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티셔츠 열풍’이 돌아왔다

2013-01-16     하봉우

2010 FIFA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붉은 티셔츠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여러 브랜드사들과 기업들은 개성을 살린 다양한 종류의 붉은 티셔츠를 제작해 판매 중이며, 국민들은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월드컵을 준비하기 위해 붉은 티셔츠 구매 및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FIFA 공식 매장으로 선정된 홈플러스는 ‘2010 남아공 월드컵 붉은악마 공식 응원 티셔츠’를 이번 달 6일부터 국내 115개 전 점포에서 독점 판매 중이다. 김연아 선수가 광고 모델인 이 티셔츠의 앞면에는 우리나라의 남아공 월드컵 공식 슬로건인 'The shout of Reds United Korea'가 적혀 있다. 이는 ‘승리의 함성, 하나된 한국’이란 의미다. 동래구 사직동의 홈플러스에서 근무하는 박정우(31) 씨는 “월드컵 티셔츠가 하루에 적어도 50장은 팔리는 것 같아요. 이번 월드컵 때도 거리가 온통 빨간 색으로 물들 것 같네요”라고 말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붉은악마 공식 티셔츠’를 제작해 많은 판매고를 올렸던 의류업체 베이직하우스도 이번 월드컵을 위한 응원 티셔츠를 판매 중이다. 앞면에 ‘NEVER ALONE'이라고 쓰여 있는 이 티셔츠는 월드컵 응원뿐만이 아니라 전쟁, 기아 등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후원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베이직하우스 경성대점의 한 관계자는 자사의 월드컵 티셔츠가 월드컵 응원도 하고 불우한 어린이들도 돕는 1석 2조의 효과를 가지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신문인 ‘시티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스포츠용품 업체인 휠라는 호랑이 무늬와 'GO, KOREA'를 새긴 붉은 티셔츠를 출시했고, 스포츠 의류 브랜드인 엘케이스포츠 또한 호랑이 무늬와 ‘REDS SPIRIT REAL SPIRIT'이라는 문구를 새긴 붉은 티셔츠를 출시했다. 이밖에도 많은 의류 및 스포츠용품 업계가 월드컵 티셔츠를 출시하거나 출시 준비 중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남구 용호 1동에 거주하는 이혜인(24) 씨는 남자 친구와 함께 월드컵 응원을 위한 붉은 티셔츠를 구입했다. 이 씨는 주변 사람들이 월드컵 티셔츠를 구입하는 것을 보고 자신 또한 구매를 결정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제 다음 달이면 월드컵이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붉은 티셔츠를 구매하는 것을 보니 2002년과 2006년 월드컵 때 응원하던 기억이 생각나서 벌써부터 설레요. 사람들이 모두 같은 색의 옷을 입고 하나의 염원을 위해 응원하는 모습은 정말 매력적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해운대구 반여 2동에 사는 박찬국(39) 씨는 2002년 월드컵 응원 때 입었던 'Be the Reds'라는 문구가 쓰인 붉은 티셔츠를 아직 가지고 있다. 박 씨는 옷정리를 하면서 이 티셔츠를 볼 때마다 옛 추억이 떠올라 버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 티셔츠를 항상 서랍 구석에 놔뒀는데 지금은 세탁도 새로 하고 찾기 쉬운 곳에 보관하고 있어요. 다시 ‘붉은악마’가 될 준비를 해야죠”라고 말했다.
경북 포항에 있는 해병대 1사단 소속의 현역 군인 김재열(23) 씨는 군대에도 붉은 티셔츠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한다. 김 씨는 군인이다보니 제한적인 사항은 많지만 붉은색 군용 체육복에 월드컵 응원 메시지를 써넣거나 우리나라 선수의 이름과 번호를 적는 등 군대에서도 개성있는 붉은 티셔츠 상품이 유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이제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았잖아요. 저희 군인들도 나름대로의 멋진 붉은 티셔츠를 입고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김해시 장유면에 거주하는 박보라(29) 씨는 월드컵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착용하기 위해 붉은 티셔츠를 구입했다. 박 씨는 거리를 지나가다가 한 브랜드사가 전시해놓은 붉은 티셔츠를 보게 됐는데, 디자인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박 씨는 “요새는 월드컵 응원용 티셔츠도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잘 나오네요. 월드컵 때는 응원용으로, 평소 때는 외출용으로 입으면 딱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번 달 16일에 열린 우리나라와 에콰도르의 축구 국가대표 친선경기는 붉은 티셔츠 열풍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경기가 벌어진 서울월드컵경기장은 6만 6,806석이나 되는 관람석에도 불구하고 붉은 티셔츠를 입은 팬들로 꽉 차 있었다. 그리고 경기 도중 붉은 티셔츠가 그려진 대형 현수막이 관람석에 등장해 지금은 ‘붉은 티셔츠 시대’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다.

부산 서면의 롯데백화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월드컵 때마다 볼 수 있는 ‘붉은 티셔츠 붐’이 이제는 낯선 일이 아니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월드컵 때만 되면 일어나는 붉은 티셔츠 열풍은 이제 한 때의 유행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통적 관습이 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