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끼'를 살렸더니 어느덧 매니지먼트사 CEO 돼 있더라"

행사 전문 MC 겸 방송 리포터로 활약하는 '쇼단 매니지먼트' 신지원 대표 인터뷰 / 이원영 기자

2016-08-23     취재기자 이원영
지난 5일 부산 사직 야구장에서 행사 전문 MC 겸 방송 리포터 신지원이 공연팀과 함께 롯데자이언츠 응원 무대를 선보였다(동영상: 신지원 유튜브 채널).

요즘 돌잔치, 결혼식에서 빠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 바로 행사 전문 MC. 수많은 이벤트 대행사, 전문 기획사의 MC 중에서 “사람을 키우는 일을 하고 있다”는 ‘쇼단 매니지먼트’의 CEO 신지원(32) 씨를 <시빅뉴스>가 만났다. 부산, 경남 지역에서 행사 전문 MC 뿐만 아니라 방송 리포터로도 활약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먹방 리포터, 행사 전문 MC 신지원

그는 KNN <생방송 투데이> ‘맛있는 오늘’에서 먹방 리포터로 1년 여간 활동해 오고 있다. 그는 방송 출연 전부터 먹방에 일가견이 있었다. 지난해 6~7개월간 개인 블로그 ‘대한민국 1등 쑈쟁이’를 운영하며 ‘먹쇼(먹다+쇼를 하다)’라는 맛집 투어 시리즈 영상을 제작해 업로드했다. 어느새 고기, 디저트, 밥, 면, 술 5가지를 주제로 한 80편의 콘텐츠가 쌓였다. 블로그 방문자 수가 늘면서, 그의 먹쇼를 눈여겨 본 방송국으로부터 프로그램 출연 제의가 들어왔다. 먹는 것을 좋아해 자발적으로 시작했던 일로 방송 진출의 기회를 잡게 된 것.

방송으로 얼굴이 알려지기도 했지만, 그는 행사 전문 MC로 더 유명하다. 프로 MC가 되기 전 그가 처음 무대에 오른 것은 한 아르바이트 현장이었다. 때는 2002년, 대학 입학 후 1학년 1학기를 마친 그는 재밌게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한 놀이공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그런데 아르바이트 공고에도 없던 행사 진행을 덜컥 떠맡게 됐다. 그는 “당황스러움 보다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는다는 설렘이 더 컸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어려서부터 남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초등학생 때 ‘학교 다녀왔습니다’를 외치자마자 방으로 들어가 1시간 동안 거울을 보면서 가수 현진영, 서태지의 노래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곤 했다. 대학에 입학해서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장기자랑에 참가했다. "다들 몇 십명씩 단체로 오르는 무대에 나는 혼자 나가서 노래하고 춤을 췄다. 딱 무대 체질이다. 스스로도 그런 끼가 있음을 진작 알고 있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군 제대 후 시간이 흘러 2005년 4월, 그는 새로 문을 연 한 뷔페의 주차 요원으로 일하러 갔다가 그가 진행에 소질이 있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뷔페 관계자로부터 “돌잔치 행사의 진행을 맡아보겠느냐”는 제안을 받게 됐다. 이 일이 계기가 돼 그는 행사 MC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은 내로라 하는 프로 MC지만, 초창기에는 행사 진행 도중 관객들로부터 “진행자를 바꿔라”는 질타도 받았고, 진행이 서툴러 쫓겨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는 마이크를 잡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MC는 그가 좋아하는 일이자 잘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

그는 “그 때만 해도 MC는 사람들 앞에 서서 말만 하는 사람이었다. 그걸 보면서 ‘MC는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추면 안되나? 내가 먼저 해보자’ 하고 생각했다”며 차별화를 꿈꿨다고. MC로 활동한 지 1년차에 접어들면서 혼자 소화하기에 버거울 만큼 행사 섭외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함께 일할 사람을 수소문하다가 학과 후배들과 동업하기로 결심하고는 ‘쇼단 매니지먼트’를 설립했다. 지금은 부산, 경남 지역은 물론 전국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을 만큼 회사가 성장했지만, 초창기에는 대학생들이 차린 소규모 회사였다.

“사람을 키우는 회사를 만들겠다”

그는 대표, 사장이라는 타이틀을 버렸다. 평범한 이벤트 회사도 거부했다. ‘쇼단’의 의미는 ‘쇼를 하는 집단’이다. 그는 “사람을 키우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설립 초기의 목표를 토대로 회사에는 매니지먼트란 용어를, 자신에게는 쇼단장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는 “'리더(Leader)'의 ‘L’을 ‘R’로 바꿔 읽으면 사람의 마음을 읽는 사람이 된다. 그런 리더가 되는 게 모토”라고 말했다.

