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유명 찜질방에 청소년 열쇠털이범 활개
취객 몸에서 라커 열쇠 빼내 금품 훔쳐달아나...업주는 소문 돌까봐 쉬쉬 / 정인혜 기자
직장인 신혜수(26, 부산시 진구) 씨는 얼마 전 시내 대형 찜질방을 찾았다가 빈털터리가 됐다. 잠을 자던 중 누군가 신 씨의 옷장 열쇠를 훔쳐 신 씨의 모든 소지품을 훔쳐 달아났기 때문이다. 하필 그날 명품가방을 들고 갔던 신 씨는 가방은 물론 현금과 신용카드, 자동차 열쇠까지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CCTV에는 10대로 보이는 앳된 얼굴의 아이들이 잠든 신 씨의 손목에 걸려 있던 열쇠를 빼 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CCTV를 함께 돌려본 주인 아주머니는 “어휴 또...”라고 작은 혼잣말을 했다. “아는 사람이냐”고 물었지만, 주인은 말이 헛나왔다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서에서 범인을 잡았다는 연락이 왔고, 범인은 CCTV에서 봤던 10대 청소년들이었다. 신 씨는 “요즘 10대들이 무섭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겪으니 교복 입은 학생들을 쳐다보기도 싫다. 두 번 다시는 찜질방에 가지 않을 것”이라며 몸서리를 쳤다.
최근 찜질방에서 열쇠털이 절도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이용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제보에 의하면, 이 같은 열쇠털이 절도는 청소년, 특히 가출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회식자리가 많은 연말연초엔 특히 비행 청소년들이 찜질방 투숙객들을 범죄 표적으로 삼는다는 것. 이들 청소년은 찜질방에서 자는 사람들의 열쇠를 몰래 훔친 뒤, 옷장을 열고 금품을 훔쳐 달아나는 수법을 사용한다. 열쇠를 빼낼 때는 문구용 커터칼, 손톱깎이 등을 이용한다.
사실 찜질방은 과거부터 청소년 범죄 온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연중무휴 24시간 영업'이라는 특성에 따라 가출 청소년들의 숙박장소로 쓰이면서 도난 사고 등 각종 청소년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청소년보호법을 통해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 청소년들의 찜질방 출입을 제한했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는 찜질방은 찾기 힘들다. 청소년들이 찜질방에서 숙박하기 위해서는 친권자 또는 후견인의 출입동의서가 있어야 하는데, 청소년들이 부모의 주소, 전화번호 등 간단한 인적사항만 적어내면 사실상 무사 통과다.
부산의 한 대형 찜질방 직원은 “교복 차림이 아니면 청소년인 것을 알아채기도 힘들거니와 일일이 신분증을 요구하는 것도 사실 불가능하다. 일부 청소년들이 범죄를 저지른다고 해서 청소년 고객들의 출입을 아예 막을 수도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청소년들의 열쇠털이 범죄에 대해서는 연신 모른다고 잡아떼던 그는 기자의 계속된 질문에 “요즘 들어 그런 일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긴 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카운터에 맡긴 귀중품은 우리가 관리하지만, 그게 아닌 이상은 신경 쓰기가 힘들다. 찜질방에 도둑이 많다는 소문이 돌면 안 좋으니까 (절도 사건이 있어도) 되도록 조용히 넘어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업주 측에 맡기지 않은 금품은 도난당하더라도 보상받기 어렵기 때문에 고객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특히 절도 범죄의 경우 업주들이 쉬쉬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청소년 범죄여서 범인을 잡아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부모가 피해자의 피해 금액 변제를 거부할 경우, 형법상 미성년자인 범죄자에게 피해 금액을 받아내는 건 쉽지 않다. 이 같은 경우에는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를 구제받아야 하는데, 짧게는 6개월부터 길게는 7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이에 대해 경찰 측은 예방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경찰 관계자는 “절도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만큼, 찜질방에 갈 때는 귀중품을 휴대하지 않는 게 좋다. 예방이 최고의 대책이다. 찜질방에서 잠을 잘 때는 귀중품들은 꼭 카운터에 보관하고, 열쇠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몸에 숨겨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