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주정꾼 행패 치닥거리에 경찰 치안력 낭비 심각"
처벌에 앞서 음주문화 개선 운동 펼쳐졌으면 / 부산 다대지구대 순경 류현준
나는 부산의 사하경찰서 다대지구대에서 근무하는 신참 경찰이다.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시빅뉴스의 ‘시민발언대’가 있다고 해서 문을 두드린다.
지구대에서 근무하다 보면, 하루에도 여러 번 술에 취한 채 들어와 경찰관들에게 욕설과 폭언을 퍼붓거나 고성방가를 하며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경찰은 이런 사람들을 주취자(酒醉者)라 부른다. 하도 그런 사람들이 많다 보니 술주정뱅이 행패꾼을 부르는 공식 경찰 명칭이 생긴 것이다.
일단 주취자가 지구대에 들어오면, 지구대 내 경찰 2~3명이 그 주취자를 전담해서 주시하고 감시하고 있어야 한다. 각종 경찰 장비, 무기고가 있는 경찰관서에서 그가 어떤 돌발행동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범죄예방을 위해 순찰을 돌고, 강력 범죄의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상시 출동 태세를 갖춰야할 경찰 인력이 주취자 때문에 발이 묶여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긴급을 요하는 각종 강력 범죄가 발생해도 대응이 느려질 수밖에 없다. 세월호 사건 이후 경찰은 골든타임을 중요시하고 있다. 그런데 한 명의 술주정꾼 때문에 경찰 출동과 초동조치가 늦어지면 또다른 심각한 2차, 3차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법과 문화는 다른 나라에 비해 술에 관대하다. 만취해서 경찰에 경미한 폭행과 욕설을 해도 그동안 경찰은 온정적으로 대처해 온 것이 사실이다. 경찰도 주취 소란을 피우는 사람들이 원래 본성이 악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필자가 그들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어 보면 다들 그렇게 술에 취해 분노를 표출할 만한 저마다의 깊은 사연이 있다. 그들과 충분히 대화하고 화를 누그려트려서 귀가조치시키려고 하지만, 전혀 대화도 통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행패를 부리는 사람은 처벌하는 것이 당연하다.
2013년부터는 경범죄 처벌법 3조 3항이 개정돼 ‘술에 취한 채 관공서에서 몹시 거친 말과 행동으로 주정하거나 시끄럽게 한 사람’을 6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할 수 있게 했다. 뿐만 아니라, 사안에 따라서는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으 경찰관이 입은 정신적・물질적 피해에 대해서는 민사소송까지 당사자에게 청구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경범죄처벌법 개정 3년째인 요즘도 관공서 주취소란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전국의 경찰들은 매일 밤마다 주취자들로 생고생을 하고 있다. 특히 24시간 열려 있고 시민들이 제일 접근하기 쉬운 지구대는 주취자들 행패의 단골 피해장소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광주 서구의 한 주민센터에 주취자가 찾아와 “추석인데 선물을 왜 안주냐“며 난동을 부린 사건이 발생했다. 주취자들이 이제는 경찰관서뿐만이 아니라 주민센터 등 전국의 다양한 관공서를 노리고 있다. 상황이 이 지경으로 변했으니, 이제는 국가적 홍보와 계도활동이 필요한 단계가 됐다.
국민들은 보다 나은 치안서비스를 요구한다. 경찰관들도 그 요구에 맞춰 양질의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정말 도움이 필요한 시간에 경찰이 주취자들을 상대하고 있다면, 과연 우리나라의 올바른 치안 서비스가 가능할까? 아주 상식적이고 현실적인 문제가 주취자 처리 문제다. 그러나 주취 소란자에 대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처벌보다는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 올바른 음주문화가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서 경찰의 한 사람으로 제안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음주문화 개선, 주취자에 대한 홍보와 계도활동을 펼쳐주었으면 한다. 언론도 이를 널리 알리고, 시민단체들도 나서주며, 대학교 학생회 등 젊은이들도 협조가 필요하다. 안전은 가장 시급한 우리의 행복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