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외관상 표가 나지 않는 초기 임신부 위한 ‘핑크라이트’ 캠페인 확대 / 이슬기 기자
2017-10-04 취재기자 이슬기
지난 9월 27일 경기도 과천에선 지하철 노약자석에 앉아 있던 임신부를 70대 노인이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임신부 A 씨에게 노인 B 씨는 자리를 양보할 것을 수 차례 요구했다. A 씨는 자신이 임신 중임을 알렸지만, B 씨는 "임신한 게 아니면서 그런 척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확인을 해야 한다"며 A 씨의 임부복을 걷어 올리기까지 했다. 언론들 보도에 따르면, B 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A 씨의 배를 가격하기까지 했다. 결국 함께 지하철에 타고 있던 탑승객들이 경찰에 신고해 A 씨는 다음 역인 인덕원역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찰에 연행됐다. 당시 A 씨가 타고 있던 전동차에는 임산부 배려석이 따로 없었다.
초기 임신부들은 배가 많이 부르지 않아 임신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초기에는 태아가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기 때문에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실제로 24주차 이전의 초기 임신부들이 유산하는 확률은 15% 이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신부가 노약자에 속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배가 많이 부르지 않은 초기 임신부들은 임산부석을 비켜달라는 말도 하기 쉽지 않다.
외관상 표시가 나지 않는 임산부들이 이런 불편 없이 배려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보건소는 임산부 교통카드와 카드지갑 목걸이를 홍보물로 나눠주고 있고 일부 도시철도는 '임산부 뱃지’를 발급하고 있다. 보건소에서는 임산부 등록을 한 사람들에게 임산부 목걸이 등을 나누어 주는데, 임산부 등록을 하려면 산부인과에서 받은 임신확인서와 신분증이 필요하다. 임산부임을 알리는 뱃지 등을 착용하면 초기 임산부들도 대중교통의 임산부석을 이용할 때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
필요에 따라서 시중에 판매하는 임산부 뱃지를 구매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임산부뱃지 후기에 인터넷 아이디 'kral***' 씨는 "처음에는 창피하기도 하고 무슨 효과가 있을까 했지만 많은 도움이 돼 임신 4개월인 지금 이 뱃지 없으면 지하철 타기가 겁난다"고 후기를 남겼다.
수영구보건소 모자보건실 관계자는 “사람들이 임신 초기에는 잘 알아채지 못하기 때문에 로고가 그려진 목걸이와 교통카드, 가방고리 등을 착용해 임신부임을 알리라고 안내한다”고 말했다. 또 모자 보건실 관계자는 “임산부 석, 목걸이 등 임산부를 표시하는 로고가 많이 생겼지만 관심이 없는 어르신들 중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많아 홍보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임산부 뱃지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뱃지를 착용해도 소용이 없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네이버 '퍼*' 블로그 운영자는 “가방에 달아서 타고 다녔는데도 일주일 동안 단 한 번도 자리 양보를 받지 못했다”며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임산부 뱃지를 한 번 슥 쳐다만 볼 뿐”이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다.
부산시는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핑크라이트 캠페인’을 부산-김해경전철을 중심으로 시행하고 있다. 핑크라이트 캠페인은 임신부 자리 양보 캠페인으로 핑크라이트 비콘을 가진 임신부가 핑크라이트의 2m 정도 거리에 접근하면 불이 깜박이게 한 것이다. 핑크라이트는 저전력 블루투스를 이용한 차세대 근거리 통신기술를 이용해 GPS보다 정교한 위치 파악이 가능하다. 새로운 IOT기술이 적용된 핑크라이트는 뉴욕타임즈, BBC, 워싱턴 타임즈 등 세계적인 언론에 소개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부산시 소통기획담당 관리팀은 앞으로 도시철도 1호선부터 4호선까지 핑크라이트를 점차적으로 확대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비콘은 임신부 확인증 등 임신부 사실을 확인 후 부산시청 소통기획담당관실 또는 부산-김해경전철 주요 역 사무실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또, 핑크라이트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우편으로 받을 수 있다.
핑크라이트를 관리하고 있는 부산시 소통기획담당 관리팀은 “초기 임신부들은 다른 승객들이알아차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승객의 입장에서도 양보할 의사는 있지만 양보를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핑크라이트 캠페인 이후 많은 특히 초기 임신부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