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데이터 복구 업계, 턱없는 바가지 요금 횡행
2만 원이면 충분한데 16만 원 부르는 업체도.. 소비자들, "표준가격제 실시 안 되나" 푸념 / 이슬기 기자
대학생 A 씨는 5년간 자신이 작업했던 영상과 사진을 모두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지금까지의 작업을 담아둔 외장하드가 USB 커넥터 손상을 입어 컴퓨터에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랜 추억이 담긴 데이터를 되찾고 싶었던 A 씨는 인터넷을 검색해 데이터 복구 업체를 찾았다. 하지만 업체마다 부르는 데이터 복구비용이 10만 원에서 50만 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고민 끝에 가장 저렴한 업체에 외장하드 데이터 복구를 문의했고, 해당 업체에서 외장하드 데이터 복구는 8만 원에서 16만 원이 든다는 대답을 들었다.
집으로 외장하드를 찾으러 온 수리기사는 다짜고짜 출장비용 1만 원을 요구했다. 그 자리에서 "수리 시 데이터가 손실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계약서를 작성한 뒤, 수리 비용 3만 원을 선불로 받아 갔다.
단순히 커넥터가 부러진 경우였기 때문에 수리 비용이 쌀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수리기사는 제시된 수리 비용의 최대값인 16만 원을 요구했다. A 씨는 답답한 마음에 네이버 지식iN에 고장 난 외장하드의 상태를 올렸다. 답변한 데이터 복구 전문가는 “외장하드 케이스만 바꾸면 되기 때문에 2만~3만 원이 든다,” “집에서도 충분히 케이스를 사서 교체할 수 있지만 어려우면 수리기사에게 조립만 맡기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계약서를 쓴 뒤였기 때문에 A 씨는 16만 원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A 씨는 “복구를 하기 위해 맡기고 돈을 지불하는 건데 계약서에 데이터를 잃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적혀 있어서 어이가 없었고, 데이터를 받을 때까지 불안했다”며 “데이터 복구가 되었다고 해서 받아보니 정작 중요한 사진들은 복구가 안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노트북과 하드웨어, 유에스비 등 정보기술 기기가 대중화되면서 데이터 복구 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지만, 비용 청구에 상한이 없기 때문에 가격 차가 40만~50만 원이 넘어가는 일이 적지 않다. 게다가 데이터 복구에 실패해도 계약서에 따라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이런 소비자들의 불만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는 데이터를 복구하지 못했더라도 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업계 관계자는 “설사 데이터를 복구하지 못했더라도 고치는 과정은 똑같기 때문에 돈을 받지 않으면 손해”라며 “하지만 손님들과의 분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돈을 덜 받는 업체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수리비가 업체마다 크게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선 “업체의 규모에 따라 비용이 제 각각이며 데이터를 복구하는데 난이도 차가 크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잘 알아보고 비교해서 자신에게 알맞은 업체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데이터 복구 비용을 덤터기 쓰지 않기 위해서는 수리비가 추가로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하고 신중하게 계약해야 한다. 처음엔 싸게 불러 계약서를 쓰게 한 후에 비싼 값을 부르는 업체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김선주(22, 부산시 남구) 씨는 “기기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일반인들은 업체에서 가격을 부르면 왜 그만큼 드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이용자가 마음 놓고 수리를 맡기고, 업체가 신뢰를 주기 위해서는 수리 비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지수(21, 부산시 동래구) 씨는 “미용실처럼 내가 찾는 업체마다 가격 차가 많이 나면 소비자 입장에서 혼란스럽다”며 “정부나 당국이 수리 단계별로 표준 가격을 제시해 주면 소비자 입장에서 마음 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