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들, PC방서 성인용 게임하며 입에 담지못할 욕설 주고받고...

연령제한 '오버워치' 게임하며 일탈 일쑤....소란 피워 툭하면 경찰 출동하기도 / 김주영, 이도희 기자

2016-10-04     취재기자 김주영, 이도희
대학생 이대희(20, 부산시 남구 대연동) 씨는 최근 부산 대연동의 한 PC방에서 불쾌한 경험을 했다. 누군가 의자를 미는 느낌에 이 씨가 고개를 돌려 보니, 대여섯 명의 초등학생들이 "에미 X졌냐, 아 미친 XX야" 등 입에 담기 어려운 거친 욕설을 하며 '오버워치'라는 게임을 하고 있었다.  주변 다른 손님들도 초등학생이 신경 쓰이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손님 중 누군가가 15세 미만이 할 수 없는 오버워치 게임을 초등학생이 하고 있다고 신고했는지, 잠시 후 PC방에는 경찰이 출동했다. 초등학생들은 부모에게 허락을 받았다고 변명하다가 경찰들에게 이끌려 PC방을 나갔다. 이 씨는 “요새 PC방에서 오버워치 게임을 하는 초등학생들을 신고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경찰이 단속나온 것을 실제로 본 적은 처음이다. 사실 PC방에서 조용히 게임만 하는 초등학생들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PC방에서 거친 욕설을 하며 연령이 제한된 게임을 하는 초등학생들을 신고했다는 글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15세 이상만 이용할 수 있는 게임 오버워치를 PC방에서 하고 있는 초등학생을 "연령제한 게임을 학생들이 하고 있으니 선도 바란다"는 내용으로 경찰에 신고해 PC방에서 초등학생들을 쫓아내는 것이다. 많은 네티즌들은 “통쾌하다," "개운하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게임 등급제의 허점으로 인해 유소년들이 폭력적인 게임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에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거침없이 고함을 지르고 패륜적 욕설을 뱉는 이들의 게임 중 행동방식에도 우려가 크다. 지난 달 ‘DC인사이드’라는 커뮤니티 사이트의 '오버워치 갤러리'에서 PC방에서 오버워치를 하고 있는 초등학생을 신고했다는 내용의 글이 화제가 된 이후 PC방에서 초등학생들을 보면 신고하는 일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이런 일을 온라인에서는 ’정의 구현했다‘고 표현한다. ’초딩 어택‘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초등학생들이 PC방에서 큰 소리로 욕설하는 행동이 일상화되다시피했기 때문이다. PC방을 자주 가는 대학생 김민성(23, 부산시 부산진구 당감동) 씨는 “초등학생을 신고까지 하는 것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게임할 때 방해가 심했기에 잘됐다 싶은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성인 PC방 이용객이 초등학생을 신고하는 건수가 늘자, PC방 업주들은 "초중학생들은 오버워치를 할 수 없다"는 경고문을 붙이거나 아예 '노키즈 존'을 선언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부산 진구 범천동에서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정모 씨는 "초등학생들이 PC방에 출입하는 것은 업주 입장에서도 난감한 일"이라고 말했다. “가게를 둘러보다 어려 보이는 학생들이 연령에 맞지 않는 게임을 하고 있을 때, 나이를 물어보고 주의를 주기도 하지만, 솔직이 일일이 따지기는 번거롭다. 하지만 가게에 경찰들이 드나드는 것도 업주 입장에서 껄끄러운 일이기 때문에 최근에는 직원들에게도 철저히 나이를 확인하도록 교육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생 오다희(22, 부산시 범천동) 씨도 요즘 초등학생들의 거친 욕설에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초등학생들은 주로 한 두 개의 자리를 잡아놓고 대여섯 명이 뒤에서 구경하는 경우가 많다"며 “게임하며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고 욕하는 바람에 다른 손님들의 불평이 잦아서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게임 등급제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 게임에 연령제한을 두어도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로 가입해 게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명의 도용은 엄연한 불법이지만 아직 법 의식이 부족한 초등학생들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초등학생 김민준(13, 부산시 북구 금곡동) 군은 “부모님 주민등록번호만 알면 아이디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연령제한이 있는 게임에 아이디 몇 개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다”라고 자랑했다.금정경찰서 경찰 관계자는 “평소 주간근무를 서면 하루에 신고 건수가 10건 이상 들어온다. 초등학생이 연령에 맞지 않는 게임을 하는 것은 명의도용에 해당하는 불법행위이기 때문에 출동은 하지만 대부분 귀가 조치시키는 것이 대처의 전부”라고 말했다. 게임 중 초등학생들의 언어 폭력도 소홀히 넘길 수 없는 문제다. 초등학생 박진우(13, 부산시 부산진구 부암동) 군은 게임할 때 욕을 하지 않으면 친구들이 만만하게 생각한다며 “처음에는 허세를 부리기 위해 욕을 했지만, 이제는 습관이 돼서 욕을 하지 않으면 허전하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주부 최영남 (45, 부산시 북구 금곡동) 씨는 초등학생들이 PC방에서 고성을 지르고 패륜적 욕설을 하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요즘에는 어디서든 인터넷을 접할 수 있어 아이들이 여성의 몸매를 성적으로 강조한 게임 화면 등 비교육적인 내용에 노출되기 쉽다"며 “부모가 무작정 보지 말고 하지 말라고 해서 해결되는 일도 아니어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D초등학교 교사 양모 씨는 학교 밖 또래 집단에서 형성되는 문화를 교사가 전부 통제하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가정과 사회의 전반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 씨는 “우선 학교와 가정에서 아이들에 대한 행동 지도가 있어야 하겠지만 지역사회에서 성인들이 학생들의 태도를 적극적으로 바로잡아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