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뻔뻔해진 여성 차별

대통령조차 갇혀 버린 외모지상주의...여성에 대한 획일화·대상화부터 극복해야 / 소설가 정영선

2016-12-22     칼럼니스트 정영선

며칠 전에 종강한 문예창작 시간이었다. 국문과에서 개설한 수업이지만 국문과 학생보다는 다른 학과 학생들이 더 많아 재미있었다. 분자생물학과와 물리학과 학생들은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시공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썼고, 행정학과 학생은 7급 공무원 시험의 낙방기를, 국문과 학생은 광고회사 인턴 생활을 내용으로 하는 단편소설 한 편씩을 완성했다. 최종 과제를 내기 전 합평 시간을 가졌는데 유독 한 작품에서 여학생과 남학생이 나뉘어져 오랫동안 토론을 한 적이 있다.

소설의 내용은 회사를 다니던 여자 주인공이 어린 시절부터 지속되었던 남녀차별에 못이겨 자살을 했는데, 죽은 후에도 그 죽음을 기억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글을 쓴 학생의 발표가 끝나자마자 남학생이 질문했다. 차별인지 차이인지 모르지만 자살할 만한 이유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좀 그렇다, 라고 하려고 했는데, 앞에 앉은 여학생이 돌아보며, 그게 무슨 말이냐고, 충분히 자살할 만하고,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 자체가 남녀차별이라는 것이었다. 뒤에 있던 여학생이 맞는 말이라고 남자들은 절대 그걸 알 수 없다고 거들었다. 

내 뒤에 앉은 남학생이 남녀차별이 아니라, 소설 속에서 자살하게 되는 개연성이 부족한 거 아니냐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 이제 논란이 정리될 것 같다는 생각도 했는데, 다시 처음의 여학생이, 그 말이 바로 문제라고 맞받아쳤다. 그 정도면 충분한데 왜 개연성이 부족하냐는 것이다. 여자들이 받는 상처를 남자들은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많은 여학생들이 맞다며 동조를 하자 남학생들은 너무 예민한 것 아니냐고 그 정도의 일 때문에 죽는다는 건 여성차별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재반박했다. 남자들도 늘 어려움에 부딪치는데 그때마다 다 죽어야 하냐는 것이다. 남자들은 적어도 차별 때문에 죽지는 않을 거란 말이 이어졌다. 이미 그 학생의 발표와 토론 시간을 훨씬 넘겼기 때문에 선생인 내가 정리를 해야 했는데, 그 순간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2016년에도 이렇게 여성이 차별을 느끼고 있는 줄은 몰랐다고 입을 떼려다 말았다. 솔직한 심정이었지만 적어도 그 강의실 안의 분위기와 너무 동떨어진 느낌이었다. 자살은 최후의 목소리일 텐데, 그 죽음조차 기억되지 못한다면 여자는 도대체 말을 할 수 없는 서발턴이 아니냐. 그 설정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사건만 나열하지 말고 죽음으로 향하는 주인공의 내면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다행히 그 글을 쓴 학생이 그 점은 부족했다고 인정하는 바람에 토론은 끝이 났지만, 수업은 원래 마쳐야 하는 5시를 훌쩍 넘겼다.

고백하자면 여성차별은 나처럼 8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들의 기억인 줄 알았다. 그 당시는 대학을 졸업한 여학생이 할 수 있는 건 공무원과 교사 외에는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진입이 막힌 분야는 드물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성차별에 공감하는 여학생들을 보면서 많이 놀라면서도 차별당하면서 차별이라고 말을 할 수도 없었는데, 이젠 저렇게 차별이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것이 좀 나아진 건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어쩐지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수업 중에 누군가, "니는 우리 회사의 꽃이다"라는 말이 얼마나 큰 상처인지 아냐고, 여성은 여전히 남성에게 상품으로 취급되고 있다고 한 말이 생각났다. 그땐 그 말을 듣는 사람이 상처를 입는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꼭 그것만도 아닌, 외모지상주의 자체에 대한 반응인 것 같았다. 키는 크고 피부는 곱고 코는 오똑하고… 성격은 부드럽고 애교 있으면서도 똑똑해야할 것, 요즘 사회가 바라는 여성의 모습일 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 중 하나도 가지기도 쉽지 않다. 그러니 그 말은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상 그 자체가 여성차별이라는 뜻이었던 것 같기도 했다.

요즘에는 성형에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오히려 왜 딸아이의 성형을 시켜주지 않냐고 압력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실정이다. 그러니 세월호 7시간 동안 있었던 대통령의 얼굴 시술에 대해서도, 60대 여자치고 보톡스 안 맞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항변하는 경우가 있을 지경이다. 어쨌든 얼굴 꾸미고 몸 다듬으려고 대통령을 하셨을까, 하는 착잡함이 들 정도로 많은 공을 들인 건 분명했다. 혹시 결혼식이 있어 올림머리를 해본 사람들은 다 안다. 그 머리를 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지, 그런데 일 년에 한 두 번도 아니고 매일 그 머리를 하다니, 참 기가 막힌다.

대통령조차도 외모에 갇혀 한 걸음도 떼지 못하는데, 이제 취직을 해야 하는 여대생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여성의 아름다움이 획일화되는 것도 그 아름다움이 대상화되는 것도 그 기준에서 제외되는 것도 이겨내기 쉬운 감정들은 아닐 것이다.

그 수업에는 키가 크고 피부가 고운 여학생도 있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 3, 4학년이었는데 취업을 앞둔 그 아이들이 실력이나 인성이 아니라 외모로 평가받는다면 우리 사회의 여성차별은 내가 겪었던 것보다 훨씬 더 뻔뻔하고 표피적으로 변한 것 같다. 외모는 당연히 다양해야 하는 거 아닌가 말이다. 그 당연한 걸 왜 잊고 있는지, 그게 무엇 때문인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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