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은 민심 아냐"... 국민 오장육부 뒤집은 대리인단 궤변
탄핵심판 2차 변론서 "위험한 군중재판" 억지... 대통령을 예수에 비유, 실소 자아내기도 / 정혜리 기자
5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2차 변론기일이 헌법재판소에서,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에 대한 정식재판도 각각 열려 국민들의 이목을 모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일 첫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은데 이어 어제 역시 불출석했다. 이날 변론에서 국회의 탄핵소추위원단과 박 대통령 변호인단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유 성립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탄핵소추위가 꼽은 쟁점은 국민 주권주의 및 법치주의 위반,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대통령 권한 남용, 뇌물수수, 언론 자유 침해 등이다. 이에 변호인단은 탄핵 사유에 증거가 없고, 법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며 탄핵소추 사유를 전면 부인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증인으로 이재만,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 이영선 행정관을 불렀지만 유전추 행정관만이 출석했다. 이·안 전 비서관은 잠적하는 방법으로 헌재의 출석요구서 수령을 거부했고 이영선 행정관은 불출석사유서를 냈다.
윤 행정관은 증인 중 유일하게 출석했지만 대부분의 심문사항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는 "최순실을 보긴했지만 몇 번 안 된다"거나 "자신은 대통령의 의상 업무만 보고 다른 업무를 보지는 않았다"는 등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리한 내용은 비교적 소상히 답변한 반면, 불리한 질문에는 계속해서 '잘 알지 못한다,' 또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오전 서면 보고를 받고 세월호 침몰을 알게 됐다고 생각한다”며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에 문제가 없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헌재는 19일 변론기일에 이재만, 안봉근 전 비서관을 다시 부르기로 했다.
이날 변론에서 박 대통령 대리인 서석구 변호사는 “촛불집회를 주동하는 세력은 민주노총”이라며 “촛불 민심은 국민의 민심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데 이어 박 대통령의 억울함을 소크라테스와 예수의 군중 재판에 빗대 소추위원단의 반발을 샀고 재판부의 제기를 받았다.
법정에 서야 할 증인들이 잇달아 나오지 않고 대통령측 대리인단이 이날 제출하기로 한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보고서'도 내지 않자, 대통령 측의 전략이 의도적 탄핵 심판 늦추기라는 지적과 함께 대통령의 현실 외면에 대한 분노가 함께 터져나왔다. 시민 김선도(48, 부산시 북구) 씨는 “촛불집회 나간 그 수많은 사람들은 대한민국 국민도 아니었네. 하긴 개돼지가 어디 국민이냐. 개돼지니까 이렇게 뻔한 짓거리에 눈가리고 아웅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이슬비(28, 부산시 영도구) 씨는 “양심이 있으면 예수와 비교할 수 있느냐. 박근혜 대통령은 홀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은 탄핵심판 변론기일과 함께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 최순실과 안종범 수석, 정호성 비서관의 정식재판도 열렸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고 최 씨는 “억울한 부분이 많아 밝혀지길 바란다”며 무죄를 호소했다. 안 수석도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따른 것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유년 새해를 맞았지만 주말 촛불집회는 계속된다. 박 대통령이 새해 첫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신을 향한 의혹은 모두 오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비난 여론이 높아지면서 촛불집회 참가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촛불집회 주최 측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이미 7일과 14일 광화문 집회·행진 신고를 마쳤고 21일 이후의 주말 집회도 조만간 신고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방에서도 촛불집회는 계속되는데 부산의 경우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서면 중앙로에서 토요일 6시에 집회가 시작된다.