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 자가진료 금지"...수의사법 개정안에 찬반 의견 분분

"병원비 너무 들어 키우기 어렵다" vs "동물학대 막으려면 수의사 진료 당연" / 이슬기 기자

2016-10-10     취재기자 이슬기
지난 5월, SBS 프로그램 <동물농장>에서 ‘쇼윈도 속 새끼 강아지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강아지 공장’의 실태가 고발돼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린 적이 있다. 특히 인공수정이라는 이름으로 발정유도제를 맞힌 강아지의 정액을 주사기로 자궁에 주입하는 장면과 의료 시술 자격이 없는 번식 농장의 주인이 개들에게 직접 마취제를 주사하고 제왕절개 수술을 진행하는 장면은 애견 자가 진료를 법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현재까지는 수의사법 시행령 제12조(수의사 외의 사람이 할 수 있는 진료의 범위)에 따라 자기가 사육하는 동물에 대한 진료행위는 허용됐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자가 진료 허용 예외범위’를 축산업 대상 동물로 한정하고,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은 금지하는 내용의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전문의가 동물을 진료하도록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당혹해 하고 있다.  예방접종 비용이 부담스러운 많은 견주들이 지금까지 백신을 구입해 직접 주사를 하는 ‘자가 예방접종’을 해왔기 때문이다. 강아지는 생후 4개월 전까지 종합백신(DHPPL), 코로나, 켄넬코프, 광견병 등의 백신 접종을 통해 항체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게다가 개는 사람과 달리 접종해도 면역력이 평생 동안 유지되지 않기 때문에 매년 추가접종을 해야 한다. 생후 4개월까지의 예방접종 비용만 해도 20만 원이 들며, 매년 한 번씩 하는 추가 예방접종과 기생충 예방 비용을 합하면 1년에 약 20만 원 정도가 든다. 한 번 병원에서 예방접종할 때 드는 비용은 5만 원 정도. 하지만 동물 약국에서 예방접종 약과 주사기를 사서 직접 접종하면 1만 원쯤 든다. 강아지 자가 예방접종을 해온 박모(25, 부산시 북구 화명동) 씨는 자가 진료가 불법이 되면 강아지 키우는 데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걱정한다. 박 씨는 “병원에 가서 진료하게 하고 주사 한 대 맞추면 몇 만 원이 깨지는데, 강아지 수명이 10년이 넘는다고 치면, 강아지 한 마리에 몇 백만 원이 든다”며 “나쁜 의도가 아닌 예방접종까지 자가로 할 수 없으면, 돈이 없어 강아지도 못 키우게 될 것이며 비용 때문에 버려지는 유기견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의 한 동물약국 관계자는 자가 예방접종에 대해 “목덜미를 쥐어서 도드라지는 살에 놓으면 되는 간단한 진료이기 때문에 비교적 위험이 적고, 병원에 가는 것보다 저렴해 현재까지 많은 애견 주인들이 해온 방식”이라고 말했다. 반면, 예방접종은 전문의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반려견을 키운 적 있는 이 모(54, 부산시 동래구) 씨는 “예방접종은 약품을 몸에 투여하는 일이고, 특히 백신은 바이러스나 미생물을 일부러 주사하는 것인데 수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찡***' 블로그에는 강아지 자가 예방접종에 대한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각종 백신 약과 주사, 알약 사진과 함께 자가 접종 방법 등이다. 내용에는 "아플까봐 천천히 누르면 안 들어갈 뿐만 아니라 강아지도 아프고 겁 먹어 몸부림치면 더 큰일," "순식간에 팍 넣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너무 깊이 들어가면 신경이나 척추에 주삿바늘이 들어가서 큰일," "혹시 잘못 주사했다면 바로 쇼크가 오거나, 24시간 내에 이상이 생기는데 24시간이 지나서도 괜찮으면 잘 놓았다는 증거" 등 자가 예방접종 등의 요령을 담은 글들이 나열돼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자가 진료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꾸준하게 내왔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약은 전문지식이 필요한 것인데 전문지식 없이 투여하면 크게는 동물이 사망에 이를 수도 있고, 동물들의 건강 문제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다”며 “동물보호 차원에서 자가 진료 금지를 해야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