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지급금 늘어 손해"라며 지진보험 가입 막았다가 역풍
"꼼수 영업" 비난 거세지자, 뒤늦게 가입 재개...지진보험 표준약관 정비 시급 / 정혜리 기자
2017-09-23 취재기자 정혜리
경북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한 후 지진 관련 보험을 알아보는 사람이 급증하는 와중에 보험업계가 지진이 계속되자 지진보험 판매를 막아 비난을 자초했다. 보험업계는 소비자의 불만이 폭주하자 판매를 재개했지만, 너무 잇속에 빠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몇몇 보험사는 경주에서 지난 12일 규모 5.8 지진이 발생한 다음날 지진 담보특약 신규 가입을 전면 거절하도록 하는 내부 지침을 마련했다. 지진 보험을 들 수 없다는 보도가 계속되자, 보험사들을 향한 비판이 일었다. 결국 지난 22일부터 일시적으로 중단했던 지진특약 판매는 재개됐다. 다만 지진이 발생한 경상북도 경주 지역은 지진 피해 여부를 확인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빌라에 거주하는 이연옥(26, 부산시 연제구) 씨는 “19일 지진이 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입하고 있는 화재보험사에 상담전화를 걸었는데 지금은 (지진 특약보험 가입이) 안 된다는 이야기만 들었다”고 말했다. 며칠 전 지진 특약 보험을 넣었다는 이누리(29, 울산시 남구) 씨는 “보험회사에 다니는 친척에게 ‘보험 가입이 막힌다’는 이야기를 듣고 급하게 보험에 가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보험상품의 판매를 중단한 이유에 대해 한 보험사 관계자는 “지진이 계속될 경우 손해율이 크기 때문에...”라고 말끝을 흐렸다. 특히 가입 거부는 부산, 울산, 대구 지역에 집중됐다고 업계 관계자들이 전했다.
일반적으로 지진보험은 화재보험 안에 특약 형식으로 가입할 수 있다. 지진손해담보는 보험료가 몇백 원밖에 하지 않는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선 지진 피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장은 1억 원 정도까지 되기 때문에, 일단 피해가 발생하면 가입자에게 유리하다. 평수에 따라 보장금액 한도가 달라지는데 보통 보장금액 1억 원 내외로 가입한다. 평수가 클 경우 더 넣을 수 있고, 평수가 작을 때는 액수를 적게 한다. 지진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택화재보험 담보를 넣어도 총 보험료는 2~3만 원이고 대다수 만기가 되면 일정 부분 돌려주는 환급형이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보험사의 상품 판매 중단을 막을 방법은 없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진특약 등은 법적으로 의무보험이 아니기 때문에 계약을 인수하도록 강제할 근거는 없다는 것.
한편 대부분의 지진 특약 보험 약관을 살펴보면, 여진으로 인한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다. 현재 국내 손해보험사 중 화재보험 속 특약이 아닌 지진 피해만을 보장하는 지진 전용 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없다.
우리나라도 경주 지역을 중심으로 지진 피해가 일어난 만큼 국회나 금감원 등이 지진 보험의 요율과 지급 액수 및 범위 등을 포함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 지진 관련 보험 상품의 표준 약관을 제정하는 등 보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