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사각지대 야외 운동기구, 자칫하면 되레 다치기 일쑤

고장·파손 방치, 부적절한 위치 선정...시설 및 관리 기준 조차 미비 / 최은진 기자

2017-08-24     취재기자 최은진
등산을 즐기는 주부 김모(47, 부산시 금정구 부곡동) 씨는 얼마 전 산에서 운동기구를 타다 미끄러운 발판 때문에 미끄러져 다칠 뻔한 적이 있다. 김 씨는 “운동기구가 오래된 것 같은데도 제때 교체가 되지 않아 위험해 보였다”며 “당국이 설치만 해놓고 나 몰라라 할 게 아니라, 체계적인 사후 관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가 주민들의 건강을 챙긴다며 공원이나 등산로 등에  운동기구를 다투어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시설은 설치 장소가 부적절한 데다 고장 나거나 파손된 채 방치된 운동기구도 적지 않다. 이런 관리 소홀이 안전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 소비자원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최근 3년 동안 소비자 위해 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야외 운동기구에 의한 위해 사례는 총 53건이다. 2013년에는 12건, 2014년은 17건, 2015년 24건을 기록하면서 위해 건수가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 사고 수치를 보면, 특히 만 10세 미만의 어린이가 39건(73.5%)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이어, 10대는 5건(9.4%), 60, 70대가 각각 3건(5.7%)을 차지했다. 사고 위험에 대한 인식이 모자란 어린이나 신체 기능이 노화한 노약자에게서 주로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 사고원인은 운동 공간이 확보되지 않아 발생한 충돌이 22건(41.5%)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운동기구를 타다가 미끄러지거나 넘어지는 사고가 15건(28.3%), 기구에 눌리거나 끼이는 사고가 8건(15.1%), 기구에서 추락한 사고가 7건(13.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야외 운동기구가 설치된 전국 체력단련시설 50곳을 조사했더니 운동 시설의 설치 장소가 부적절한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려 7곳(14.0%)이 낭떠러지 근처나 경사가 가파른 산비탈에 기구가 설치되어 있었다. 낭떠러지 주변에는 추락방지 시설조차 없어 사고 위험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기구 간 간격 역시 너무 비좁아 사고의 위험이 있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한의 운동공간이 확보되지 못한 곳이 34곳이나 됐다. 28곳은 기구가 고장 또는 파손되어 있었다. 20곳은 기구의 고정이 불안정하고, 흔들리는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다. 또한 13곳은 기구 발판의 미끄럼 방지처리가 되어 있지 않아 미끄러지면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야외 운동기구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기구이기 때문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기구 이용방법 또는 주의사항 등을 보기 쉽게 표시해야 한다. 그러나 이용 방법이나 주의사항 등의 정보가 표시되지 않은 것도 조사대상 중 20곳이나 됐다.  현재 야외 운동기구는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생활체육시설로 분류돼 있지만 안전과 관련한 시설 및 관리 기준은 미비한 상태다. 한국 소비자원은 야외 운동기구의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해결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 소비자원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 있는 관리기준를 개선하고 설치 기준을 명확히 정하도록 문화체육 관광부와 국가 기술 표준원에 건의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