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택시기사 정보공개 ... 반기는 승객들
부산 시민들이 택시기사의 이름정도는 알고 택시를 탈 수 있게 됐다. 부산시가 앞좌석에만 부착했던 택시기사 정보를 올해 7월부터 뒷좌석에도 부착하도록 한 것이다.
승객들은 앞좌석에서는 기존에 시행되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택시운전자격증명을 볼 수 있다. 여기에는 택시기사의 사진, 법인택시일 경우 조합이사장 직인, 면허취득시기 등이 명시되어있다. 그리고 뒷좌석에서도 택시기사의 이름과 소속법인을 볼 수 있다. 기존에 있던 불편신고엽서함 오른쪽 면에 이 같은 내용이 부착된 것이다. 앞좌석과 뒷좌석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앞좌석에는 택시기사의 사진이 함께 있지만 뒷좌석은 사진이 없다는 것이다
부산시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계기는 공청회에서 나온 시민단체의 건의였다. 시민단체는 택시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예방하고 승객안전을 보장해 줄 것을 여러차례 부산시에 요구했다. 앞좌석에만 택시운전자격증명을 부착하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뒷좌석에 앉은 승객이 택시정보를 알기 힘들기 때문에 위험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을 보면, 운송사업자는 승객이 자동차 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위치에 택시와 택시기사의 정보를 게시하여야 한다. 이 경우 택시운송사업자는 앞좌석의 승객과 뒷좌석의 승객이 각각 볼 수 있도록 2곳 이상에 게시하여야 한다. 여기서 택시정보란 ‘회사명(개인택시운송사업자의 경우는 게시하지 아니한다), 자동차번호, 운전자 성명, 불편사항 연락처 및 차고지 등을 적은 표지판’이다.
이같은 부산시의 결정에 대해 택시 승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대학생 신용욱(23) 씨는 “(뒷자리에도 택시정보를 부착하는 것은) 여자들에게 꼭 필요한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여자친구를 택시에 태워 배웅할 때면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때문에 택시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폰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기도 했다. 미리 전화번호를 지정해 두면 승차한 택시의 차량번호와 위치정보를 보낼 수 있는 기능을 이용한 것이다.
또 다른 대학생 박정연(22) 씨는 “이제는 뒷자리에도 편안하게 탈 수 있을 것 같다”며 반겼다. 택시를 탈 때면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조수석까지 눈길을 돌려 택시기사의 정보를 보는 것이 불편해 뒷좌석에 타지 못했기 때문이다. 택시기사를 의심하는 것으로 보일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택시 업계도 부산시의 정책을 수긍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부산에서 가장 많은 500여 대의 택시를 보유하고 있는 동신운수는 앞좌석과 뒷좌석 모두에 택시기사의 정보를 부착하고 있다. 간혹 택시를 불안하게 생각하는 승객을 보며 택시의 사고나 범죄를 예방하고, 안전성을 높이는 의미로 이 회사는 부산시의 정책을 받아들이고 있다. 동신운수의 이진우 업무과장은 “전 직원이 (기사정보를 명시하는 정책을) 승객의 안전과 보호를 위한 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택시 승객이 운전기사의 정보를 보기 편하도록 하는 정책은 택시기사가 700만 명에 달하는 서울시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택시물류과 담당자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번 달부터 법인택시의 앞좌석에 운전자격증명을 부착하고 뒷좌석에는 택시운행정보 안내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이 스티커에는 차량번호, 차고지, 회사명, 고객만족센터 등이 적혀 있다. 또한 서울시는 오는 11월부터는 택시운행정보 안내스티커를 개인택시로까지 확대해 시행할 방침이다. 아직 공식적인 요청은 없지만, 서울시는 타 지자체에서도 이와 관련한 문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경너머 대만에서도 택시를 타면 기사의 정보를 두 군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수석에는 우리의 두 배 정도 되는 크기의 택시영업허가증이 붙어있고, 조수석 뒤에도 같은 크기의 허가증을 붙여놓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