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갈망하는 탈북자에게 사랑은 사치일 뿐...영화 ‘로기완’을 보고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영화 ‘로기완’이 자체 글로벌 비영어권 영화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지난달 13일 밝혔다. 영화 ‘로기완’은 배우 송중기의 출연으로 더욱 기대를 모았다.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삶이라는 끈을 놓지 않는 탈북자 로기완과 끊어질 듯한 삶의 끈을 굳이 잡을 이유를 잃어버린 마리. 로기완과 마리가 만나 서로 사랑을 하며 역경을 이겨내는 이야기다.
영화 ‘로기완’은 조해진 작가의 장편소설 ‘로기완을 만났다’(창비,2011)를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영화 ‘로기완’으로 감독 데뷔를 한 김희진 감독은 원작 소설을 더 드라마틱하게 만들기 위해 소설에는 없는 인물 마리와 마리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영화 ‘로기완’ 속 주인공 로기완 역을 맡은 송중기 배우는 난민이 겪는 고난과 장벽을 완벽히 묘사하였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보는 사람의 몰입도를 높여주고, 캐릭터의 이해를 도와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또한 영화 ‘로기완’은 벨기에를 배경으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촬영하여 색다르고 이국적인 풍광이 영화의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점이 신선하다.
하지만 영화 속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력과 배경을 제외하고는 모든 게 아쉬운 영화다. 원작처럼 로기완이라는 인물에 초점을 두고, 마리와의 사랑 이야기의 비중을 줄였다면 어떨까.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벨기에로 간 탈북자가 주인공인 영화에서 마리와의 사랑 이야기는 사치일 뿐이다.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점점 보이지 않아 탈북자인 로기완 캐릭터에 몰입하기 어렵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영화 앞부분에는 로기완의 삶 이야기로 가슴을 절절하게 만들고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는 반면, 후반부로 갈수록 빨라지는 전개와 뜬금없는 로맨스로 급하게 마무리되어 더욱 아쉬움이 뒤따른다는 반응이다.
‘그럼에도 결국 사랑이 이긴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어린 나이에 속하는 21살 나. 아직 어려서인가. 탈북자의 삶을 살아보지 못해서인가. 아니면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 고난을 같이 이겨내는 절절한 사랑을 안 해봐서인가. 영화 ‘로기완’ 속 로기완과 마리의 사랑이 이해하기 어렵고 공감되지 않는다. 송중기는 “7년 전에는 기완의 서사가 생존에서 로맨스로 이어가는 지점이 공감되지 않았다. 하지만 7년 후인 지금, 이들의 사랑이 공감이 됐다”라고 말했다. 나도 배우 송중기처럼 몇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내가 조금 더 성장하고 삶과 사랑에 대해 더 깊은 생각과 경험을 통해 로기완과 마리의 사랑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영화 ‘로기완’은 메시지가 로기완의 인생 이야기인지, 사랑 이야기인지 모호하다. 가고자 하는 방향 또한 명확하지 않다. 사랑만으로 개연성이 되는 시대는 이제 지난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영화 ‘로기완’은 기대에 비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