부분만 무게를 받기 때문에 에스컬레이터를 움직이는 체인이 고장을 일으킨다. 이는 급정지, 역 주행의 원인이 되어서 또 다른 대형 사고를 만들 수 있다.
부산 중구에 거주하는 김지은(23) 씨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오른편에 서 있다가 왼편에 뛰어올라가는 사람과 부딪혀 넘어질 뻔했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은 블로그 기자단과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안전시민협의회와 공동으로 지난 3월 23일 서울 강변역사에서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안전이용 캠페인'을 펼쳤다고 밝혔다. 행사는 두 명이 한 조를 이뤄 에스컬레이터를 두 줄로 탑승한 후 핸드레일을 잡고 움직이지 않는 '체험 퍼포먼스' 형태로 한 시간 가량 진행됐다. 이 퍼포먼스는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또 캠페인 참석자들은 시민들에게 승관원에서 발행하고 있는 격월관지인 '승강기' 1000부를 배포하고 직접 홍보용 피켓을 제작해 시민들에게 안전한 에스컬레이터 이용을 호소했다.
또, 내달 11일 승강기안전관리원에 따르면, 이화여자대학교 아우르기(싸이클럽)가 지난 3월에서 5월말 매주 2회씩 지하철 2호선 이대역사를 중심으로 두줄서기 퍼포먼스, 피켓홍보, 홍보물 배포, 포스터 전시회 등 안전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