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국에 국정교과서 강행한다고?" 불복종운동 본격화
전국교육감協, 국정화 폐기 촉구 성명...광주 중1 역사교과 편성 중단·부산 보조교재 제작 / 정혜리 기자
2017-11-26 취재기자 정혜리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정국이 혼란한 가운데, 오는 28일 한국사 국정교과서 현장 검토본 공개를 강행하겠다는 교육부의 방침을 반대하는 여론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24일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세종시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중단과 폐기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17개 시·도 교육감은 “국민 대다수 의견을 묵살한 채 반헌법적·비민주적·반교육적으로 추진한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즉시 중단돼야 한다. 국정교과서와 연관해 교육부에 대한 모든 협조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또 광주 지역 중학교들은 국정교과서 첫대상인 1학년 과정에 역사 과목을 편성하지 않기로 했다.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광주 지역 중학교 중 내년 1학년 학생들에게 역사 과목을 가르치지 않기로 결정한 학교는 전체 90개 학교 중 88개다. 또 당초 1학년 역사 수업을 하기로 했던 2개 학교도 방침을 바꿀 예정이다.
중학교 과정의 역사 과목은 1~3학년 중 아무 때나 배울 수 있고 교과목 편성 권한은 학교장에게 있기 때문에 교육부도 이를 막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역사 과목을 배우지 않으니 국정교과서를 주문할 필요가 없고 결과적으로 내년 광주 지역 중학교 국정교과서 채택률은 0%가 된다.
부산도 국정교과서에 반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국정농단 역사 왜곡 국정교과서’를 폐기하라고 성명서를 낸 바 있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민모임 등 부산지역 시민단체 역시 부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최순실 개입 의혹이 있는 국정교과서는 무효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교육청 차원에서도 대처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지난 23일 부산시교육청은 국정교과서를 대체할 보조 교재 제작에 나섰다. 역사 전공 교수·교사 14~16명으로 집필위원을 선정한 다음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범위의 보조 교재를 만들기로 했다.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이 나오면 집필위원들은 분석 작업을 거쳐 보조 교재 집필에 들어간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중학생 자녀를 둔 배유선(42, 부산시 북구) 씨는 “국정화 추진 1년 만에 졸속으로 제작된 데다 최순실이 개입했을지도 모르는 교과서로 우리 아이를 가르치게 하고 싶지 않다”며 “학부모들이 다 같이 힘써서 어떻게든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의 한 인문계 고등학교 김모(56, 부산시 부산진구) 교사는 “담당 교사들도 고민 중”이라며 “고등학교 교과서는 학생들이 구입을 거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의무교육 기관이 아닌 고등학교는 한국사 국정교과서를 학생들이 직접 구입해야 하는데 이미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와 평등교육실현전국학부모회가 교과서 구입 거부운동을 선언한 바 있다.
한편, 법원이 중·고교 국정 역사교과서의 집필 기준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교육 당국의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2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조영선 변호사가 “교육부의 한국사 국정교과서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교육부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에 대한 정보가 공개된다고 해도 국정교과서 집필·심의업무의 공정한 수행이 객관적으로 현저하게 지장을 받을 것이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24일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530명을 대상으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국정교과서에 '반대한다'(매우 반대 46.2%·반대하는 편 14.2%)는 응답은 60.4%로 나타났다. '찬성한다'(매우 찬성 7.5%·찬성하는 편 12.4%)는 응답은 19.9%에 그쳤다. '잘 모름'은 19.7%였다. 지난해 11월 4일 실시된 제5차 조사 결과와 이번 조사를 비교하면, 반대 여론은 7.8%p 상승한 반면, 찬성 여론은 22.9%p나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