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특수는 옛말, 파리만 날려요” 한숨 쉬는 상인들

[BIFF특집]태풍에 행사 취소된 해운대 해수욕장 주변, 영화 상영 없는 남포동 거리 '썰렁' / 정혜리 기자

2016-10-14     취재기자 정혜리

폐막을 하루 앞 둔 부산국제영화제 경기가 예년과 달리 썰렁해 해운대와 남포동 일대 상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산실인 중구 남포동. BIFF광장, 핸드프린팅 거리는 영화제의 역사가 숨 쉬는 곳이지만 올해는 이름 뿐이다. 남포동에서는 단 한 편의 영화도 상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야제는 남포동 BIFF광장에서 열렸지만, 그 이후엔 역대 출품작의 스크린 야외 상영 말고는 행사가 전혀 없었다. 거리에 걸린 현수막과 포토존을 제외하면, 이곳이 영화제 공간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 남포동 BIFF광장에 있던 300여 개의 노점상은 관객의 편의를 위해 영화제 기간 영업을 중지하기까지 했지만 찾아오는 이 없이 썰렁하기만 했다.

10년 만에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는 박정임(43, 서울시 중랑구) 씨는 “인파가 넘치던 남포동 거리가 그리워서 찾아왔지만 옛날 분위기가 안 난다”며 “포토존에서 사진 찍는 것 말고는 할 게 없다”고 말했다.

남포동 인근 닭강정가게 아르바이트생도 “이전 영화제 때는 외국인도 적잖게 찾아오곤 했는데 이번엔 너무 썰렁하다"며 “작년에는 그래도 여기서 영화 몇 편이라도 상영했는데 올해는 그조차 없어서 손님들이 찾아올 이유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포동에서 영화를 상영하지 않은 것은 2011년 이후로 두 번째. 영화제 20주년이었던 작년에는 남포동 극장 4곳에서 40여 편의 영화가 상영됐고 부대행사도 10여 개가 진행됐다. 올해도 중구는 조직위원회 쪽에 상영을 요청했으나 부산시와 영화제 측의 갈등 여파로 영화 상영은 이뤄지지 못했다. 영화제 측은 남포동 일대의 극장을 대관하려면 돈이 많이 들지만 올해 협찬 감소로 어렵게 됐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영화제의 주 무대인 해운대라고 사정은 다르지 않다. 비프빌리지가 있는 해운대 해수욕장 상권도 예년과 다르게 썰렁했다. 지난 5일 태풍 ‘차바’로 백사장에 설치됐던 비프빌리지 시설들이 피해를 입어 이곳에서 열릴 에정이었던 각종 야외 행사가 영화의전당으로 옮겨 진행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원인.

해운대 해수욕장 바로 앞 해물전골 가게. “여기 맛있어요”라며 연신 호객행위를 하던 가게 주인은 “영화제 기간인데도 찾는 사람이 없어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저녁 시간이면 손님으로 바글거려야 할 식당에는 텅 빈 식탁만 가득했다.

해운대 포장마차촌도 파리 날리기는 마찬가지다. 영화제 기간만 되면 연예인에다 스타감독 등 해운대 포장마차촌에 찾아드는 이들로 영화팬이 몰려들었지만, 올해는  찾아드는 유명인이 드물었다고. 연예인이 제일 많이 몰린다는 영화제 개막 후 첫 주말인 지난 7~9일에도 영화팬들만이 가끔 포장마차촌을 기웃거릴 뿐 포장마차를 찾은 스타들은 거의 없었다. 

현재 해운대 해수욕장에는 영화제를 알리는 깃발이 나부낄 뿐 영화제와 관련된 행사는 아무것도 없고 아직까지 태풍의 잔해를 수습하는 포크레인 뿐이다. 영화제 분위기를 느끼려고 해운대 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이 많았지만 다들 삼삼오오 모여 바다를 보는 것 말고는 즐길 거리가 없다.

이미영(26,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영화를 꼭 보지 않더라도 영화제 분위기를 즐기러 사람이 북적이는 해운대 일대를 돌아다니고는 했는데 올해는 영 썰렁하다”고 말했다. 일부러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에 숙소를 잡았다는 이지은(30, 서울시 마포구) 씨도 “해운대 해수욕장 오픈토크를 기대했는데 속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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