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속 이재명의 인기가 심상치않다
'사이다' 발언에 야권 지지자 환호...'제2노무현' 될지는 두고봐야 / 정혜리 기자
2017-12-02 취재기자 정혜리
'탄핵 정국'을 탄 이재명 성남시장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자극적이고 선동적이다,’ ‘포퓰리즘이다’ 등 이재명 시장에 대한 평가에는 항상 우려 섞인 지적들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이 시장의 국민 지지율이 급상승세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전국 성인 1,5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성남시장은 1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2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다음으로 3위에 올랐다. 이 시장이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를 누른 것.
지난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이 시장은 3.3%p 오른 15.1%,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은 0.3%p 내린 20.7%, 반기문 총장의 지지율은 0.5%p 오른 18.2%다. 이 시장의 지지율은 2위 반기문 총장과 오차범위 내인 3.1%p로 다가섰다.
이재명 시장의 지지율은 리얼미터 조사 이래 처음으로 15%를 돌파했고 3주 연속으로 지지율을 경신했다. 특히 수도권과 호남, 영남, 모든 연령층, 정의당 지지층과 민주당 지지층, 무당층, 진보층과 중도층 등 거의 모든 지역과 계층에서 일제히 상승한 것이 의미가 있다.
심지어 반기문 총장을 따돌린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지난달 30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국민 1,0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1월 정기조사’ 결과에서 차기 대통령 적합도는 문 전 대표가 23.8%로 1위, 이 시장이 17.2%로 2위를 기록했다. 반 총장은 15.2%의 지지를 받아 3위로 떨어졌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0월 31일 조사보다 0.7%p 지지율이 올랐지만 반 총장은 4.2%p 지지율이 떨어졌다. 이 시장은 11월 조사에서 처음으로 대선후보 여론조사 대상에 포함돼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 시장의 지지율은 기존 정치인의 지지층에서 옮겨왔다기보다 정치에 관심이 있지만 특별히 지지할만한 후보가 없다고 느꼈던 노동당, 민중연합당 지지자들이 이재명 시장을 친밀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이들은 그를 두고 ‘지옥에서 온 포퓰리스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시장이 무상교복 제도, 친환경 무상급식, 초등학생 치과치료비 및 구강관리 비용 지원, 공공산후조리원 운영, 청년수당 지급 등 전국 최초로 시행하는 복지정책을 쏟아내자 수도권 청년들은 “성남시로 이사가고 싶다”라는 푸념을 하기도 했다.
또 이재명 시장이 다른 정치인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적극적 SNS와 홍보에 있다. 정책홍보나 자신의 정치관을 SNS와 설명회 등을 통해 발표했고 이 같은 행위가 국민들에게는 탈권위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현재 이재명 성남시장의 페이스북 계정 팔로워는 20만 명, 트위터 계정 팔로워는 32만 명이 넘는다.
특히 최근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대선주자들 중에선 가장 먼저 '하야'와 '탄핵'을 입에 올리는 등 박근혜 대통령에게 돌직구를 날리며 젊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파고든 것도 지지율 상승의 큰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이재명 시장을 차기 대통령으로 지지한다는 이훈(38, 서울시 동대문구) 씨는 “이재명 시장 상승세가 거의 노통급”이라며 “부역자들, 부패 공직자들 부패비리 밝혀내고 엄격하게 응징, 재산 환수까지 해낼 추진력은 이재명뿐인 것 같다”고 반색했다.
문재인 지지자라고 밝힌 송유진(26,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문재인, 이재명 둘 다 지지하고 있다”며 “뽑고 싶은 차기 대권 주자가 많이 나오니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시장은 최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포퓰리스트라 칭하는 비난에 대해 “우리나라에서는 포퓰리스트라는 말을 대중의 이익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음해하는 단어로 쓰더라. 포퓰리즘이란 비판은 지지를 얻으려고 해서는 안 되는, 부당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 가해져야 하는 것 아닌가. 내가 그런 일 한 거 있으면 말해보라고 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같은 인터뷰에서 작년 말부터 대선 출마할 마음을 먹었다고 말하며 “그 이전에는 실현가능하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올해 9월 정도에 최종적으로 마음의 결심했다. 내년 경선에 나갈 거고, 나가면 이겨야 한다. 또 최종적으로 지게 되면, 이긴 쪽을 지원할 거다. 하지만 이길 수 있다고 본다. 나는 지금 어린 묘목이지만 거름을 주고 키우면 거목을 넘어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시장의 지지율 상승은 '탄핵 정국'에서 얻은 반사 이익의 성격도 있어 그의 지지율 고공행진이 본격적인 대선 시기까지 이어질 것인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