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배우고 싶은 학문, 우리가 지켜보자!”
대학 내 인문학의 위기를 말하다
취업률이 대학평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취업이 잘 안되는 인문학과들의 입지는 그 어느 때보다 좁아지고 있다. 교육당국의 대학평가에서 취업률 비중을 높여 이를 기초로 정부지원금 규모를 결정하자 대학들이 당장 성과가 나지 않는 인문학을 포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교육정책이 오히려 교육의 근간을 뒤흔든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대학들은 학과통폐합으로 이를 보여주고 있다.
몇 년 전 고려대 문과대 교수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인문학 선언문’에는 ‘무차별적 시장논리와 효율성에 대한 맹신이 팽배한 우리 사회에서 인문학은 존립근거와 토대마저 위협받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는 구절까지 나온다.
23년 동안 국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경성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이광호 교수는 하나의 학문이 해결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며 학과통폐합에 대해서 부정적 입장만은 아님을 밝혔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학문의 통합이 아닌 학과의 통합일 뿐이라고 했다. 개별적 학문의 발전은 없고 그저 통합만 해버리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학생들이 길을 못 찾고 있다" 며 인문학도와 교수들이 변해야 한다고 했다. “학생들 자체가 자신의 학문에 대한 자부심이 사라져 가는 것 같다. 교수들 또한 변화해야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자리걸음만을 하며 논문쓰기를 게을리 하고, 아예 쓰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며 변화는 당사자들이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철학저술가 탁선산 씨는 ‘인문학의 위기’ 를 주제로 한 MBC 100분 토론에서 “지금 한국의 인문학도 들은 학부는 한국에 서 나오지만 석·박사과정은 대부분 외국에서 밟는다. 인문학 학사 학위만으로는 취직이 안 되는 이유도 있지만 결국 외국에서의 과정을 더 알아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본적 원인은 한국의 규모로 봐서 인문학도의 인원이 많다는 것이다. 외국 석·박사 과정을 밟고 돌아오면 대부분이 시간강사를 하거나 실업자가 되어 버린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떤 전체적인 통계라든가 예측이라든가 이런 것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눈에 보이는 인문학도 학생들이 줄어든다, 인문학도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며 이것이 위기다. 라는 주장들은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고 했다.
실제로 외국의 경우 ‘인문학적 접근’ 바람이 불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인 애플·페이스북은 연이어 인문학도 인재들을 등용하고 있다. 사용자환경 개발에 ‘인간에 대한 관찰·이해’ 를 필수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최근 인문학도 5000명을 뽑기도 했다. 이는 스트리트뷰 논란 등 ‘엔지니어 위주 문화’ 의 반작용으로 보고 있는 의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