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 전성시대
찬바람이 살랑 살랑 부는 가을이 되면 패션리더들의 손길은 바빠진다. 여름철 입었던 짧은 옷들과 샌들을 뒤로하고 따뜻하고 멋스러운 옷과 이에 어울리는 신발을 찾기 위해서다. 작년에 이어 밀리터리 룩, 레깅스 패션이 유행하는 가운데 이러한 패션과 잘 어울리는 워커가 인기 아이템으로 급상승 중이다.
특히 올해는 다양한 소재, 다양한 디자인의 워커가 선보여 더욱더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제 워커는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있어야하는 ‘머스트 헤브 아이템(must have item)'으로 자리 잡았다.
보온성, 편안함, 디자인까지 일석삼조
군화의 형태를 본떠서 만든 워커는 신기 편하고 다양한 개성미를 연출 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약간은 거칠면서 강한 이미지의 워커는 시크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풍긴다.
또, 워커는 앞코가 둥글고 밑바닥이 넓어서 신발을 신었을 때 발바닥이 땅에 닿는 면적이 넓다. 그래서 여성들이 일반적으로 즐겨 신는 플랫슈즈나 하이힐에 비해서 안정감이 있고 오래 걸어도 발에 피로함을 덜 느끼게 한다.
대학생 이주연(22) 씨는 워커를 즐겨 신는다. 멋스러우면서 발은 편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대부분의 신발이 예쁘면 불편하고 편하면 디자인이 별로다. 그런데 워커는 편하면서 어떤 옷에도 잘 어울린다”라고 말했다.
대학생 이자영(23) 씨도 가을, 겨울이 다가오면 신발장에 넣어두었던 워커를 제일 먼저 꺼낸다. 평소 손, 발이 차가운 이 씨는 찬바람 부는 계절이 돌아오면 디자인보다는 보온성이 좋은 신발을 찾는다. 요즘 이 씨가 제일 좋아하는 워커는 퍼(fur)워커다. 일반적인 워커 디자인에 신발의 안쪽 소재를 퍼로 하여 한겨울에도 따뜻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이 씨는 “겨울이면 항상 발이 시려서 구두나 힐은 꿈도 못 꿨다. 이제는 보온성이 뛰어난 퍼 워커로 멋을 낼 수 있어 좋다”라고 말했다.
골라 신는 재미가 솔솔
워커가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그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골라 신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단순하고 약간은 투박스러운 디자인에 한정되어있던 워커는 올해 들어 더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으로 새롭게 등장했다. 기존 워커의 형태에 여성스러움을 가미해 버클이나 징 등의 장식을 추가하거나 워커의 둥근 앞코를 조금 더 날렵하게 만들어서 섹시함을 더했다.
낮은 단화 형태의 워커가 주를 이루었던 예전과 다르게 낮은 굽에서부터 높은 굽까지 그 높이도 다양해졌다. 그 중에서도 워커 힐은 여성들에게 큰 인기다. 하이힐에 비해서 굽이 두껍고 튼튼해서 높은 굽이라도 편안하게 신을 수 있고 다리도 길어 보이는 효과 또한 얻을 수 있다.
워커는 레이스업워커, 버클워커, 웨지워커, 펌프스워커 등 종류가 많다. 색상도 블랙에서 브라운, 레드, 베이지, 화이트 등으로 다양해졌다.
어떤 룩(look)에도 빛나는 워커
사람들이 워커를 즐겨 신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어느 옷에나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캐주얼한 느낌의 청바지나 핫팬츠, 야상 점퍼 등에도 잘 어울린다. 그래서 워커는 일반 신발에 비해 비교적 옷에 대한 제약이 없어 활용도가 높다. 특히, 요즘 유행하는 스키니 패션, 레깅스 패션 등에도 잘 매치되어 인기가 좋다.
또, 여성스러운 스커트나 원피스를 이용한 패션과도 잘 매치된다. 여성적인 느낌과 워커의 중성적인 느낌이 묘하게 어울려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경성대학교 앞에 위치한 ‘Davinci' 신발가게는 워커로 가득하다. 여러 종류의 워커가 가게에 진열되어있는 신발의 절반이상을 차지한다. 한 직원은 “워커가 단연 대세다”라며 “어떤 옷과도 매치하기 쉬운 신발이라서 손님들에게 워커를 많이 권한다. 올 가을, 겨울을 보내려면 워커 하나쯤은 필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