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용돈벌이 알바"... 노래방에 여고생 도우미 판친다
시간당 3만 원, 한 달 200만 원도 거뜬...학교 야간자율학습 파한 뒤 '보도' 차 타고 곧장 가기도 / 정인혜 기자
고등학교 2학년 A양은 매일 밤 낯선 아저씨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3시간 가량 노래를 부른 대가로 A 양이 받는 돈은 9만 원. 시간당 3만 원인 셈이다. 가끔은 독한 술도 마셔야 하고, 스킨십을 시도하는 아저씨들 때문에 곤란할 때도 있지만, A 양은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어딜 가나 짓궂은 사람은 있잖아요. 돈 받고 하는 일이니까 신경 안 쓰고 열심히 하는 거죠.” A양의 부업은 ‘노래방 도우미’다.
최근 일부 여고생 사이에서 ‘노래방 도우미’ 아르바이트가 신종 용돈 벌이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산 영도구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이 지역 일부 여고생들은 하교 후 오후 시간대를 이용해 노래방 도우미 일을 하고 있다.
지역주민 김모(33) 씨는 “'모 노래방에 가면 여고생들을 볼 수 있다’는 소문이 동네에 파다하다”며 “어떤 학교에서는 야간자율학습 후 학생들이 보도 업주의 차를 타고 하교하는 경우도 있다더라”고 귀띔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는 비단 해당 지역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도 여고생 노래방 도우미들이 급증하고 있다.
노래방 도우미 비용은 시간당 약 3만 원 선이다. 한 번 나가면 보통 2~3시간씩 머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회당 6만~9만 원을 받는다. 이중 보도방 업주가 소개비 명목으로 30% 정도를 떼낸 나머지 돈이 알바 학생의 몫이다. 올해 최저시급이 6,030원인 점을 감안할 때 소개비를 떼내도 최저시급의 약 4배가 넘는 돈을 벌어가는 셈이다. 이렇듯 높은 수당을 받는 학생들은 노래방에 가서 ‘분위기 띄우는’ 일을 한다.
A 양에 따르면, 여고생들이 노래방 도우미 일에 뛰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돈’ 때문이다. 일로 떨어지는 수당은 많으면 하루 10만 원 안팎이지만 손님에게 팁까지 두둑이 받은 날에는 20만 원을 넘기기도 한다. 한 달에 200만 원의 수입을 올리는 여고생도 있다. 부산 지역 직장인 평균 초봉보다 높은 셈이다.
A 양은 현재 일하는 곳에 동갑내기 친구들이 6명이나 있다고 했다. 모두 가출 청소년이 아닌, 인근 고등학교에 다니는 평범한 여고생들이다. 이들은 저녁 10시부터 짧게는 새벽 1시까지, 길게는 새벽 3~4시까지 일을 한다. 집에는 ‘학원 다녀왔다,’ ‘도서관에서 공부했다’고 둘러댄다고 했다.
노래방 알바에 대해 그는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노는 거랑 별로 다를 게 없다. 가끔 술을 마시긴 하지만, 술은 고등학생 때부터 다 마시지 않느냐. 2차(성매매)를 나가는 게 아니라면 솔직히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아빠 또래 아저씨들을 볼 때는 간담이 서늘해진다”고 말했다.
노래방 도우미 주 고객층은 주로 40~50대 남성이다. 이들 사이에서는 ‘분위기를 띄우려고 부르는 도우미가 왜 문제가 되나’는 인식이 팽배한 것으로 보인다.
취재 과정에서 기자가 만난 한 40대 남성은 남성들의 회식 자리에서는 도우미를 부르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저씨들끼리는 재밌게 놀기가 힘들다"며 "회식 같은 자리에서는 어쩔 수 없이 도우미가 필요할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성년자 노래방 도우미를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물론 있다”고 대답한 그는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한 살이라도 어린 친구들이 좋지 않냐. 젊은 친구들이라 그런지 노는 게 다르더라. 아줌마 도우미와는 비교할 수도 없고, 20대 도우미와 비교해서도 최고였다”고 10대 도우미 예찬론을 펼쳤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적발된 미성년자 성매매 사범은 2,630명이다. 지난 2013년 823명에서 2014년 760명, 지난해 710명, 올해는 5월까지 이미 337명을 기록했다. 소폭 감소추세를 보이지만, 매년 평균 700명이 넘는 미성년자들이 성매매 범죄를 저지르다 단속된 셈이다.
이렇듯 미성년자 성매매 범죄는 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대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현행법상 단속에 적발돼도 대부분 벌금형에 그친다는 점도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부산 경찰 관계자는 “여건상 현실적으로 단속하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유흥업소 특성상 한 군데만 단속해도 업주들이 주변 가게에 정보를 공유해 전수 단속이 힘들다"며 "단속이 뜨기 전에 미성년자 도우미들을 이미 뒤로 빼돌린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는 "미성년자 도우미를 현장에서 적발하지 못하는 이상 보도방에 적용할 수 있는 죄목은 ‘직업안정법 위반’뿐인데, 대개 수백만 원 정도 벌금형에 그친다"며 "처벌로 받는 불이익보다 영업 이익이 크기 때문에 단속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부산의 한 청소년 지원단체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요즘 청소년 탈선 문제는 과거 방식으로 해결하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며 "요즘 아이들을 과거 기준으로 판단하는 법의 실효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에서 청소년들의 탈선 문제를 보다 심각하게 인식하고 해결해 나가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