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먹구름 오나"... 'America First' 트럼프 승리에 불안감 팽배
한미관계, 대북정책 근본 변화 불가피..."미국 독자 외교, 한국엔 호기" 주장도 / 정인혜 기자
2017-11-10 취재기자 정인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예상을 깨고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자, 전 세계인들이 경악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번 대선 결과가 향후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둣우고 있다.
트럼프의 당선 소식이 전해지자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떨어지고, 안전자산인 원·달러 환율이 치솟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트럼프가 선거 공약 이행을 위해 대규모 재정지출을 감행하면 세계 경제가 출렁거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자국의 이익을 가장 중요시하겠다는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해 왔다. 특히 이민 반대와 고립주의·보호무역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북정책, 무역협정, 한미관계 등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가 ‘보호무역’을 경제 부문 핵심 공약으로 내세움에 따라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는 경제통상 분야다. 트럼프 행정부가 집권 기간 동안 쓸 수 있는 보호무역 수단으로는 반덤핑, 국가 안보를 근거로 한 수입 규제 등이 예상된다. 반덤핑은 외국의 특정제품이 정상가격 이하로 미국에 수출될 경우 해당 국가의 특정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이다.
트럼프의 공약이 현실화되면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만성적인 무역 적자 대상국인 한국을 타깃 삼아 무역 장벽을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선 기간 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물론 한미FTA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그는 한미 FTA에 대해 “미국인 노동자들의 일자리 킬러(Job Killing Deal)”라고 날 선 비판을 쏟아내면서 FTA를 비롯한 무역협약 전면 무효화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에 따라 한미 FTA의 개정, 또는 무효화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국내 무역업계 종사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무역협회는 지난 9일 보도자료를 통해 “트럼프의 대선 공약이 그대로 시행되기는 어렵겠지만, 신 행정부의 공식적인 경제 통상정책 발표 전까지는 보호 무역 강도를 가늠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며 “정부는 여러 가능성에 대한 상황별 시나리오를 마련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통상 관계 못지않게 대북정책도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동맹국들이 안보에 대한 더 많은 분담금을 내야 한다며 ‘안보 무임승차론’을 줄기차게 언급해 왔다. 세계 안보에서 미국의 역할을 지금보다 축소하고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것. 동맹국 지역 주둔 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북한의 핵 위협이 문제라면, 한국, 일본도 핵무장을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트럼프는 지난 5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주한미군의 인적비용을 50%나 부담하고 있다"는 아나운서의 언급에 “100% 부담은 왜 안 되느냐”고 한국과의 안보 분담금 증액 협상을 시사한 바 있다.
한편에서는 북미 대화 등 파격적인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는 “김정은을 못 만날 이유가 없다”며 “김정은이 미국에 온다면 언제든지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국빈 만찬은 차려주지 않고, 회의 탁자에 앉아 햄버거를 먹으며 회담할 것”이라며 다소 비꼬는듯한 입장을 견지했다.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되자 우리 정부는 대책 마련에 분주한 분위기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9일 한미통상현안 긴급점검회의를 열고 차기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을 점검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의 대외경제장관회의와 산업부가 주관하는 대미 수출·통상 점검회의도 잇달아 열렸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미통상 현안 긴급 점검회의에서 한미FTA가 흔들리지 않도록 양국 간 협의 채널을 구축·강화하는 등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당선이 국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트럼프가 공공인프라 투자 확대, 철강 등 자국 제조업 육성, 석유·셰일가스를 비롯한 화석에너지 개발 등을 강조한 만큼 관련 분야에서 교역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독자 외교를 강화할 수 있는 계기라는 의견도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소속 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트럼프 당선이 대미 외교 의존도나 미국의 간섭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우리 자신이) 주도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우리나라 발전에 긍정적인 요소를 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