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잡한 여행 대신 집에서 편안하게 힐링하는 스테이케이션 확산
연휴 때 휴식하거나 산책하며 '게으름의 즐거움' 만끽..."불황 시대의 새 휴식법" 각광 / 조수연 기자
2017-10-12 취재기자 조수연
휴가철이나 연휴 때 멀리 떠나지 않고 집이나 도심 속에서 여유를 즐기는 스테이케이션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새로운 휴식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스테이케이션'은 '머물다(stay)'와 '휴가(vacation)'가 합쳐진 신조어로, 비용이 많이 드는 국내외 여행보다는 집 근처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자유’를 누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대학생 이재현(24, 부산시 사상구) 씨는 재학 중인 대학이 경기도 용인에 있어 학교 앞에서 자취하고 있다. “이번 추석 연휴가 길었지만, 집이 부산이라 가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딱히 친척집에 가는 것도 아니어서 이 곳에서 연휴를 보냈다”고 했다. 그는 역시 ‘스테이케이션’을 즐기는 여자 친구와 학교 근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등 평범한 일상을 즐겼다. “이틀 동안은 집 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 것 같다. 요즘 과제가 많아 항상 도서관에서 지내면서 피로가 누적됐는데, 오랜만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편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처럼 명절이나 휴가에도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수고한 자신에게 선물을 주는 의미로 값비싼 비용을 들여 해외로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평소의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만끽하려는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 집에서 여가시간을 보내는 것 뿐만 아니라 집 근처에서 산책이나 운동하거나 도심의 영화관, 전시관 등을 방문하는 것도 포함된다. 이렇게 하면 여행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취업난이 심각한 요즘, 스테이케이션을 선택하는 취준생들도 적지 않다. 지난 2월 대학을 졸업한 최모 씨는 현재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친척집에 가면 화제가 온통 내 취업 문제에 집중되는 것 같아 스트레스가 심하다. 아르바이트를 핑계로 집에 남아 저녁에는 강아지와 함께 동네 공원을 산책했다”며 추석 연휴에도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을 마냥 반가워 할 수 만은 없는 고충을 드러냈다.
포털 사이트에 명절을 검색하면, ‘명절 스트레스’가 연관 검색어로 나타난다. 지난 해, 추석을 전후로 이혼률은 무려 10.1%가 증간했는데, 스테이케이션은 명절 증후군을 앓는 주부들에게도 환영받고 있다. 직장을 다니는 주부 이모(51) 씨는 “명절 전날과 당일까지는 제삿상을 준비해야 해서 바쁘지만, 올해는 연휴가 길어 집에 일찍 돌아와 사흘은 마음껏 쉬었다. 식사도 식당에서 주문하거나 집에 있는 걸로 간단하게 먹었다”며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홈퍼니싱(인테리어), 외식 업계, 레저 산업 등 여러 부문의 업계에서 스테이케이션족을 사로잡기 위한 마케팅을 이끌어 내고 있다. 멀리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점차 늘어나면서, 자신만의 휴가를 보내는 방법도 변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