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 안에 든 도박게임"...청소년들, 스마트폰 불법 도박 탐닉
성인인증 없이도 접속 가능해 단순한 게임으로 인식...2차 범죄로 이어져 사회문제화 / 변재용 기자
불법 온라인 도박이 스마트폰과 결합돼 널리 퍼지면서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도박이 만연하고 있다.
부산의 고등학교 1학년 신모(17, 부산시 북구) 군은 최근 친구로부터 한 인터넷 사이트를 소개받았다. 단돈 5,000원으로 하루 만에 몇 백만 원을 벌 수 있다는 이 사이트는 바로 온라인 도박 사이트였다. 신 군은 “주위에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도박을 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다”며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온라인 도박은 나쁜 짓이라는 생각보다는 그냥 친구들 사이에 유행하는 놀이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온라인 도박을 경험해본 다른 고등학생 박모(17) 군은 “나 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스마트폰 도박을 자주 한다”며 “대부분 도박이라는 의식보다는 현질(온라인 게임에서 아이템이나 사이버 머니를 얻기 위해 현금을 지불하는 행위)하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지난해 12월 청소년 도박문제에 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 3만 명이 도박중독 수준의 '문제군'이고, 12만 명이 도박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큰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온라인 도박이 청소년들 사이에선 마치 놀이문화의 하나로 인식돼 널리 퍼져 있는 셈이다.
청소년들이 이처럼 온라인 도박에 쉽게 빠지게 된 것은 도박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든지 도박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고, 이같은 불법 도박 사이트는 회원 가입 시 별도의 성인인증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또한 최초 1회 계좌 등록 이후, 별도의 인증 절차 없이 스마트폰을 통해 간편히 현금을 이체하면, 게임 사이트는 게임 플레이어들에게 사이버 머니를 충전해 준다. 이 사이버 머니로 배팅하면서 게임을 즐기고, 수익은 나중에 현금으로 다시 환전 받으면 된다.
특히, 최근의 불법 도박 게임들은 포커나 블랙잭 등 복잡한 방식의 도박보다는 사다리 타기, 달팽이 경주 등 두 개의 선택지 중 하나에 배팅하는 방식인 '홀짝' 형 간단한 게임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같은 게임들은 5분에 한 번꼴로 진행되어 기존의 불법 스포츠 토토와는 달리 속도감까지 있다. 배팅금액 또한 비교적 적은 금액인 5,000원부터 시작할 수 있다. 따라서 스마트폰만 있다면 청소년들도 언제 어디서나 쉽게 도박꾼이 된다.
부산의 고등학생 이모(17) 군은 “집이건 학교건 아무데서나 다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랑 돈만 있으면 5분도 안 걸려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 게임하듯이 도박을 즐길 수 있다. 그래서 많이들 한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경찰 관계자도 “아이들은 또래간의 모방심리가 강하고, 판단력이 성인에 비해 떨어지다 보니 온라인 도박을 단순한 게임 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청소년 온라인 도박이 단순히 중독에서 그치지 않고 2차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데 있다. 부산의 고교 1학년 김모(17) 군은 “학교에서 후배들한테 돈을 뺏는 선배들이 있는데, 소문으로는 스마트폰 도박 때문이라고 한다. 이웃 학교에는 아예 전문적으로 돈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친구까지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최이순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부산 센터장은 “경제력이 없는 청소년들이 온라인 도박하다 절도나 갈취 등의 2차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 성인들에 비해 피해 액수가 작다 보니 신고가 잘 되지 않아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을 뿐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학교와 사회단체 등을 통한 꾸준한 교육과 예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