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벽이 아니라 벌레라고요?”...팅커벨 가고 러브버그 왔다
지난해 비해 열흘 이상 빠르게 나타나 짝짓기 모습에 ‘러브버그’란 이름 붙어 피하고 싶은 벌레지만 해충이 아닌 익충
동양 하루살이 일명 ‘팅커벨’이 떠난 자리를 새로운 벌레 ‘러브버그’가 차지했다.
암수가 꼬리를 맞대고 짝짓기를 하고있는 상태에서 이동해 ‘러브버그’라고 불리기도 하는 붉은등우단털파리가 도심 곳곳에 출몰하고 있다.
시민과학플랫폼 ‘네이처링’에 따르면 지난 2일 인천 부평구에서 올해 첫 러브 버그 목격담이 올라왔다.
2년 전부터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러브버그는 지난해 서울 은평구, 경기 부천시 등 수도권 중심으로 6월쯤 나타났다. 올해는 열흘 이상 빠르게 출몰했다. 이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출현 시기가 빨라진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폭염주의보도 일주일가량 빠르게 내려지며 이른 더위가 찾아왔다.
담벼락, 방충망, 차량, 건물 등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양새와 사람에게 날아드는 습성, 징그러운 비주얼에 많은 이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러브버그 퇴치법이 널리 공유되고 있을 정도로 사람들이 벌레에 혐오감을 느끼고 있다.
시민들은 “산책갔다가 러브버그가 몸에 엄청 붙었다”, “붙어서 떨어지지도 않는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벌레 공포증이 없는 사람조차도 피하고 싶게 만든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에게 불편과 공포감을 주는 러브버그는 해충이 아닌 익충으로 분류된다. 독성이 없고 인간을 물거나 질병을 옮기지 않는다. 또 농작물을 해치거나 생태계를 교란하지도 않는다. 러브버그의 유충은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고 성충은 꽃의 수분을 돕는다.
러브버그는 암컷 한 마리가 100~350개의 알을 낳고, 생존 시기는 성충 수컷은 3~4일, 암컷은 일주일 가량으로 수명이 매우 짧다. 번식 이후 암수 모두 자연 소멸한다. 지난해 대량으로 나타난 러브 버그도 약 2주 후 거의 사라졌다.
러브버그 퇴치법으로는 ▲살충제 및 벌레 기피제 사용 ▲어두운색 옷 입기 ▲휴지, 빗자루, 청소기 등 물리적인 방법 ▲물을 싫어하는 특성 이용하기 ▲창문 틈새 및 방충망 보수 등이 있다.
동양 하루살이와 러브버그 등은 환경이 이로운 익충이기 때문에 무분별한 화학적 방역보다는 주거지 중심으로 제한적인 방충 활동을 해야한다는 입장도 많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고, 지구온난화로 인해 매년 최악의 무더위가 찾아오고 있는 만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방역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