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동해 석유가스 탐사사업의 이해 / 이철우 교수

여러 논란 속 기술적 부분 이해 필요 저류암 내 원유 있어도 20~40%만 회수 가능 탐사직전 단계 불확실성, 차분히 지켜봐야

2024-06-12     충북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이철우
충북대 지구환경과학과 이철우 교수가 동해 석유탐사에 관한 기술적 부분을 설명한 글을 보내왔습니다. 이 교수는 석유탐사 분야의 전문가입니다. -편집자 주

동해의 석유 및 가스(이하 석유가스) 탐사사업을 둘러싸고 정치적인 의견이 난무하고 있다. 이런 논란을 차분히 지켜보려면, 석유가스 탐사사업(Exploration, Development and Production, 보통 E&DP, 혹은 E&P 사업이라 함)의 실제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동해 탐사사업을 비롯한 E&P 사업에서 흔히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두 가지 내용을 간략히 설명한다.

첫째, 석유가스 자원량에 관한 이해다. 석유를 포함해 땅속 깊이 묻혀있는 광물자원의 양을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석유가스는 지하의 풀장과 같은 곳에 모여 있지 않다. 현미경으로 보아야 보이는 암석 내의 조그만 ‘틈(공극)’에 스며있다. 그러니까 원유를 포함하는 지층의 암석도 겉보기에는 보통의 돌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암석 내의 공극이 많을수록 더 많은 석유가스가 채워질 수 있으므로 좋은 저류암(석유가스로 채워질 가능성이 있는 공극이 발달한 암석)이라 할 수 있다. 공극율이 10% 이상이면 보통의 저류암이고, 공극이 20-25%이면 대단히 좋은 저류암이다. 저류암의 공극 일부만이 석유가스가 채워지고, 물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석유가스가 충진된 저류암에 들어 있는 석유가스의 양은 ‘원유로 채워진 저류암층의 부피’ × ‘공극률’ × ‘원유 포화도’가 된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석유가스는 지하 깊은 곳의 미세한 공극 내에 들어 있기 때문에 모두 끄집어낼 수 없다. 공극 내의 유가스(석유+천연가스)는 저류암을 덮고 있는 두꺼운 지층 때문에 높은 압력을 받고 있어, 생산정을 뚫으면 자연적으로 지상으로 분출될 수 있다. 그러나 원유를 생산할수록 가해진 압력이 떨어지므로 전부 뽑아낼 수 없다. 대개 저류암 내의 원유 가운데 20-40%만 회수할 수 있으나, 저류암의 상태와 생산설비의 종류 등을 포함한 수많은 요소가 회수 과정에 영향을 미치므로, ‘회수율’은 유전마다 다르고, 저류층마다 다르며, 같은 유전이라도 생산 시기별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자원량은 위의 공식에 ‘회수율’을 곱해야 하고, ‘부피계수(저류층 조건에서의 원유 부피/지표 조건에서의 원유 부피)’로 나누어야 한다. 여기서 부피계수(Formation Volume Factor)는, 지하의 온도와 압력이 지표와 달라, 저류암 내 원유의 부피와 지표에서의 부피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보정하는 계수인데, 일반적으로 원유의 경우 1 이상이고 가스의 경우는 1보다 작다. 그래서 자원량은 ‘저류암층의 부피’ × ‘공극률’ × ‘원유 포화도’ × ‘회수율’ ÷ ‘부피계수’이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점은, 탐사 단계에서는 위의 공식에 필요한 변수 가운데 어느 것도 하나의 값으로 정할 수가 없고 인근 유전의 저류암이 갖는 변수의 범위를 활용하여 추정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탐사지역 인근 생산 유전들의 저류암의 공극률이 5-13%, 원유 포화도는 70-90%, 회수율은 30-40%, 부피계수가 1.1-1.15라 하면, 부존량은 각 변수가 일정한 분포 범위 내의 값을 갖기 때문에 하나의 값으로 구할 수 없다. 이때, 각 변수의 최소값을 취하면 가장 작은 자원량이 나올 것이고, 각 변수의 최대값을 취하면 가장 큰 자원량이 나올 것이다. 계산된 자원량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여러 학문 분야에서 활용하는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활용한다. 곧, 컴퓨터를 이용해 각 변수마다 해당 변수의 분포 범위 내에서 임의로 한 값을 선정한 다음, 위의 공식을 적용해 자원량을 계산한다. 이 과정을 2000-3000번 되풀이하여 얻은 값(탐사 자원량)을 작은 값부터 큰 값까지 나열한다. 그렇게 크기별로 늘어놓은 자원량 가운데 하위 10%의 값은 P90(90%의 확률로 이보다 많은 자원량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이라 하고, 상위 10%의 값은 P10(10%의 확률로 이보다 많은 자원량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이라 한다. P10=100만 배럴, P90=20만 배럴이라면 20만 배럴 이상은 90%의 확률로 기대할 수 있고, 100만 배럴 이상은 10% 정도의 확률로 기대해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으로 얻은 값을 이용해 얻는 P10, P50, P90을 사용해 0.3P10 + 0.4P50 + 0.3P10의 식(Swan’s Rule이라 함)으로 계산한 단 하나의 값을 탐사단계에서 추정할 수 있는 자원량의 대푯값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림1:

