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정지’ 폭스바겐, 리스 방식으로 우회해 꼼수 판매

행정처분 직전 딜러사 차량명의 등록해 소비자에 사후 판매...환경부는 "증거 잡기 어렵다" 뒷짐만 / 정인혜, 박준우 기자

2016-09-12     취재기자 정인혜, 박준우

환경부로부터 판매정지 제재를 받은 폭스바겐이 일부 차량을 리스 방식으로 우회해 편법 판매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독일의 자동차 회사 아우디폭스바겐은 지난 8월 2일 배출가스 및 소음 성적서 조작 등의 혐의로 32개 차종, 80개 모델에 대해 한국에서의 인증취소 및 판매정지 행정처분을 받았다. 아우디폭스바겐의 배출 가스 저감 장치 조작사건을 수사하던 중 이들이 국내 인증 과정에서 위조 서류로 불법 인증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8월 아우디폭스바겐 신규등록 대수는 총 552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달 등록 대수 5,941대보다 90.7% 감소한 수치다. 특히 이중 폭스바겐 자체 판매 대수는 76대로 전년 대비 97.6% 줄었다. 

하지만 폭스바겐 개별 딜러사들이 판매 정지된 모델을 ‘리스’로 판매하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자동차 리스는 이용자가 원하는 자동차를 회사 명의로 구입해 일정 기간 이용자에게 사용 권리를 양도하고 매월 리스료를 지급받는 계약이다. 계약 만료 시 고객들은 자동차를 반납하거나 매입할 수 있다. 폭스바겐은 이 점을 이용해 고객들에게 선등록된 차를 리스로 양도하고, 매입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차를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자동차를 사기 위해 정보를 모으던 이효정(29) 씨는 친구로부터 깜짝 놀랄만한 소식을 들었다. 판매 정지된 폭스바겐 차량 ‘골프’를 싼 가격에 매입할 수 있다는 것. 이에 폭스바겐 매장을 찾은 이 씨에게 담당 딜러는 “처음 계약 형태만 리스일 뿐, 곧바로 명의 이전이 가능해 사실상 매매와 다를 바 없다”고 설명했다. 해당 차량은 아우디가 판매정지 처분을 받기 전 미리 등록한 차량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 될 것도 없고, 오히려 싸게 구매할 수 있으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득이라고. 

이 씨는 “법적으로는 문제 될 게 없다지만 판매 중지처분을 받은 차량이라 불안한 마음에 구매를 포기했다”면서도 “솔직히 저렴한 가격에 마음이 흔들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코리아 측은 차량 판매는 폭스바겐코리아가 아닌 개인 딜러사들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자신들은 해당 판매 건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관계자는 “본사는 차량 수입까지만 관여하고, 판매 자체는 개별 딜러사에서 진행하는 것”이라며 “딜러사들이 자체적으로 프로모션을 통해 차량을 판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리스 계약을 직접 담당하는 폭스바겐 파이낸셜 측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유지했다. 계열사는 동일하지만 취급하는 업무가 다르기 때문에 자신들의 책임이 없다고.

관계자는 “파이낸셜 서비스가 리스 건을 취급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캐피털로 진행되는 내용 확인을 도와주는 것 이외엔 차량 매매 건에 참여하는 게 없다”며 “상환 방법 등 계약 실행에 안내만 해줄 뿐 판매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폭스바겐 딜러사들의 입장은 이와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딜러 A 씨는 폭스바겐코리아 측이 판매 중지를 예상하고 행정처분 직전에 딜러사에 차를 나눠줬다고 증언했다. 이 때 배당받은 차 명의를 딜러사로 등록해 현재 리스로 판매하고 있다는 것. 

그는 “회사 내부적으로 리스 차량 판매를 권고하는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한국에 들어온 물량이 있는 이상 최대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판매중단 조치를 우회한 사실상 '꼼수' 판매다. 기업 윤리상 비난 받을 행위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를 법적으로 문제 삼기는 다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이 행정 처분을 예상하고 서둘러 등록을 마친 차량을 대상으로 '리스'에 나섰기 때문이다. 행정처분을 받은 날짜 이후로 신차를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행정명령에는 사실상 위배된 바가 없다.

박봉철 변호사는 "판매 정지 처분 전 차량 등록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폭스바겐이 이를 고의로 이용했다는 정확한 증거를 포착하지 못하는 이상 문제 삼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행정 처분 이전에 차량 등록이 이뤄졌고, 명의 부분에서도 문제 삼을 게 없어 시비를 가리기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정부나 행정기관에서 소를 제기했을 때 충분한 논란거리는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행정처분을 내린 환경부 측에서는 사실상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 교통환경과 관계자는 지난 9일 시빅뉴스와의 통화에서 “행정처분 이전에 등록한 차량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문제 삼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폭스바겐 측에서 판매중지 처분을 예상하고 그전에 차량을 선등록했다는 정확한 증거가 잡히면 몰라도, 그게 아닌 이상 책임 추궁이 어렵다"며 “도의적으로는 문제가 있을지는 몰라도 법적인 처벌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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