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정보 단톡방에 들어갔다가 욕설만 잔뜩 들었어요"
스팸과 욕설로 얼룩진 채용사이트 단톡방...모욕죄 등으로 처벌 가능성 커 / 이슬기 기자
일부 취업 커뮤니티 사이트가 제공하는 공채정보 단체 카톡방 등이 스팸 메시지나 회원들 끼리의 욕설 공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단체 카톡방 등에서의 이같은 행위가 형법상 모욕죄 등에 해당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옴에 따라 앞으로 '카톡방 송사'가 줄을 이을 가능성도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공채정보 대화방은 취업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모인 모바일 대화방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공채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이런 채용정보 단체 카톡방을 이용하는 취업 준비생들이 많다.
공채정보 단톡방 안에서의 사적인 대화를 금지해 개인적인 대화를 하면 강제퇴장시키는 곳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일반 대화방과 같은 방법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언제든지 대화방 내 사람들과 개인적인 카톡 또는 개별적인 대화방을 개설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개설된 대화방에서는 스팸성 메시지나 욕설이 와도 관리자가 따로 제한할 방법이 없다.
취업 준비생 정모(26) 씨는 공채정보를 받기 위해 취업 커뮤니티 카페에서 제공하는 단톡방에 가입했다. 어느 날 해당 단톡방 가입자들이 또다른 단톡방에 대거 초대됐는데, 새로 만들어진 단톡방에는 불법도박 사이트 안내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알고 보니 스팸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공채정보 단톡방에 초대된 사람 중 한 명이었고 취업 준비생인 척 들어와 불법광고를 한 것. 정모 씨는 “그런 스팸성 메시지를 받으니까 굉장히 불쾌했고 누군가가 내 정보를 쉽게 가져다 썼다는 것도 기분이 나빠서 대화방을 나와버렸다”고 말했다.
문제는 스팸성 광고뿐만이 아니다. 단체 대화방에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무차별적 욕설 메시지를 받는 피해도 생기고 있다. 한 취업 커뮤니티 카페에서 활동하는 닉네임 ‘하늘들꽃’은 “모르는 사람이 개인 카톡으로 욕설을 보내왔는데 단체 대화방 사람이었다”며 “좋은 정보를 공유하려 만들어진 대화방이 이런 식으로 쓰인다니 어이가 없다”고 글을 남겼다.
그러나 단체카톡방에서 상대방에게 욕설하거나 비방하면 모욕죄로 처벌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최근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모욕적인 댓글을 달았다가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것이 대표적 사례.
대법원 2부는 지난 4일 정모(57)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정 씨는 2014년 8월 자신이 다니는 대학의 같은 학과 공부 모임 회원들로 이뤄진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여성인 회장 A(58) 씨에 대해 "무식이 하늘을 찌르네, 눈 장식품이야? 무식해도 이렇게 무식한 사람은 내생에 처음같네요. 거의 국보감인 듯"이라는 글을 올려 모욕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채팅방에 올린 글의 내용과 문맥, 그 표현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등에 비춰보면 정씨의 표현은 모욕적인 언사에 해당하고 이런 표현이 집단채팅방에서 이뤄져 다른 대화자들에게 전파됐으므로 공연성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독취사,' '닥치고 취업,' '잡코리아' 등 많은 취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단체 채용정보 카톡방이 운영되고 있지만, 따로 스팸, 욕설 등에 대한 특별한 제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취업 커뮤니티 카페 관계자는 “유저들이 개인적으로 카톡하는 것까지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2차 피해가 가지 않도록 개인적인 주의를 주고 있지만 심한 경우엔 대화방 폐쇄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