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식 PC방' 등장, 음식 주문에서 결제까지 앉아서 원스톱
식사하며 게임 즐기고 바쁜 업무 처리까지...PC방 주인들 "음식 수입 짭짤" / 이지후 기자
대한민국의 발명품 중 하나인 PC방이 계속 진화하고 있다. 최근 PC방들은 음식을 시켜 먹으며 게임에 열중하는 'PC방족'의 요구에 따라 볶음밥, 만두, 끓인 라면 등을 직접 팔고 있다. 얼핏 식당인지 PC방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 이전엔 컵라면 정도만 서비스하던 데서 최근에 생긴 PC방들은 여러 가지 메뉴의 음식을 제공할 수 있도록 아예 인터리어 설계 때부터 주방을 갖춘 ‘식당식 PC방’을 표방하고 나선 것이다.
최근에 생기는 PC방들은 컴퓨터 사양보다는 ‘카페 같은 PC방,’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PC방’이란 점을 내세운다. 실제로도 PC방에 들어가 보면 바탕화면에 메뉴판을 올린 곳이 많다. 마우스 클릭 하나만으로 앉은 자리에서 PC방 카운터로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컴퓨터 화면으로 카드결제도 할 수 있다. 주문에서 결제까지 앉은 자리에서 원스톱으로 완료되는 것. 그래서 고객들은 외부 식당으로 음식을 주문하지 않는다.
평소 PC방을 자주 이용하는 대학생 배병국(23, 부산시 사상구) 씨는 “예전에는 친구들이랑 식당에서 밥을 먹고 PC방을 갔는데, 요즘에는 PC방에서 게임하면서 음식을 주문해서 먹는다”며 “어차피 PC방도 식당만큼 메뉴도 다양하고 가격도 비슷해서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또 고등학생 김지훈(18, 부산시 진구) 군도 “학교를 마치고 PC방으로 자주 들른다”며 “부모님이 집에 안계셔서 바깥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할 때는 게임도 하고 밥도 먹을 수 있는 PC방이 최고”라고 말했다. 직장인도 바쁠 때는 점심 시간에 PC방을 찾을 때가 많다. 직장인 조나리(25, 부산시 동래구) 씨는 “급한 업무가 있을 때 PC방에 가면 일하면서 동시에 식사도 할 수 있어서 시간 절약이 된다”고 말했다.
부산 서면의 한 PC방에서 근무하는 김재헌(23, 부산시 진구) 씨는 “첫 출근한 날 주 업무가 컴퓨터 관리 등이라고 생각했다가 당황했다. 손님들의 PC 시간 충전은 무인결제기가 알아서 처리한다. 내 주 업무는 손님들이 주문한 음식을 조리해서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엔 PC방들은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36조의 식품접객업의 시설기준에 따라 휴게음식점 영업신고를 하고 PC방 영업장과 조리 시설 공간을 분리해야만 음식을 조리해서 팔 수 있었다. 하지만 2016년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36조 별표14의 규제가 완화됐다. 영업장과 조리 시설 공간을 다른 건물이나 별도의 공간으로 완전 분리하지 않고 파티션 등으로 구획 구분만 해도 PC방이 휴게 음식점 영업을 할 수 있게 된 것. 규제가 완화돼 PC방들은 간단하게 공간을 구분해서 식당처럼 음식을 팔아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부산 당감동의 PC방 주인인 이모(52) 씨는 “처음에는 컵라면만 판매했는데 주변 PC방들이 바뀐 법률에 따라 음식 종류를 늘리는 것을 따라하다 보니까 메뉴가 다양해졌다”며 “음식이 잘 팔릴 때는 PC방 총 수익의 20%까지 차지한다”고 말했다. 또 부산 서면의 PC방 주인 김모(48) 씨는 “PC방에서 파는 음식의 수익을 무시 못한다”며 “까다로운 손님들이 많아서 위생적으로 주방 및 음식 관리를 확실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