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검 출범에 국민들 기대 반, 우려 반
박근혜 대통령 어제 임명...박 대통령에 '뇌물죄' 적용 여부가 특검 최대 숙제 / 정혜리 기자
2016-12-01 취재기자 정혜리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로 박영수 변호사를 임명했다. 야 3당은 전날 특검 후보로 박 전 고검장과 조승식 전 대검 형사부장을 추천했고, 박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자신을 수사할 특검에 박 전 고검장을 선택했다.
박 특검의 임명에 대해 정치권에선 기대의 목소리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검찰 수사 자료를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할 박 특검으로서는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뇌물죄' 입증에 수사의 성패를 걸고 있다. 검찰 수사에서 미처 밝혀지지 않은 새로운 범죄사실도 찾아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얼마나 특검 수사에 협조하느냐다. 검찰 수사 결과에 불만을 표시하며 "수사에 성실이 협조하겠다"던 대국민 약속을 파기했던 박 대통령이 특검 수사가 불리하게 나오면 '중립성'을 문제 삼아 특검의 대면 조사를 거부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특검 수사가 시작되면 적극 협조하고 특검의 직접 조사에도 응해 사건 경위를 설명할 예정”이라며 “박 대통령은 ‘특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이 사건의 모든 진상이 밝혀지고, 책임이 가려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치권과 법조계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박 특검의 추천을 놓고서도 야당 내부에서 미묘한 입장 차이가 보인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박영수 특검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과 선후배 사이로 가깝고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도 간접적 친분관계가 있어 우려의 시선을 보이고 있다.
박지원 대표와 박영수 특검은 2001년 김대중 정부 때 박 특검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사정비서관을 역임해 인연을 맺었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박지원 대표가 특검 수사를 주도하려고 박 특검을 추천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국민의당이 추천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선택한 박영수 특검. 박영수 중수부장 시절 최재경 중수부 과장, 우병우 전 수석의 심복 국정원 최윤수 2차장을 양아들이라고 호칭할 정도의 매우 가까운 사이. 특검 수사 잘 될까요?”라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재벌 비리 수사에 솜씨를 보여 온 박 특검의 수사 결과를 기대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박영수 특검이 누구랑 친하고 같이 근무했고 하는 식으로 평가하자면, 전 모친이 이명박과 같은 모임이었고, 강신명 전 경찰청장, 새누리당 윤재옥 의원 및 이만희 의원의 대학 후배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한 두 다리 건너 아는 사람 너무 많죠. 수사 지켜보시죠”라고 말했다.
더민주 이석현 의원 역시 “박영수 특검에 논란도 있지만 저는 상당히 기대하는 입장! 법조계 친구들 평이 '당차고 야심적인 사람'이라고. 뭔가 보여줄 뱃심과 의지 있다는 뜻! 핵심은 뇌물죄 적용인데 대면조사 필수! 박 대통령 거부시 강제소환할 의지 보여주길!”이라고 응원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대해 국민의 반응도 교차하고 있다.
직장인 길정희(26,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직장 동료들과 뉴스 보면서 특검마저 정치인들의 정략의 도구가 돼선 안된다고 이야기 했다”며 “높은 사람들은 뭘 그렇게 서로서로 친한 사이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택시 운전기사 박정호(48,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이정희니 채동욱 같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농담하기도 했지만 특검이 일단 임명됐으니 제대로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영수 신임 특별검사는 “정파적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검의 주요 수사 대상인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의 친분설에 따른 부실 수사를 우려 지적과 관련해 “(수사에) 전혀 영향이 없을 것이다. 수사로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은 수사시설 확보, 특별 검사 보좌관 임명 등을 진행한 후 수사를 시작한다. 다만 여야 특검법 합의로 특검은 준비 기간에도 수사에 돌입할 수 있다. 특검은 본조사 70일간 진행되는데 연장조사 30일과 준비기간 20일까지 포함하면 총 120일간 수사가 가능하다.
박영수 특검은 제주 출신으로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대검찰청 중수부장, 서울 고등검찰청장을 지낸 후 현재 법무법인 강남 대표 변호사로 있다. 박 특검은 2003년 SK 분식회계 사건을 파헤쳐 최태원 회장을 구속시켰고 중수부장 때는 현대자동차 1,000억 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를 찾아 정몽구 회장을 구속시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