둘째, 석유가스 사업단계에 대한 이해다. 석유가스를 발견하기 이전에는 위의 자원량은 ‘탐사 자원량(prospective resources)’이라 부른다. 탐사 자원량은 시추 전에, 다시 말해 미발견 상태의 유망구조에서 확률적으로 계산된 기대 가능한 자원량으로 불확실성이 큰 값이다. 사업단계가 낮을수록 불확실성은 더 크고, 사업이 진행될수록 불확실성은 작아진다. ‘그림1’에는 석유가스 탐사사업의 각 단계별 작업 내용과 소요 시간 및 소요 비용을 개략적으로 표기하였다. 첫 단계에서의 자원량 평가는 해당 지역의 기존 유가스전에서 생산된 유가스의 평균량을 기초로 ‘면적당 배럴’ × ‘광구의 면적’으로 계산하여 추정한다. ‘그림2’에서 보듯이 이 방법에 의한 추정값의 범위가 큰 만큼 불확실성이 아주 크다. 현재 동해 탐사사업처럼, 탐사자료로부터 유망구조가 도출된 시추 직전이 되면, 유망구조의 부피를 활용한 양적인 해석(용적법 계산)이 가능해지므로 탐사 자원량의 추정값 범위가 전 단계에 비해 좁혀진다. 그리고 생산단계가 되면, 실제 생산 실적 자료와 생산량 감소 패턴을 이용해 좀 더 신뢰성 있는 자원량을 얻을 수 있다. 이처럼 시추 이전의 미발견 상태에서 탐사 자원량은 불확실성이 크며, 사업단계가 진행되면서 불확실성이 줄어들 뿐이다.

석유 자원이 발견 이후에 경제성 평가를 거쳐, 수익성이 판명되어 실제 투자 대상이 되는 ‘가채매장량(proved reserve)’은 투자자의 보호를 위해 엄격한 규정에 따라 공시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석유지질학회(AAPG), 석유공학자학회(SPE), 세계원유위원회(WPC), 석유자원평가공학자회(SPEE) 등과 함께 확률론적인 가채매장량 평가 규정을 제정했다. 그 내용은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한다.

그림2:

위의 E&P 사업의 각 단계를 질병 치유 과정에 비유하면, 먼저 대략적인 질병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해당 질병을 제대로 진료해 줄 만한 병원과 의사를 찾아 각종 검사를 받은 후, 주치의의 진단을 받은 다음, 수술과 회복 과정을 거치는 것과 유사하다. 현재 동해 탐사사업의 단계를 환자 진료 과정에 비유하면, 전문의가 각종 진단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진단을 내리고 시술을 앞두고 있는 단계와 같다. 해외 용역업체가 탐사 설비가 없는 1인 기업인데 믿을 수 없다는 의견이 있는데, 경험 많고 특정 질병에 정통한 의사가 각종 진단 장비를 갖추지 않아도 기존의 검사자료만으로도 올바로 진단할 수 있다. 같은 원리로, 탐사자료 해석전문가 역시 탐사 설비를 갖추지 않아도 기존 자료를 바탕으로 얼마든지 설득력 있게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탐사자료 해석전문가가 엄청난 탐사 설비를 갖추어야 제대로 일할 수 있다는 주장은 궤변이나 마찬가지다.

위 ‘그림1’에서 보듯이 현 단계는 시추 직전 단계로, 기존의 각종 탐사자료를 해석하여 유망구조를 도출하고, 대략적으로 기대할 만한 탐사 자원량의 수치를 통계적으로 제시한 단계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요소는, 지질학적인 지식과 경험에 입각해 유망구조를 도출해 내는 지질학적 진단력 또는 추론 능력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컴퓨터 성능의 놀라운 향상과 함께 고등수학을 활용한 해석 소프트웨어의 개발보급으로 지하 지층을 입체적으로 관찰하고 다양한 특성을 분석할 수 있다. 그런 소프트웨어와 워크스테이션을 활용할 수 있으면, 멀리 떨어진 사무실에서도 얼마든지 최첨단 자료 해석이 가능하다. 여기에 풍부한 지식과 경험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전문의가 모니터상에 띄워 놓은 CT 이미지를 보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환자 상태를 진단하여 설명하듯이, 탐사자료를 해석하는 필자와 같은 지질전문가 역시 마찬가지 방식으로 모니터상의 지층 이미지를 보고 보통 사람이 잘 알 수 없는 특성을 인지하고 분석하여 유망구조를 도출한다. 탄성파 자료해석을 공부하는 필자는, 아브레우 박사와 석유공사 지질전문가들이 그 동안 축적된 다양한 탐사자료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새로운 이론에 입각해 창의적으로 해석하기를 소망한다. 이 과정에서 모든 경험과 최신 지식을 활용했다면, 우리는 지금 지질전문가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지질학적 리스크를 잘 검토하기를 기대하며 지켜볼 때다. 아직은 모든 것이 불확실한 사업단계이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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