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이냐, 파국이냐, '최순실 게이트' 이번 주가 최대 분수령

박 대통령의 '거국내각+2선 후퇴' 수용 여부가 수습 관건...검찰 수사· 3차 촛불집회도 압박 요인 / 정인혜 기자

2016-11-08     취재기자 정인혜

사상 최악의 국정농단 사건인 ‘최순실 게이트’가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가 사태 해결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로 촉발된 국정 마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청와대는 물론 여야 모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여야 중진들은 사태 해결을 위한 협의체를 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해법이 모두 제각각이라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극심한 진통을 겪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 지도부와 유력 대권후보들의 의견은 하나로 모이지 못하고, 여권 내에서는 비박·친박계의 갈등이 첨예하다. 국민은 ‘대통령 하야’를 거세게 외치지만 정치권에서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아 현재로선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다.

한편으론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도 확대되고 있다. 박 대통령도 검찰 수사를 수용함에  따라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 가운데 제3차 촛불집회가 예정된 12일 이전에는 사태 수습의 가닥이 잡히지 않겠느냐는 희망 섞인 전망도 있다.

현재 사태 수습의 가장 큰 걸림돌은 단연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거취 문제. 박 대통령은 지난 2일 정국 수습 해법으로 김 후보자 카드를 들고 나섰지만, 사전 협의도 없었던 이 같은 인사에 야당은 크게 반발했다.

이에 청와대가 "김 후보자의 거취 문제를 포함해 정국 수습방안을 논의하자"며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했지만, 야당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청와대에 김 후보자의 지명철회와 박 대통령의 2선 후퇴 선언, 국회의 합의를 거친 새 총리 후보 지명 등을 영수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내건 상태다.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은 7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을 예방, “여야가 대화하는 장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김 내정자 지명철회와 박 대통령 탈당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영수회담 논의를 조건부 거절했고, 이에 한 비서실장은 “박 위원장의 말을 청와대에 가서 보고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비서실장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도 만날 계획이었으나, 김 후보자 지명철회와 국회 추천 총리에게 전권을 이양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지 않을 경우 만날 필요가 없다는 민주당 지도부 입장에 따라 성사되지 않았다.

김 후보자에 대한 여론의 불신도 커지고 있는 점도 청와대를 압박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작용했다. 김 후보자가 추천한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후보자가 ‘무속신앙’에 빠져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도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박 후보자는 지난 5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구국 천제’ 기도회 ‘굿판’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청와대는 영수회담에서 책임총리 실현 의지를 밝히고 국정농단 사태를 수습한다는 구상이었지만, 영수회담 개최 여부 자체가 불투명해지면서 계획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결국 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야당 의원들이 총리 인준을 끝까지 거부하면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 “자진 사퇴는 없다”고 강경자세를 보였던 김 후보자도 "청와대와 여야가 합의해 새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면 나는 없어지는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김 후보자의 이 같은 발언을 지렛대 삼아 청와대와 여야가 새 해법을 마련할 수 있을 지도 관심사다. 

새누리당 내홍도 심화되는 모양새다. 비박계 대표 인사로 꼽히는 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 7일 “대통령이 헌법을 훼손해 국정이 붕괴됐다. 보수 궤멸을 막아야 한다”며 대통령 탈당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는 “대통령이 탈당하지 않으면 출당도 가능하다”면서 탄핵을 우회적으로 시사하기도 했다.

김 전 대표의 최측근이자 새누리당 지도부의 유일한 비박 인사였던 강석호 의원도 이날부로 최고위원직을 내려놨다. 강 의원은 이정현 대표가 당대표직 사퇴를 거부한 데 대해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정현 대표는 여전히 물러날 뜻이 없다고 맞섰다. 이 대표는 “고립무원의 대통령은 난국의 무게에 짓눌려 힘들어하고 있다. 혼자 마음 편하자고 곁을 떠나는 의리 없는 사람이 되기 싫다”고 사퇴 의사가 없음을 못 박았다.

전국적으로 번져나가고 있는 촛불 집회도 박 대통령을 압박하는 요인 중 하나다. 지난 5일 광화문 광장에서는 주최 측 추산 20만 명(경찰 추산 4만5,000명)이 참가해 박 대통령 하야를 외쳤다.

이날 박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12일로 예정된 3차 촛불 집회엔 이보다 훨씬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청와대의 시름이 더 깊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빨리 수습책을 마련해 야당과의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성난 민심에 야당과 여당 일부까지 가세해 대통령에 대한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박 대통령에게는 이번 주가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무총리 인준·여당 내부 분열·검찰 수사·대규모 촛불집회 등을 앞둔 박 대통령이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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