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걱정, 자존감 추락...대학생들 신종 우울증 '대2병' 앓는다

'중2병'서 파생된 신조어, 전공 공부 회의 느껴 자퇴도...잘만 이겨내면 인생의 보약 / 김주영 기자

2017-12-15     취재기자 김주영
대학 2학년인 박소현(21, 부산 남구 대연동) 씨는 요즘 자다가도 일어나서 한숨을 쉰다. 밥을 먹다가도 갖가지 고민들이 그를 찾아와 괴롭힌다. 공부할 때는 더 심해진다. 현재 배우고 있는 전공이 자신과 맞지 않다는 생각, 취업에 대한 불안감, 미래의 불투명함으로 인해 그는 무기력감과 우울증에 빠져있다. 박 씨는 “대학교 1학년 때는 마냥 놀기만 했는데, 본격적으로 전공을 시작해 보니 과연 이게 나한테 맞는 길인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겪는 이러한 불안과 우울 증상을 겪는 흔히 ‘대2병’이라고 부른다. 대2병은 ‘중2병’에서 파생된 신조어. '중2병'이 사춘기 청소년들의 자신감이 지나치게 올라가 자의식 과잉 행동을 보이는 것과 반대로 '대2병'은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 극심한 우울증과 비관을 겪는다는 것. 대학생 허소영(23,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 씨는 얼마전 자퇴를 결심했다. 더 이상 학교에서 배우는 것에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이상 쓸모없다고 느껴져 다른 일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에 자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2병을 가진 학생은 전공에 대한 회의감과 취업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고 우울감과 무기력감은 물론 졸업 기피, 휴학, 자퇴 등으로 나타난다. 특히 남학생들은 급작스럽게 군대에 입대해 버리기도 한다. 대학생 이유리(23, 부산 부산진구 부암동) 씨는 “취업과 미래에 관련해서 고민이 많다고 이야기했던 친구들이 다음 학기에 학교에서 보이지 않아 당황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대2병'을 겪는 대학생들의 미래가 모두 우울한 것만은 아니다. 자신의 삶을 곰곰히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 것. 올해 취업에 성공한 최지혜(26, 부산 북구 화명동) 씨도 대2병을 겪었다. 그는 대학 2학년 때 여느 학생들과 같이 대학생활에 대한 무기력감을 경험해 휴학을 선택했다. 최 씨는 당시 필요한 것은 휴식이었다며 “공부하는 것이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휴학을 선택했는데, 쉬면서 생각해보니 여전히 내가 제일 잘 맞고 좋아하는 것은 전공 공부였다. 학교로 되돌아간 뒤에는 취업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대학 2학년만 지칭하는 신조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 3학년은 취업을 위한 스펙을 준비하느라 고통을 받아 '사망'할 것 같은 학년이라고 해서 만들어진 ‘사망년’이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대2병'과 '사망년' 모두 계속되는 취업난으로 인한 걱정과 불안을 반영한 단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