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 안전벨트 삽입구에 액세서리 클립 꽂기 유행

"미착용 경고음 듣기 싫다고 위험천만한 장난쳐서야"...경찰, 단속 규정 없어 발동동 / 변재용 기자

2016-12-07     취재기자 변재용

대학생 서모(26,부산시 북구) 씨는 늦은 시간까지 친구들과 어울린 뒤 새벽녘에 귀가하기 위해 택시를 탔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서 씨는 안전벨트 삽입구에 꽂힌 정체 모를 장식품 때문에 안전벨트를 착용할 수가 없었다. 서 씨가 기사에게 이게 뭐냐고 묻자, 기사는 안전벨트를 매기 싫어하는 승객들이 많아 안전벨트를 매지 않을 때 나는 경고음이 없애려고 대신 꽂아 놓은 클립이라고 설명했다. 서 씨는 “가까운 거리를 가는데 유난떠는 것 같아 나도 벨트를 매지 않았다”면서도 “새벽에 안전벨트도 안 매고 빠른 속도로 달리는 택시 안에 있자니 불안했다”고 말했다.

운전자들 사이에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도 경고음이 울리지 않게 삽입구에 꽂아 놓는 일종의 자동차 액세서리인 안전벨트 클립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클립을 꽂으면 차량은 탑승자가 안전벨트를 착용한 것으로 인식하여 경고음을 내지 않는다.

교통안전공단은 지난 1999년 안전벨트 착용 법제화 이후 2001년 78.5%까지 올라갔던 앞좌석 안전벨트 착용률이 2013년 56.6%으로 떨어지자 안전벨트 미착용 경고음을 설치한 차량에 신차안전도 평가 때 가산점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업체는 운전자 및 동승자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으면 차내에서 경고음이 울리도록 했다. 그러나 안전벨트 착용을 귀찮아하는 탑승자들이 안전벨트 클립을 설치해 경고음을 없애고 있는 것.

자동차로 시내를 자주 운행하는 영업직 종사자 강모(35, 부산시 북구) 씨는 “가까운 거리를 자주 운전해야 하는 직업 특성상 번번이 안전벨트를 매는 건 솔직히 귀찮은 일”이라며 “시동을 걸 때마다 띵띵하고 울려대는 경고음이 성가셔서 가까운 거리는 그냥 클립을 꽂아놓고 다닌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김모(56) 씨도 “승객들 대부분이 벨트를 안 매려 하는데 앞좌석에 승객을 태울 때마다 벨트 착용 때문에 실랑이를 할 수도 없지 않느냐”며 “하루 종일 경고음을 듣는 것도 스트레스여서 취객들이 많은 밤 시간대에는 아예 클립을 꽂아놓고 영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벨트 클립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다. 가격도 3,000~6,000원대로 저렴하고, 다양하고 화려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인터넷에서 자동차 용품을 판매하고 있는 박모(43) 씨는 “경고음이 나는 차량이 생산되고 나서부터 안전벨트 클립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며 “클립 디자인이 캐릭터, 고급 외제차 로고 등 다양하게 나오는 데다 큐빅 등을 부착해 예쁘게 만들어지다 보니 장식품 용도로 구매하는 분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전벨트 클립은 당연히 운전자의 안전불감증을 부추겨 위험에 빠지게 하고 있다. 지난해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 통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을 경우 사망률은 한해 전체 교통사고의 1.45%로, 착용했을 때 사망률 0.39%보다 3배 정도 높았고, 실제 사고가 났을 경우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을 때는 착용한 경우보다 사망 및 중상 가능성이 최고 9배 이상이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런데도 안전벨트 클립을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부산의 한 경찰 관계자는 “탑승자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것은 당연히 단속대상이다. 하지만 사람이 탑승하지 않은 조수석에 클립을 꽂아놓는 것은 단속 대상이 아니다”라며 “아무래도 클립이 위험 요소가 많은 만큼 이를 제재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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