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상권 치고 들어온 자전거 프랜차이즈에 영세상인 울상

수리업까지 싹쓸이해 동네가게 속속 폐업...일부선 "전문성 키워야" 주장도 / 이슬기 기자

2016-10-31     취재기자 이슬기

자전거 인구가 1,2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자전거 시장이 고급화하면서 프랜차이즈 자전거 판매·수리점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자전거 유통 전문 업체 삼천리자전거의 IR 자료에 따르면, 삼천리자전거는 자전거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알톤 스포츠가 10% 이상 점유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전거 판매·수리업에도 전문화 바람이 일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없었던 사설 자전거 정비사 자격증까지 생겨나면서 소비자들은 단순히 기계를 잘 다루는 것을 넘어 자전거에 대한 전문 기술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대기업 프랜차이즈 자전거 업체가 시장에 속속 등장하자, 울상을 짓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자전거 영세업자들. 자전거 판매·수리점을 운영하는 이모(59, 부산시 북구 화명동) 씨는 동네 자전거 수리점이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우리 동네에 5개의 자전거 수리점이 있었는데, 이제 나 혼자 남고 나머지 위치에는 다 프랜차이즈 대리점이 들어섰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부산에서 자전거 판매·수리점을 운영하는 문상환(63, 부산시 금정구 장전동) 씨의 가게 옆에는 최근 프랜차이즈 자전거 대리점이 생겼다. 문 씨는 “여기서 장사한 지 오래됐는데 옆에 큰 가게가 들어선 뒤로는 찾아오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며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자전거를 싸게 살 수 있어서 대부분 여기에는 조립만 맡기러 온다”고 말했다.

평소 동네 자전거 판매수리점을 이용하는 대학생 김영훈(26, 부산시 북구 화명동) 씨는 자전거 영세 가게들이 가격적인 면에서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김 씨는 “동네 자전거 가게에 자전거를 고치러 가면 싼 가격에 부품을 고쳐줬는데, 프랜차이즈 자전거 대리점에 가면 아예 부품을 교체해 버려서 비싼 돈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자전거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전문 브랜드가 늘어나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도 있다. 100만 원대의 자전거를 이용하는 부산시 사상구 학장동의 우모 씨는 “자전거 인구가 늘어나는 지금 상황에서 자전거 시장이 고급화된 것뿐”이라며 “비싼 브랜드의 자전거를 쓰는 입장에서는 전문적인 자전거 업체를 이용하는 것이 마음 놓인다”고 말했다. 또 우 씨는 “실제 동네에서 자전거 수리점을 운영하는 영세업자를 찾아가면 제대로 자전거를 못 고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김솔(23,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요즘 빵집부터 음식점까지 프랜차이즈가 영세업자들을 위협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자전거 가게까지 이런 상황이라는 것이 안타깝다”며 “자전거 영세업자들도 자격증 취득 등 전문성을 겸비하면 찾아오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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