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무법자 오토바이, 길 가다 머플러 화상 날벼락
섭씨 300도 고열에 아차하면 데이기 일쑤...법규 미비로 보상도 불가능 / 정인혜 기자
최근 초등학교 3학년 아들과 장을 보러 나섰던 주부 최모(33) 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길을 걷던 아들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며 바닥에 주저앉은 것. 영문도 모른 채 아이를 들쳐업고 병원으로 뛰어간 최 씨는 ‘화상 2도’라는 진단을 받았다. 담당 의사는 ‘오토바이 배기통 열에 의한 화상’이라는 소견을 내놨다.
최 씨는 “길을 걷다가 화상을 입을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 안 해봤다”며 "행인에게 화상을 입힐 정도의 위험한 장비에 보호대가 없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얼마 전 친구와 함께 스쿠터 여행을 떠난 여대생 정모(25) 씨. 스쿠터 하차 과정에서 화상을 입었다. 상품 구매 당시 배기통과 관련한 어떠한 안전수칙도 듣지 못했다는 정 씨는 “기분 좋게 떠난 여행에서 상처만 안고 돌아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토바이 배기통, 이른바 '머플러'에 의한 화상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없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 8월 우리나라 이륜차 누적 등록 대수는 2,160만 1,504대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자동차 등록 대수 2,146만 2,224대를 조금 웃도는 수치다. 그만큼 오토바이가 일상화됐다는 뜻이다.
문제는 안전 관리다. 보호대를 장착하지 않은 머플러에 화상을 입는 경우가 더러 발생하기 때문이다. 오토바이 머플러는 오토바이 후면에 장착된 내연기관으로 시동을 걸면 70~100°C, 주행 시에는 200~300°C까지 온도가 오른다.
하지만 이에 대한 홍보나 관련 법규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등 안전 대책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알고 있다. 시중에는 머플러 보호대가 판매되고 있지만, 이를 장착한 오토바이는 극소수에 그친다.
부산의 한 화상 치료 전문병원에 따르면, 오토바이에 의한 화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한 달 30여 명에 달한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의사 박모 씨는 머플러에 의한 화상이 가장 많다고 귀띔했다.
그는 “오토바이에서 내리다 화상을 입는 일은 물론, 길을 걷다 화상을 입는 사례도 있다”면서 “단백질 변성이 일어나는 온도에 사람의 피부가 버틸 리는 만무하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주차된 오토바이에 화상을 입은 경험이 있다는 최모(34) 씨는 "오토바이 주인에게 책임을 물으려 했는데 경찰 측은 관련 법규가 없어 처벌하기가 어렵다고 했다"며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는 말이 이런 상황에 쓰이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인터넷에 ‘오토바이 머플러’를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화상 관련 글들이 다수 보인다. 머플러의 위험성은 모두 인정하지만, 정작 도로교통법 등 관련 법률에는 보호장비 설치에 대한 조항은 없다. 이 때문에 오토바이 커뮤니티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헬멧은 안 써도 가죽바지는 입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떠돈다. 오토바이 제조사가 출시할 때부터 오토바이 차체에 머플러 보호대 장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 남부 경찰서 담당 경찰관은 “불법으로 튜닝한 머플러는 단속 대상이지만 머플러에 보호대를 장착하지 않았다고 해서 법적으로 제재하기는 어렵다"며 "관련 법규가 정확하게 마련될 때까지는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주의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