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한국 관광, ‘여전히 불편해’

2013-01-16     김경민

88 서울 하계올림픽, 2002년 월드컵,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확정하면서 한국은 명실상부 세계 4대 주요 스포츠 대회를 모두 치르는 국가가 되었다. 더불어 아시아를 기점으로 시작된 한류는 남미를 거쳐 유럽에 닻을 내렸다. IT 업계에서는 애플의 유일한 대항마로 부상하고 있는 삼성이 승승장구하고 있고, 도요타의 침체에 기회를 잡은 현대와 기아 자동차는 미국 시장에서 수요가 연일 급상승하고 있다. ‘코리아’라는 국가 브랜드가 세계 속에 녹아들고 있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국내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늘었다. 한국관광공사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은 2009년에 771만 7533명에서 2010년에 879만 7658명으로 12.5% 증가했고, 2011년 7월까지의 관광객은 521만 108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를 보이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관광 수입도 올해 7월까지 61억 1000불로 전년 동기 대비 15.7% 성장했다. 하지만 요즘 국내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국은 아직도 외국인들을 위한 편의 시설이나 대책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작년 12월, 호주인 앤드류(19) 씨는 모처럼 자국의 연말 장기 연휴를 맞아 관광차 한국을 찾았다. 과거에 서울과 부산을 여행한 경험이 있는 그는 이번에는 시골 탐방을 주제로 한국을 방문한 것. 그러나 시골 탐방 계획은 그의 첫 번째 목적지였던 강원도 주문진에서부터 그리 녹록치 않았다. 언어적인 의사소통 문제는 그렇다 치더라도, 외국인을 위한 관광 소책자 한 부를 얻을 수 있는 관광 안내소도 찾기 힘들었다. 그나마 영어로 된 표지판도 간간히 눈에 띄는 정도였다. 그는 “민박집 아주머니의 친절한 도움과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한국 시골 여행은 오지 체험과 다름없다”며 자신의 한국 시골 탐방기를 회상했다.
 

지난 2월, 대만인 에리카(25) 씨와 케이트(30) 씨는 휴가를 맞아 한국 친구들이 거주하고 있는 부산을 방문했다. 인터넷을 통해 부산의 명소를 찾고 직접 정리까지 해온 그들은 광안리의 한 횟집으로 들어갔다. 식사를 마친 그들은 식사 비용으로 18만 원을 청구받았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았고, 그들은 한국의 물가가 비싸다고 생각하여 별다른 의심 없이 식사 비용을 지불했다. 며칠 후, 그들은 한국 친구들을 만나 그 이야기를 꺼냈고, 한국 친구들은 에리카 씨와 케이트 씨가 ‘바가지’를 썼다고 알려주었다. 그들은 씁쓸한 마음을 가지고 대만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앤드류 씨와 에리카, 케이트 씨처럼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불편함은 결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앤드류 씨는 친구들과 아시아 여행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뛰어난 경치와 문화적 특색이 있는 한국은 일본과 중국에 이어 꼭 가봐야 할 나라로 분류된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외국인이 편하게 여행할 수 있는 기본적인 시설이 부족한 것도 한국의 특색이라”고 꼬집었다.

에리카 씨는 한국 아이돌 그룹인 ‘동방신기’의 팬이라서 한국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고 한국의 문화와 언어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 그는 “대만은 한국에 대한 편견이나 비난이 유독 많은 나라인데 요즘 한류나 품질 좋은 한국 제품 때문에 인식이 많이 달라져서 주변에도 한국 관광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늘어나는 외국인의 한국 관광과 발생할 수 있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한국 정부와 관련 기관들은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을까.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재단 법인인 한국방문위원회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 방문의 해’로 선포하고 외래 관광객 1000만 명, 관광 수입 130억불, 관광 경쟁력 세계 20위권 진입이라는 목표로 지난 2008년 출범했다.

위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지정된 숙박 업체에서 외국인이 3박이나 4박을 할 경우, 무료로 1박을 더 제공하는 ONE MORE NIGHT PROMOTION 프로그램과 무료셔틀버스, 열차와 쇼핑 등의 할인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또 2008년 전국 330개였던 관광 안내소를 2011년 9월 현재 387개로 확충했다.
 

앤드류 씨에 의하면, 호주는 작은 마을에서도 인포메이션 센터(관광 안내소)를 매우 쉽게 찾을 수 있고, 관광객들은 가장 먼저 마을 단위의 인포메이션 센터를 들러서 안내 소책자나 지도 등을 구할 수 있다. 그는 “하지만 한국은 그런 시설이나 홍보가 아직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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