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빈발하는 렌터카 사고, 알고보니 '장롱면허'가 주범
면허 딴 지 1년이면 운전 실력 따지지 않고 대여...보완책 마련 시급 / 이령희, 최은진 기자
지난달 20일 강원도 고성군 고성읍 33번 국도에서 렌터카를 몰던 10대 3명이 덤프트럭을 추돌해 모두 숨진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사고 승용차를 빌린 운전자는 지난해 9월 운전면허를 취득했지만 운전에 미숙했다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앞선 사례처럼,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해 운전대를 잡았다가 사고를 겪는 운전자가 적지 않다.
렌터카란 고객의 수요에 응하여 유상으로 대여되는 자동차를 의미한다. 하지만 운전경험이 부족하거나 오랫동안 운전하지 않은 이른바 '장롱면허'를 가진 운전자들이 렌트해서 빈번하게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여행객이 증가하는 휴가철에 렌터카 사고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 5년 동안 7월 16일부터 8월 31일까지의 여름 휴가철엔 렌터카 하루 사고 건수가 16.8건으로 평상시 하루 평균 14.5건보다 약 16%나 늘어났다. 렌터카 이용자는 특성상 낯선 지역을 운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또한, 상대적으로 운전경험이 적은 20대 운전자에 의한 렌터카 사고가 34.9%를 차지해 타 연령대에 비해 훨씬 높은 사고율을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관광지로 이름난 제주도가 가장 높았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렌터카 교통사고는 2011년 237건에서 2015년 525건으로 급증했고, 사상자도 427명에서 952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1.4건꼴로 렌터카 교통사고가 발생해 약 2.6명의 사상자가 난 셈이다.
최근 대학생 안모(24) 씨 역시 렌터카를 빌려 친구들과 제주도에 놀러 가 렌터카 사고를 경험했다. 운전이 미숙했던 안 씨는 후진하다 뒤에 있던 돌과 충돌했다. 큰 소리가 나서 문을 열고 나가 보니 자동차의 뒷바퀴가 빠져 있었다. 그 이후로 안 씨는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더는 운전대를 잡을 수 없었다. 그는 “운전 경력 없이 렌트를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 사건이었다”고 털어놨다.
렌터카를 빌릴 때는 대여조건이 맞는 운전자에게만 차를 빌려준다. 렌터카 회사마다 구체적인 조건은 차이를 보이지만, 대체로 대여조건은 9인승 이하 렌터카는 만 21세 이상으로 2종 보통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만 가능하다. 또, 면허취득일로부터 1년 이상 지나야 하며, 1년 이상의 운전경력이 있는 자에게만 대여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차를 빌릴 때 렌터카 회사는 나이나 면허소지 여부만 확인할 뿐 운전 경력과 운전 능력은 확인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구들과 드라이브를 하기 위해 렌터카를 대여했던 송모(23) 씨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차를 빌렸다. 송 씨는 렌터카 대여조건인 면허 취득 1년이 넘었지만, 실제로는 운전을 몇 번 해보지도 않은 초보 운전자였다. 그는 교통이 번잡한 곳을 지나가다 결국 접촉사고를 겪었다. 송 씨는 “운전면허 취득일로부터 1년이 지나면 빌릴 수 있다고 해서 빌렸는데, 실질적 운전경력은 1년이 되지 않아 운전이 미숙해서 사고가 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모(22) 씨도 나이가 만 21세 이상이며, 운전면허 취득일로 1년 이상 지나야 차를 빌릴 수 있는 조건의 렌터카를 대여했다. 최 씨는 면허를 취득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운전해 본 경력은 하루도 되지 않았다. 그는 차를 빌리고 나서 위험천만한 상황을 몇 번이나 겪어야 했다. 최 씨는 “초보 운전자들은 방어운전이 전혀 되지 않는다. 내가 아무리 운전을 잘해도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사고가 날 확률이 높은 것 같다”고 밝혔다.
한 렌터카 영업점의 관계자는 실질적인 운전 경력으로 1년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운전면허 취득일로부터 1년이면 사실상 렌터카 대여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만약 운전자가 눈에 띄게 운전 실력이 미숙한 경우에는 각 지점에서 렌트를 제지하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 그의 전언. 그는 “렌트를 해주는 영업점에서는 고객의 실력을 일일이 판단할 수가 없다”며 “영업점에서는 고객이 차를 몰 만한 운전 실력이 있기 때문에 렌트한다는 전제 아래 차를 빌려 준다”고 덧붙였다.
전국 렌터카 사업조합 연합회 관계자는 운전자의 실력이나 실제 운전경력이 수치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므로 확인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운전미숙으로 인한 렌터카 사고를 막기 위한 확실한 해결 방안은 없지만, 현재 여러 가지 방안들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경찰청은 개인정보보호법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사업자들이 차를 빌려줄 때, 운전자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또, 제주도와 같이 과속 위험이 있는 지역에서는 속도 제한 장치를 장착하는 문제를 놓고 관계 당국과 논의 중이다. 그는 “사고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한 젊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전체 보험을 든 경우라도 사고 처리 비용의 일정 부분을 부담시키는 제도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