쇼단 매니지먼트는 부산, 대전에 지사를, 전국 각지에 계약을 관리하는 사업장을 두고 전문 사회자를 양성하고 있다. 현재 돌잔치, 결혼식, 기업 행사, 레크레이션, 개관식, 송년회, 대학 축제 등 사회자가 필요한 행사와 공연팀, 연예인 섭외 업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행사와 무대를 기획하고, 전문 사회자 교육을 맡고 있는 신 단장은 MC, 댄서, 연주자 등 직원 50여 명을 이끌어가고 있다. 그는 경성대 신문방송학과에서 배운 전공을 살려 얼굴 근육 풀기, 발성법 등을 활용한 기본적인 스피치 교육에서부터 행사 현장에서 레크레이션 실무 교육까지 담당하고 있다. 쇼단의 MC는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6~7개월의 교육 과정을 거쳐 현장에 투입된다.

수염과 선글라스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 그는 자신을 비주얼 MC, 퍼포먼스 MC라고 소개했다. 그는 “MC들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기본적인 방법으로 ‘스팟 기법’을 쓰는데 보통 ‘여러분 박수 준비’와 같은 말로 호응을 유도하는 것이다. 나는 무엇보다 퍼포먼스 MC로서 관객에게 보이는 모습에 신경 쓴다. 내가 가진 노래와 춤, 개인기도 무기가 되지만, 첫인상이 관건이다. 때문에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처음 내놓는 말은 달라야 한다. ‘오늘 행사를 시작하겠습니다’는 뻔한 말보다 ‘아, 배고프네요,’ ‘너무 덥지 않습니까’라는 가벼운 말을 툭 던지면 사람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일제히 고개를 돌려 쳐다본다. 이어질 말을 궁금하게 하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각종 행사에서 MC로서 그가 하는 일은 단순히 그 자리의 분위기를 띄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에서 행복을 얻는 사람이다. 그는 “관객들의 피드백은 마치 마약과도 같다. 관객에게 박수 받지 못하고, 잊혀진다면 아쉬움이 클 거다. 때문에 내 무대 영상을 끊임없이 돌려 보며 모니터링한다. 20대 초반에 시작했던 일을 어느덧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서까지 하고 있다. 일에서 얻는 성취감이 없었다면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순탄대로의 길을 걸어 온 젊은 CEO 같지만 그에게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2007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소규모 돌잔치 뷔페를 차렸다가 유지가 힘들어 사업을 접은 적도 있다. 빚을 떠안게 됐지만, 일을 하며 차츰 빚을 갚았다. 또, 그가 키워낸 사회자와 직원들이 독립해 나가는 바람에 매니지먼트 사업에도 타격을 받기도 했다.

 “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직원들에게 월급은 줘야 한다”는 일념으로 버텨 왔던 그는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려고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한 달간의 여행길에서 그는 몸을 사리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에 생각이 미쳤다고. "내 몸과 정신을 건사해야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고, 주변 사람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을 그때까진 몰랐다. 내 인생에서 중요한 건 결국 나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매사를 기회로 삼아라”

MC 신지원은 오늘도 무대에 오른다. 그는 전문 MC, 댄서, 공연단의 교육 콘텐츠, 행사 기획 위주로 쇼단 매니지먼트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유재석, 강호동처럼 40대가 넘어서까지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방송인을 보며 ‘나라고 못할까’ 하는 오기가 생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 무대가 스스로에게 초라해 보인다면 과감히 그만둘 각오로 매순간 임하고 있다. MC로서 은퇴해도 후배들을 양성하는 일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1인 미디어 시대에 발맞춰 부산 콘텐츠 유니버시아드와 함께 먹방 콘텐츠를 활용한 유튜브 채널의 제작을 기획하고 있다. 또, 대학원에서 외식서비스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졸업 후 방송 일을 병행하며 스피치 교육 등 강의에 나설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는 “아버지께서 선생님이셨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내 아들이 ‘우리 아버지는 선생님이다’라고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도록 교육자로서 활동 방향을 꿈꾸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 진출을 앞둔 후배들에게 “매사를 기회로 봤으면 좋겠다. 살면서 젓가락까지 손에 쥐여 줘서 그냥 집어 먹기만 하면 되는 그런 기회가 세 번 온다. 하지만 막상 눈 앞에 기회가 왔을 때는 그게 기회인지 조차 모른다. 그 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나도 내가 아르바이트로 시작해서 MC로 성공할 줄은 몰랐다. 그렇기 때문에 평범한 아르바이트든, 누군가의 부탁이든, 자신에게 주어지는 일에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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